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이 탄탄한 중형세단! - 쉐보레 말리부 2.0 프리미어 시승기
쉐보레의 중형 세단, 말리부는 지난 2016년도에 등장해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동급 최장의 차체 길이와 한층 세련미를 더한 외관 디자인, 그리고 동급 최초로 1.5리터급 터보 엔진을 주력으로 내세운 일련의 혁신을 선보이며,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또한 지난 2018년도 하반기에는 외관을 한층 세련된 스타일로 일신하고, 차량의 전반적인 설정을 변경하였으며, 그 동안 없었던 1.3리터급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2020년 현재, 쉐보레는 2021년형 말리부를 새롭게 선보이며 침체된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 다시 한번 활력을 불어 넣고자 한다. 새롭게 추가된 미드나잇 블루 외장 색상을 비롯해 무선 스마트폰 프로젝션(Wireless Phone Projection) 시스템의 신규 적용으로 편의성까지 높인 쉐보레 말리부를 직접 시승하며 그 실력을 경험해 본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쉐보레 말리부는 동급 최고출력을 자랑하는 2.0리터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스페셜 프리미어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3,298만원.
가벼워 보이지 않는, 진중하고 듬직한 외양
말리부의 외관은 지난 2018년 하반기 등장한 페이스리프트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초기형에 비해 인상이 상당히 바뀌었다. 초기형의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단단하고 남성적인 인상을 주었던 데 반해, 현재의 말리부는 더욱 날렵하고 세련된 감각을 보여준다. 헤드램프 안쪽까지 연장된 새로운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은 호불호가 다소 갈리기는 하지만, 실제로 보게 되면 상당히 세련된 느낌을 준다.
‘날렵한남성성(Lean Muscularity)’을 주제로 디자인된 말리부의 실루엣은 여전히 길고 늘씬하다. 휠베이스의 경우에는 신형의 현대 쏘나타와 K5 등이 등장하면서 약간 밀리게 되었지만 전체 길이는 여전히 동급 최장을 자랑한다. 그리고 매끈하면서도 단단한 양감이 살아 있는 조형을 통해 완성도 높게 풀어내고 있다.
뒷모습에서는 기존의 형태는 유지하면서도 내부 디자인을 크게 바꾼 테일램프가 눈에 띈다. 한층 화려한 느낌으로 디자인되어 있으면서도, LED 조명을 전면 채용해 한층 감각적이다. 또한 2.0 터보 모델에만 적용되는 듀얼 테일파이프는 차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한층 극적으로 살려준다.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
말리부의 실내는 쉐보레의 차종인 만큼, 경쟁자들에 비해 세련된 맛은 다소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편안한 느낌을 준다. 지나치게 높지 않고 알맞게 최적화된 시트 포지션과 더불어 사람의 신체가 닿는 요소요소를 부드럽게 처리하여 편안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새롭게 추가한 크림색 투톤 내장색상 덕분에 차내 분위기가 훨씬 화사해 보인다.
운전석은 여전히 준수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신체를 부드럽게 감싸주면서도 지지할 곳은 확실하게 지지해 주는 착좌감이 일품이다. 시트포지션 역시 경쟁자들에 비해 한층 낮은 느낌을 주기에 더욱 마음에 든다. 말리부의 앞좌석은 사양에 따라 전동 조절기능과 함께 전동식 요추받침, 그리고 각 3단계의 열선/통풍 기능을 제공한다.
뒷좌석은 여전히 넉넉하고 편안하다. 성인에게도 충분한 거주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긴 휠베이스를 십분 활용한 레그룸 덕분에 불편함은 커녕, 여유마저 느끼게 한다. 매끈한 루프라인으로 인해 헤드룸에 약간의 손해가 있기는 하지만 통상적인 체격을 가진 성인 남성들이라면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는 공간을 보여준다. 트렁크 역시 넉넉하고 효율적인 공간설계를 지니고 있다.
여전히 동급 최강, 2.0 터보 엔진
말리부의 2.0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53마력/5,300rpm, 최대토크 36.0kg.m/2,000~5,000rpm에 달하는 동력 성능을 자랑한다. 이 엔진은 등장 이래 여전히 동급 최강으로 손꼽히는 엔진이며, 고급 브랜드인 캐딜락의 양산차들도 공유하는 엔진이다. 변속기는 성능이 업그레이드 된 자동 6단 Gen. III 6T50 하이드라매틱 자동변속기를 사용하고 있다.
