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성숙해진 지프의 막내 - 지프 컴패스 2.4 리미티드 시승기

2014-03-03     박병하

지프의 컴패스는 지프의 엔트리급 SUV로 2007년에 북미 시장에 데뷔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컴패스는 닷지의 캘리버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지프의 엔트리급 SUV로 선보였다. 출시 초기에는 완성도가 부족한 디자인과 다소 부실한 내/외장 조립 품질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였다.



이후 컴패스는 2011년에 한 차례의 페이스 리프트를 거치게 된다. 큰형님인 그랜드 체로키의 얼굴을 그대로 빼다 박은 듯한 얼굴과 한층 가다듬어진 내/외장 품질로 업그레이드 됐다. 이 개수 작업은 꽤나 성공적이었고 여전히 동급 대비 매력적인 가격대를 가지고 있었기에 컴패스의 판매량이 호조세로 들어서게 되는 기점이 되었다.



그런 컴패스는 2014년을 맞아 한 번 더 개수가 이루어진다. 새로운 컴패스는 CVT를 채용했던 지난 모델과는 달리, 크라이슬러의 ´오토스틱´ 자동 6단 변속기를 채용하고 새롭게 단장한 실내/외 디자인으로 국내 시장을 찾았다. 지프의 엔트리급 크로스오버 SUV, 컴패스를 만나본다.





익스테리어


2007년에 데뷔했던 컴패스의 초기 디자인은 말 그대로 ´실망스러움´의 종합 선물세트였다. 자신보다 상위 모델에 레인지 되어 있는 체로키(북미 시장명: 리버티)나 랭글러의 디자인 요소를 최대한 차용하여 지프만의 개성을 살리려 한 점은 분명 좋은 시도였다.



그러나 최종적인 결과물은 닷지 캘리버에 랭글러의 프론트마스크를 억지로 뒤집어 씌운 듯한 모습이었다. 이러했던 컴패스의 프론트 마스크는 2011년에 대대적인 성형 수술을 거쳐 큰형님 격인 그랜드 체로키를 쏙 빼닮은 외모로 다시 태어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의 2014년식 모델도 작년 하반기에 새로이 개수를 마친 그랜드 체로키의 디자인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프론트 마스크의 디테일이 그러하다. 블랙 매쉬 타입이었던 라디에이터 그릴이 실버 매쉬로 변경되었고 안개등 주변에 가느다란 크롬 라인이 추가되었으며 범퍼 하단의 디자인이 일부 변경되었다. 그랜드 체로키처럼 헤드램프까지 완전히 변경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닮은 인상을 준다. 심지어 아직도 그랜드 체로키로 착각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측면이나 후면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 윈도우 쪽에 붙어 있는 도어 핸들도, 윈도우 라인도 특별히 바뀐 부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굳이 있다면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의 구성이 살짝 바뀐 점 정도다. 블랙베젤을 부분적으로 적용하여 좀 더 신선하고 현대적인 느낌으로 변경되어 있다.






인테리어


2014년을 맞아 컴패스의 인테리어는 한 차례 변신을 감행했다. 어둑어둑하던 종래의 컬러 구성에서 탈피하여 한층 화려한 감각의 컬러로 운전자를 맞는다. 브라운 컬러의 시트와 마감재부터 실버 컬러의 플레이팅, 랭글러의 얼굴이 그대로 들어간 변속기 마운트의 커버 등 여러 가지 소소한 요소들이 재미있게 자리잡고 있다. 센터페시아의 각종 조작부는 직관적이고 단순하여 처음 조작하는 운전자에게도 어렵게 다가오지 않는다.







스티어링휠은 직경이 큰 편이다. 조작하기에 어려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운전자에 따라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감재로 사용된 가죽은 부드러운 질감이 일품이다. 그러나 손에 감기는 맛이 적고 잘 미끄러지기도 하는 부분은 약간 아쉽다. 좌우의 스포크에는 각각 오디오/핸즈프리 조절 기능과 크루즈 컨트롤 조작부가 자리잡고 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클래식하면서도 깔끔한 폰트가 돋보이고 시인성도 괜찮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사이즈가 작은 것이 흠이다. 상대적으로 거대하게 느껴지는 스티어링 휠도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더더욱 작아 보이게 만든다.





