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뛰어난 전기차와 만나다 - 르노 조에 시승기
르노삼성자동차가 유럽 전기차 누적 판매 1위인 ‘르노 조에(Renault ZOE)’를 대한민국에 전격 출시했다. 르노 조에는 2012년 유럽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래 올해 6월까지 20만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전기차 모델이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차명인 조에(ZOE)는 옛 그리스어로 삶(Life)을 의미하며, 여기에 현행 르노의 전기차 브랜드인 Z.E.(Zero Emission)의 철자가 모두 들어가 있어, 이와 같은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르노삼성자동차는 르노 조에의 출시를 전후해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시승행사를 준비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된 본 행사는 서울 광화문 일대의 도심구간과 북악스카이웨이 등을 중심으로 한 코스로 짜여졌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르노 조에는 최상위 트림인 '인텐스(INTENS)'다. 보조금 제외한 차량 기본가격은 4,395만원.
르노 조에는 르노 조에의 외관 디자인은 르노의 디자인 언어를 소형 해치백의 형태로 풀어 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친환경 자동차'임을 속 보이게 드러내놓지 않고, 통상의 내연기관 자동차들과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스타일을 지녔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동사의 내연기관 자동차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마스크를 이루고 있다.
전면부는 가늘게 뽑아 낸 르노의 C자형 주간상시등과 함께 LED 퓨어 비전(PURE VISION) 헤드램프가 먼저 눈에 들어 온다. 또한 상단 라디에이터 그릴 아래로 대형의 핫스탬핑 그릴이 더했다. 이러한 요소요소의 작용으로 인해 내연기관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조에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잘 살렸다. 측면부는 르노의 소형 해치백에 가까운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적당한 볼륨감을 살려, 시각적으로 탄탄한 느낌을 주고 있다. 뒷모습에서는 마름모꼴 테일램프와 함께 독특한 디테일들이 눈에 띈다. 특히 테일램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LED 다이내믹 턴 시그널 램프가 독특한 느낌을 준다.
르노 조에의 인테리어는 르노삼성 XM3에서 볼 수 있었던 수평 기조의 대시보드가 눈에 띈다. 여기에 중앙에 불쑥 솟아 있는 돌출형 디스플레이도 눈에 띈다. 터치스크린으로 작동하는 9.3인치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르노 조에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르노 조에의 이지 커넥트(EASY CONNEC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 및 애플 카플레이(Apple CarPlay)를 지원한다. 여기에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통신형 T맵을 지원해 실시간으로 교통 정보, 날씨, 가까운 충전소 위치 및 이용 가능한 충전기 정보 등 주행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앞좌석은 소형승용차의 좌석으로서 나쁘지 않은 착좌감을 가지고 있다. 크기 자체는 그리 크지 않지만 신체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편이다. 하지만 운전석 높이조절이 되지 않는 부분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기반 설계의 한계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뒷좌석은 성인이 탑승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차량의 바닥이 매우 높에 설계되어 있어, 차체 크기에 비해 가용 공간이 부족한 편이다. 바닥이 불쑥 올라와 있어, 승하차도 다소 불편하다. 트렁크 공간은 폭은 좁지만 앞뒤로 긴 편이고, 바닥이 평탄하게 설계되어 있어 짐을 싣고 내리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
르노 조에는 닛산 리프(Nissan Leaf)와 설계 기반을 공유하지만 전동화 패키지는 다르다. 르노 조에에 적용되는 100kW급 R245 구동 모터는 크기에 비해 강력한 출력과 토크가 우수하다. 최고출력은 136마력, 최대토크는 25kg.m(245Nm)를 발휘한다.
르노 조에는 전기차다. 따라서 '시동을 건다'는 느낌보다는 '전원을 올린다'는 느낌에 가깝다. 시동 버튼을 누르게 되면 계기반과 중앙 디스플레이에 몇 가지 세레모니가 나타나는 듯 하지만 여타의 전기차처럼 요란한 편은 아니다. 그리고 전기차이기 때문에 정차한 상태에서는 소음이 없다시피하다. 물론 발진을 시작하면 저회전역에서 들리는 전기모터 특유의 전자적인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연기관의 구동음에 비하면 없는 수준이라고 봐도 된다.
주행을 시작하고 난 이후에는 전기차 특유의 백색소음과 함께, 배터리 등을 식히기 위한 팬 소음 등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 소음은 내연기관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비하면 미약한 편이지만, 이러한 부류의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에게는 이질감을 안겨줄 수 있다. 그 외에는 주로 차량이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타이어 소음이나 외부소음, 그리고 노면의 요철을 지날 때 하부에서 들려오는 소음 정도가 고작이다. 종합해 보면, 르노 조에의 정숙성은 소형 전기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평균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승차감은 유럽 출신의 소형 해치백 다운 탄탄한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체급 상 동급에 해당하는 르노 클리오의 느낌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르노 클리오의 느낌은 B세그먼트급의 작고, 가벼운 느낌이 강하지만 조에의 경우에는 그 보다 한 체급 더 큰 차에서 느낄 수 있을 법한 묵직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처음부터 전기차로 설계된 르노 조에의 설계 기반에서 오는 감각이 아닐까 한다.