말리부 2.0은 동급에서 가장 상쾌한 가속성능을 제공한다. 6T50 변속기는 250마력을 웃도는 엔진의 출력을 여전히 충실하게 전달하며, 변속 타이밍이나 고회전 대응 면에서도 중형세단을 위한 변속기로서 크게 손색이 없다. 길고 늘씬한 차체를 힘차게 밀어주는 추진력은 말리부 2.0 모델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과거에는 구동부에서 발생하는 저항감이 꽤 큰 편이어서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줘야 제 성능을 내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 저항감이 크게 줄었다. 그 덕분에 보다 적은 힘을 들이고도 힘찬 가속 성능을 즐길 수 있다. 가속페달에 지긋이 힘을 주면 가뿐한 느낌으로 경쾌하게 발차하는 덕분에 한층 기분 좋은 가속을 즐길 수 있다. 고속주행시의 직진 안정성은 여전히 준수하다.
부드러우면서도 속이 꽉 찬 주행질감
쉐보레 말리부는 중형세단에 요구되는 '부드러운 승차감'이라는 덕목에 충실하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의 '결'은 여타의 중형세단과는 짐짓 다른 느낌이다. 통상적인 국산 중형세단들은 부드러움이 지나친 나머지, 종종 '헐렁'한 느낌을 줄 때가 있지만, 말리부는 그렇지 않다. 부드러운 질감이 전달되는 가운데서도 든든하게 충격을 흡수해 주는 느낌을 받는 덕분이다. 큰 요철에서도 쉽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 후륜에 멀티링크 방식을 사용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정숙성 또한 훌륭하다. 심지어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하는 여타 국산 중형세단에 비해서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또한 전방위로 잘 배려된 흡/차음재 적용과 더불어 특유의 든든한 차체구조 덕분에 잡소리도 거의 없는 수준이다. 파워트레인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잘 차단되어 있으며, 회전질감 역시 준수하여, 진동도 상당히 적은 편이다. 적어도 정숙성과 승차감 면에서 동급의 중형세단들에 밀리기는 커녕, 오히려 더 좋은 느낌을 줄 때가 있을 정도다.
이는 조종성에서도 잘 드러난다. 컬럼-마운트 타입 대비 직관적인 조종질감을 제공하는 랙-마운트 타입의 EPS(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여기에 조타시 손목으로 전달되는 느낌 또한 적당한 무게감이 있어 적극적으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튼튼한 기골과 부드러우면서도 꽉 찬 느낌을 주는 하체가 절묘하게 협응하며, 패밀리 중형세단으로서는 여전히 뛰어난 주행질감을 선사한다. 격렬한 코너링에서는 그 덩치가 실감되기는 하지만, 적어도 운전자로 하여금 불안감을 일으키게 만들지는 않는다.
연비는 대체로 무난한 수준이다. 트립컴퓨터를 기준으로 도심에서는 8~9km/l대의 연비를, 고속도로에서는 평균 14~15km/l대의 연비를 기록했다. 주행 시에는 경제속도를 의식하지 않고 교통 흐름에 맞춰 편하게 주행했으며, 경제속도를 중시하는 경우에는 이 보다 1~2km/l 높은 결과값이 나왔다.
필요한 것은 다 갖췄다
말리부는 2021년형으로 거듭나면서 안전 사양 면에서도 상당한 개편이 이루어졌다. 안전사양으로는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SBZA)과 후측방 경고 시스템(RCTA)을 전차종에 기본적용하는 한 편,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저속 및 고속 자동 긴급 제동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등의 다양한 능동안전사양을 제공한다.
편의사양으로는 별도의 케이블 없이도 Wi-fi 다이렉트 연결을 통한 ‘무선 스마트폰 프로젝션’ 기능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 덕분에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위해 케이블을 챙기지 않아도 될 뿐더러, 기능을 사용하면서 별도의 미디어 저장장치를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게 되었다.
내실이 탄탄한 중형세단!
쉐보레 말리부는 시장에 출시된 시점이 제법 오래 되었지만, 그만큼 매우 성숙해진 느낌을 준다. 특히, 주행질감의 측면에서는 경쟁사의 최신형 중형 세단에 비해 오히려 더욱 알찬 느낌을 안겨주어 만족감이 크게 다가왔다.
쉐보레 말리부는 그 자체로도 상당한 저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타일의 측면과 편의기능이 더욱 개선되며 한층 내실 있는 중형세단으로 거듭났다. 특히 사소한 편의사양 보다는 공간과 주행질감에 더 주안점을 두는 운전자라면, 쉐보레 말리부는 참으로 매력적인 중형세단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