앞좌석 시트의 착좌감은 소프트하다. 2단계로 조절되는 열선 기능이 적용되어 있고 운전석 시트 착좌부는 전동식 전후 위치 조정 기능 및 높이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다. 운전석의 사이드 볼스터는 나름대로 제 역할을 수행해 낸다.




뒷좌석은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앞좌석의 히프 포인트가 높은 점 덕분에 2열 승객의 발이 들어 갈 만한 공간이 형성되어 있으며 등받이의 각도 조절도 가능하다. 시트 등받이에 설치된 스트랩을 이용하면 등받이의 각도를 조절해서 앞좌석 못지 않게 편안한 자세로 승차가 가능하다.



컴패스의 기본 트렁크 공간은 643리터다. 뒷좌석 등받이 각도를 최대한 세웠을 때의 용량이다. 뒷좌석을 모두 접게 되면 1,519리터로 증량된다. 뒷좌석 등받이는 6 : 4 비율로 접히며, 트렁크 위치에서의 조작은 불가능하다. 뒷좌석 위치로 와서 스트랩을 이용해야 한다. 공간 활용성은 SUV로서는 무난한 수준이다.




파워트레인


2014년을 맞아 새단장된 지프 컴패스에서 가장 커다란 변화가 있다고 한다면 바로 파워트레인에 있다. 물론 기존의 2.4리터 가솔린 엔진은 그대로지만 기존의 CVT변속기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크라이슬러의 6단 오토스틱 변속기가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렬 4기통 2.4리터 VVT엔진은 170마력/6000rpm의 최고출력과 22kg.m/4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공인연비는 복합모드 기준으로 9.3km/l이다.






로드 테스트 #1 - NVH & 승차감


2014년식 지프 컴패스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 바로 정숙성이다. 차음 유리의 적극적인 사용을 통해 기존 모델 대비 쾌적한 정숙성이 조성되어 있다. 내장재의 조립 품질도 향상되었는지, 실내에서 쓰잘데기 없는 잡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아이들링 정숙성은 일본차들의 수준에 근접했으며 주행 중의 정숙성 또한 우수한 편이다. 엔진의 회전 수를 3000rpm 이상 사용하지 않는 한, 정숙하고 쾌적한 소음 차단 능력을 보여준다.



승차감은 미국 출신의 극도로 소프트한 성향이 여지 없이 드러난다. 고속에서는 마치 바다 한가운데서 보트를 타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출렁거리지만 그 이하의 속도 대역에서는 불쾌하지 않은 안락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로드 테스트 #2 - 도로에서


6단 자동변속기로 트랜스미션을 갈아 치운 컴패스. 확실히 CVT를 사용했던 지난 모델에 대비해 가속 질감은 확실히 고급스러워졌다. 실측한 0-100km/h 가속 시간은 11.0초 정도로 지난 모델에 비해 개선이 이루어진 듯 하다. 제원 상으로는 변속기 하나 바뀐 것에 불과하지만 다른 부분들에서도 개선이 이루어졌는지, 전반적인 주행 질감이 소폭 상승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컴패스의 공차중량은 1,680kg으로 SUV로선 무난한 수준이지만 2.4리터 가솔린 엔진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난다. 여전히 경쟁자들에 비해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저속토크가 약해서 엔진을 한껏 다그쳐 줘야 비로소 제 힘을 내게 된다.



하체 부분으로 가면 전형적인 미국식 설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튼튼한 섀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속 코너는 물론 저속 코너에서도 롤링과 피칭이 큰 폭으로 발생한다. 미국식의 소프트한 서스펜션 세팅 때문인 듯하다. 이는 컴패스의 고속 안정성 및 코너에서의 안정성을 저하시키는 주된 요인이다. 브레이크의 성능은 일상적인 운행환경에서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지만, 고속에서는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





로드 테스트 #3 - 자연에서


컴패스는 온로드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렇다면 컴패스와 함께 한 오프로딩은 어떨까? 컴패스와 함께 눈이 아직 녹지 않은 비포장 도로와 진창길을 달려본다.



