소비자도,메이커도 외면한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 3대 비인기 종목

2022-02-25     모토야

대한민국에서 자동차 산업이 시작된 지 벌써 7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단순히 자동차의 보급을 넘어서, 오늘날에는 현대자동차 그룹을 중심으로 하여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동차 강국으로 우뚝 섰다. 그리고 그 세월 동안 수많은 자동차들이 탄생과 단종을 반복해가며, 시장의 규모도 커졌고, 나름의 자동차 문화가 정립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오랜 역사 이후, 오늘날에는 그야말로 '비인기'를 넘어, 거의 소멸되다시피한 형태들도 있다. 이러한 차종들은 등장 당시에는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이끌다가 몰락한 경우도 있고, 아예 처음부터 인기가 없었던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 가장 기피되다 못해 소멸되기까지 한 3대 비인기 종목을 알아보자.

해치백
해치백은 과거에는 국내의 소형 승용차 시장을 견인하던 원동력이었다. 대한민국 첫 번째 독자개발 승용차인 현대자동차의 '포니'가 그러했고, 소형차 시장을 선도했던 기아의 초대 '프라이드' 역시 해치백이었으며, 구 대우자동차에서 생산한 '르망' 역시 해치백 모델이 존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해치백의 인기는 서서히 떨어져 갔다. 이는 자동차를 일종의 '자산'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매우 강한 국내 소비자들의 전통적인 스탠스와 맞물려, 세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경차나 준중형차에 비해 메리트가 적은 소형차들이 외면 받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아 프라이드, 현대 엑센트 등과 같은 전통적인 소형차들이 모두 절멸한 가운데, 2020년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해치백 차종이었던 현대자동차 i30까지 단종을 맞으면서, 순수 국산 해치백은 경차를 제외하면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

왜건
국내에서 가장 기피되는 차종을 꼽는다면 단연 '왜건'이다. 왜건은 세단의 트렁크를 늘린 형태의 차량으로, 세단과 동등한 승차감과 편의성을 겸비하면서도, 많은 양의 짐을 실을 수 있어 활용도가 매우 뛰어나다. 왜건이라는 명칭은 미국의 스테이션 왜건(Station Wagon)이라는 명칭에서 유래했고, 이러한 차종이 가장 인기가 높은 유럽에서는 주로 에스테이트(Estate)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크로스오버 SUV 차종들은 그 근본을 따지고 보면 덩치가 비대해진 왜건과 같은 형태를 띈다.

대한민국 시장은 '왜건의 무덤'이라 불려왔다. 왜건은 승용 세단의 트렁크를 잡아 늘려 놓은 듯한 차체 형상 때문에 '생계형 자동차'라는 왜곡된 인식이 생겼고, 동형의 세단형 차량에 비해 비싼 가격 등으로 인해 등장할 때마다 철저하게 외면 받기 일쑤였다. 여기에는 당시 국내 제조사들의 왜건들은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 여기에 왜건을 대체할 수 있는 성격의 MPV나 SUV등의 차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미 없는 수준이었던 왜건의 입지는 완전히 소멸되었으며, 2019년 현대자동차의 i40가 단종이 되면서 2022년 현재까지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왜건형 차종을 생산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소형 MPV
소형 MPV는 작은 크기로 운전과 주차가 쉬우면서도 일반적인 세단이나 해치백형 승용차 대비 공간활용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소형 MPV의 본산인 유럽에서는 이러한 차종들이 전통적으로 패밀리카로서 인기가 높았다. 물론 유럽에서도 현재 소형 크로스오버가 준동하면서 소형 MPV 모델들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고, 그 때문에 많은 모델들이 단종을 맞았지만 '아직은 죽지 않은' 세그먼트가 바로 소형 MPV다. 아울러 큰 차를 소유하는데 제약이 많은 일본의 자동차 시장에서도 가장 선호되는 차종 중 하나가 바로 중소형의 MPV이며, 인도, 동남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이 이러한 소형의 MPV 차종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소형 MPV는 해치백만큼이나 인기가 없는 장르다. 중형급 MPV의 경우에는 유류비가 저렴한 LPG를 사용할 수 있는 패밀리카로 꽤나 높은 인기를 구가했으나, 소형급은 전혀 인기를 끌지 못했다. 가장 먼저 태어난 소형 MPV이자 유일한 소형 MPV이기도 한 현대자동차의 라비타가 그 산 증인이다. 라비타는 철저하게 유럽시장 공략을 목표로 개발된 차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는 차종이었으며, 현대자동차의 실패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국내에서는 전통적으로 세단을 선호하는 풍조에 더해, 근래에는 소형 크로스오버의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기아 카니발과 같은 대형의 차종을 제외하면 소형 크로스오버들이 MPV들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해버리면서 국내 제조사에서는 이제 더 이상 중소형급 MPV 차종을 생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