르노 조에는 같은 얼라이언스 내의 순수전기차, 닛산 리프 2세대 모델과 설계 기반을 공유하는 르노 조에는 전기차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같은 체급의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몸무게는 무겁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가 차체의 바닥에 설치되어 낮은 무게중심을 갖는다. 그 덕분인지 노면의 요철을 지날 때, 작은 차 특유의 통통 튀는 느낌 보다는 묵직하게 눌러주는 느낌에 더 가깝다.
르노 조에는 작은 몸집을 가졌지만 가속력에는 힘이 있다. 르노 조에는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9.5초 만에 가속이 가능한데, 이는 같은 체급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상회하는 수준의 가속력이라 할 수 있다.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 전기모터의 출력을 최대로 전개하면 구동 초기부터 최대토크가 뿜어져 나오는 전기모터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나며 힘차게 차를 밀어준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가속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다. 반면 추월가속에서는 발진가속만큼의 박력을 느낄 수는 없다. 이 역시 전기모터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르노 조에는 작지만 무거운 몸집을 가졌다. 하지만 핸들링 실력은 만만치 않다. 묵직하지만 무게중심이 낮은 르노 조에는 시승코스에 포함되어 있었던 북악스카이웨이의 좁고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를 기분 좋게 달려 나간다. 스티어링 시스템이나 페달 등의 조작감이 약간 헐거운 느낌이지만 차를 적극적으로 조종하는 데 있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소형차의 민첩함과 끈덕진 안정감을 겸비하여 주행을 즐겁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타이어의 성능은 조에의 탄탄한 하드웨어를 뒷받침해주지 못해 아쉽다.
기자가 르노 조에에서 가장 눈여겨 봤던 부분은 바로 '원 페달 드라이빙' 개념이다. 원 페달 드라이빙은 가감속을 가속 페달 하나로 실현하는 개념이다. 전기모터의 가속 및 회생제동의 특성을 활용해 제동시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더욱 편안한 운전을 양립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놀이공원에서 접할 수 있는, 페달이 하나만 있는 범퍼카의 경우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변속레버를 'B'레인지로 변환하면 본 기능이 활성화되는데, 이 때에는 통상 주행인 'D'레인지에 비해 회생제동을 크게 거는 설정이 적용된다. 처음에는 이와 같은 설정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가속페달 조작량으로 회생제동의 강도에 대한 감을 잡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상당히 편한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오른발에 걸리는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드만으로는 차량을 완전히 정지시키지는 못하며, 최종적으로 정지시킬 때에는 풋 브레이크를 조작해야만 한다.
전기차의 핵심 중 하나인 배터리는 어떨까? 르노 조에의 배터리는 총 용량 54.5kWh, 실 가용량 52kWh의 배터리팩을 사용한다. 르노 조에에 적용된 배터리 팩은 내부 구조의 최적화와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그리고 내부 온도 증가를 막아주는 전자 회로 등 르노의 신규 기술이 적용되어 배터리 용량 대비 우수한 309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이는 같은 설계기반을 공유하는 닛산 리프에 비해 더 우수한 것이다. 저온 상태에서의 주행거리는 236km로, 차내에서 발생하는 열을 재활용하는 히트 펌프 기술과 별도의 배터리 히팅 시스템을 적용해 주행거리 감소를 억제했다. 르노의 Z.E. 배터리는 8년 또는 주행거리 16만km까지 배터리 용량 70%를 보증한다.
르노 조에는 충전할 때에도 높은 편의성을 제공한다. 르노 조에는 충전구의 위치부터 차체 전면, 그것도 중앙의 엠블럼 뒤편에 위치해 있어, 충전소의 구조에 관계 없이 편리하게 주차하고 충전할 수 있다. 르노 조에는 국내 표준형 충전 타입인 DC 콤보 플러그가 장착되어 전국 어디에서나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7kW 완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9시간 25분 만에 100% 충전이 가능하고, 50kW급 DC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30분의 충전만으로 150km 내외를 주행할 수 있다.
이번에 경험하게 된 르노의 전기차 조에는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으면서도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는 덕이다. 고속 전기차들 중에서도 다소 낮은 가격대로 출시된 데다, 편의장비도 적정한 수준으로 챙겼고, 그러면서도 충분한 수준의 주행거리 및 성능까지 확보한 르노 조에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상당한 주목을 끄는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