컴패스는 저속 기어가 없는 상시 4륜구동 SUV다. 대자연으로 뛰어 들기에는 부족한 구동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컴패스는 이번 오프로딩 테스트에서 지프의 이름에 합당한 인상적인 성능과 조작성을 보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시 4륜구동계를 채용하고 있는 SUV´라는 조건 하에서다.




컴패스에 적용된 지프의 능동형 상시 4륜 구동 시스템인 ´프리덤 드라이브 I´는 이러한 환경에서 크게 도움이 된다. 컴패스와 동급의 상시 4륜 구동 시스템을 갖춘 차들은 구동계에 대해 운전자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상시 4륜 구동 시스템의 특성 상, 노면 상황의 파악과 그에 따른 작동 일체를 전자장비에게 일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컴패스에 탑재된 프리덤 드라이브 I는 ´4WD LOCK´ 레버를 이용해, 파트타임 4륜 구동 시스템처럼 디퍼렌셜을 잠글 수 있다. 이를 통해 눈길이나 진창길, 혹은 모래밭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행이 이루어진다. 의도적으로 리어 엔드를 미끄러뜨려 봐도 자세를 곧잘 추스른다. 등판 능력도 수준급이다. 문득 파트타임 4륜 구동 SUV를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단순하고 기계적인 느낌을 준다.




온로드 성능에서 지적했던 부분들은 오프로드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요소로 탈바꿈 한다. 소프트한 서스펜션은 굴곡이 많은 오프로드에서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해낸다. 고회전에서 제 힘을 내는 엔진은 온로드에 비해 그립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오프로드 환경에서 도움이 된다. 저속토크가 강한 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바퀴가 헛도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CVT를 버리고 수동조작이 가능한 6단 오토스틱을 채용한 점도 컴패스의 오프로드 적응력을 끌어 올려준다.




연비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SUV인 만큼, 좋은 연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시내에서 연비와 관계 없이 편하게 운전했을 때에는 평균 7km/l 내외의 연비를 기록한다. 연비를 우선하여 운행해도 9km/l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하는 경우 12km/l정도의 연비가 나온다.




사양 & 가격


2014년형 컴패스에는 크라이슬러 그룹의 ´유커넥트´ 시스템을 포함, 차량 도난 방지 기능, 크루즈 컨트롤, 아이팟 단자 및 Aux 단자, 그리고 9개의 스피커를 갖춘 ´보스턴 어쿠스틱스´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된다. 이 외에도 운전석/조수석 에어백, 사이드/커튼 에어백, 주행 안정 장치(ESP), 전자식 전복 방지 시스템(ERM) 등의 안전사양 또한 제공된다.



2014년형 컴패스는 ´2.4 리미티드´의 한 가지 모델만 운영된다. 가격은 VAT포함 3,550만원이다. 통상 4천만원 이상의 가격이 책정되는 다른 수입 엔트리급 SUV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이다.




총평


컴패스는 그 동안 ´형만한 아우 없다´는 평을 들어 왔다.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가문의 명성에 흠집을 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성적을 보였었다. 그러나 2011년의 페이스 리프트는 컴패스를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2014년의 컴패스는 새로워진 변속기와 함께 좀 더 완성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여전히 온로드에서는 서투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오프로드에서는 수준 있는 실력을 보여준다. 물론 절대적인 능력은 형들에게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러나 가문의 명성에 난 흠집을 일부 지울 수 있을 만큼 성장을 이뤄냈다. 맏형을 쏙 빼닮은 당당한 외모, AWD 기반의 SUV로서 충분한 오프로드 성능, 부족하지 않은 공간 활용 능력, 그리고 수입 SUV로서는 매력적인 가격대를 갖추고 있다. 데뷔 후 7년의 시간 동안 많은 부분이 변했고 그 만큼 더 원숙해진 컴패스.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 받기를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