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크한 스타일의 파리지엥 - 시트로엥 DS4 2.0 HDi

2014-01-14     박병하

시트로엥은 1955년도에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대작을 하나 만들어 냈다. 그 이름은 바로 ‘DS’. 시대를 한참 앞서간 각종 혁신적인 설계와 기술, 그리고 공기역학을 본격적으로 반영한 파격적인 스타일링까지 겸비한 DS는 시트로엥의 중흥을 이끄는 대표 주자였다.



시트로엥은 최근 모회사인 푸조의 지원을 등에 업고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발돋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DS의 이름을 빌린 고급형 서브 브랜드인 ‘DS’ 라인업이 존재한다.



시트로엥의 DS4는 2012년 7월부터 국내 시장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독특한 스타일링과 경제성을 무기로 내세운 DS4는 2.0리터 H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조합 파워트레인을 새로이 라인업에 추가했다. 2.0리터 엔진을 비롯하여 각종 사양들이 대폭 보강된 DS4를 통해 프랑스인들이 말하는 프리미엄을 경험해 보기로 한다.


Exterior


DS4의 스타일링을 보고 있으면 분명 해치백의 실루엣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상고나 루프 라인을 보면 일반적인 해치백이 취하는 형태가 아니다. 높은 지상고는 일반적인 승용 해치백에서 취하는 방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이는 부분이다. 또한 유연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 역시 한 줌의 공간이 아쉬운 해치백이 취해야 할 형태와도 거리가 있다.



시트로엥 DS4는 해치백 형태의 자동차들 중에서 가장 화려하게 꾸며진 차다. 이러한 화려함은 기본적인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차 전반에 걸쳐 있는 갖가지 장식과 디테일 등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DS 엠블럼이 전후좌우로 하나씩 붙어 있고, 블랙 하이글로스 패널과 크롬 장식들을 아낌 없이 사용한 장식 효과는 남성보다 여성 고객들에게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DS4의 전면부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헤드램프는 제논 벌브가 적용되어 있고 헤드램프 워셔 및 코너링 램프 기능도 지원한다. 클리어 타입의 헤드램프는 DS4의 인상을 한층 더 강렬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이다.




‘더블 셰브론(Chevron: 갈매기)’이라는 별칭을 가진 시트로엥의 엠블럼은 번쩍이는 크롬으로 마무리된 거대한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로 전용되었다. 그 뒤에 자리한 독특한 패턴의 매쉬 타입 그릴이 눈에 띈다. 탁구공 만한 안개등 주변에는 ‘ㄱ’자 형태의 LED 데이라이트가 자리잡고 있다.




DS4의 장르를 섣불리 정의 내리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 중 하나인 측면은 유연하고 감각적인 실루엣을 가지고 있다. 입체적인 웨이스트 라인과 캐릭터 라인의 볼륨감은 DS4의 스타일을 더욱 섹시하게 만들어 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던 갖가지 디테일들은 DS4의 스타일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이다. 화려한 스타일 만큼이나 휠도 더욱 크고 화려한 형태를 가진 18인치 사양을 사용하고 있다. 타이어는 225/45 R18 규격의 스포츠 타이어를 사용한다.





DS4의 후면부 역시 유려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크롬으로 치장한 리어 범퍼, 반짝이는 시트로엥과 앙증맞은 DS4 엠블럼 등으로 이루어진 후면부는 전면부부터 이어지는 화려한 자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크롬 테두리는 얼핏 듀얼 머플러로 착각되는 형상이지만, 머플러는 싱글에 히든 타입으로 되어 있다.


Interior


DS4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형태는 만족스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마감재의 품질에 대해서는 ‘프리미엄’을 칭하기에는 모자란 부분들이 많다. 익스테리어에서 한껏 받았던 기대감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은 4스포크 타입으로 D컷 스타일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즈가 작은 편이 아니라서 그다지 스포티해 보이진 않는다. 그립감은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좋은 편도 아니다. 게다가 온갖 버튼들이 스티어링 휠을 둘러싼 형태로 배치되어 있어 좀 산만한 느낌을 준다.



DS4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폰트는 깔끔하고 현대적이다. 아날로그 스피도미터와 큼지막한 디지털 스피도미터를 함께 담아낸 구성이 독특하다. 색상을 4가지로 변경할 수 있는 점도 포인트. 이 외에도 방향지시등의 소리도 4가지로 조절할 수 있는 점이 독특하다.



센터페시아의 오디오 패널은 처음 사용하는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는 푸조의 시스템과 비슷하다. 조작체계가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에 각각 나뉘어져 있는 점도, 산만하기 짝이 없는 버튼들의 배치마저 비슷하다. DS4 2.0 HDi Chic에 적용된 블루투스 기능은 전화 기능 외에 오디오 스트리밍 등의 다른 부가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오디오 UI의 디자인도 그다지 세련되지는 못하다. 대신 오디오의 성능은 나쁘지 않고, 공조장치 조작계통은 의외로 손쉽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어 편리했던 것이 위안이 되는 부분이다.




DS4의 인테리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바로 전방의 파노라믹 윈드스크린을 꼽게 된다. 일반적인 자동차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컨버터블 차량보다도 시원한 개방감을 만끽할 수 있다. 개방감과 함께 넓은 시야까지 제공해 주는 파노라믹 윈드스크린은 DS4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앞좌석 시트는 세미 버킷 타입으로 만들어져 있다. 착좌감은 양호한 편이다. 적당히 솔리드한 감각을 가진 시트는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의아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시트의 조절기능이다. 요추받침은 전동식으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높이와 각도는 수동으로 조절해 줘야 한다. 마사지 기능까지 가지고 있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저 요추받침이 앞뒤로 스멀스멀거리며 왔다 갔다 할 뿐이기 때문이다.



뒷좌석 공간은 C세그먼트급 해치백으로서는 일반적인 수준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DS4의 유연한 루프 라인이 뒷좌석의 헤드룸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 특기할 만 하다. 공간은 충분히 여유로운 편이다. 그러나 열 수 없게 만들어진 뒷좌석 윈도우는 의문스런 점이다.





트렁크 공간은 넓고 실용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트렁크의 실용량은 370리터로, 비슷한 사이즈의 해치백들 중에서도 우수한 편이고 공간 설계가 잘 되어 있다. 리어시트는 6:4 폴딩 기능 외에도 스키쓰루를 지원한다. 트렁크룸 좌측의 조명은 손전등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Powertrain


시트로엥 DS4 2.0에 사용되는 파워트레인은 푸조에서 사용하는 2.0 H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구성이다. 이 파워트레인은 푸조의 508 2.0 모델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최고출력은 163마력/3750rpm, 최대토크는 34.6kg.m/2000rpm이다.


START & NVH


시트로엥 DS4 2.0의 시동을 거는 방식은 키를 키 홀에 꽂아 넣고 돌리는 고전적인 방식이다. 우렁찬 소음과 함께 시동이 걸리지만, 아이들링 시의 소음 및 진동 억제력은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D레인지로 변속기를 이동시키고 나면 기어가 맞물리는 과정에서 스티어링 휠과 페달로부터 제법 큰 진동이 밀려온다. 그리고 기어가 고단으로 넘어가서 회전수가 1200~1800rpm 사이의 저회전 영역에 머무르게 되면 비슷한 강도의 진동이 느껴질 때가 있어 때때로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프리미엄을 주창하는 시트로엥 DS4가 이런 현상을 보인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그러나 그 외의 영역에서는 대체로 쾌적한 NVH 제어능력을 보인다.


Performance


DS4 2.0 HDi의 성능은 흔히 말하는 ‘실용영역’에서는 경쾌한 가속감과 주행감을 보여준다. 토크 밴드가 저회전 영역에 집중되어 있는 파워트레인 덕에 시내에서 이동하는 중에는 스트레스 없는 운행이 가능하다. 60km/h까지는 배기량과 체급에 걸맞은 경쾌한 감각을 보여준다. 탄탄한 섀시와 포용력이 있는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잘 걸러내고, 사이즈에 비해 우수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차를 한껏 몰아 붙이기 시작하면 그다지 유쾌한 가속감을 주진 못한다. 최대 토크가 나오는 시점이 2000rpm부근이기 때문에 고회전으로 넘어갈수록 힘을 못쓰는 기색이 역력하다. 출력이 상한에 도달하는 3750rpm까지는 어느 정도 밀어주는 감각이 있지만, 그 이상으로 넘어가면 답답한 느낌만 전해져 올 뿐이다. 부족한 뒷심은 제원 상 212km/h로 표기된 톱스피드에 대해 의구심이 들게 한다. 0-100km/h 가속 시간은 평균 9.7초를 기록했다.



핸들링 면에서는 괜찮은 능력을 보인다. 탄탄한 섀시와 묵직한 스티어링 휠로부터 전해지는 민첩한 조향감각은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준다. 2.0 모델을 위해 장착된 스포츠 타이어도 영민한 몸놀림에 일조한다. 고속에서도 차체가 출렁이지 않는 안정감 또한 인상적인 부분이다. 제동력도 무난한 수준이다. 초반엔 부드럽게 반응하며 조작량을 늘릴수록 제동력이 상승하는 구조다. 그러나 브레이크 페달은 비교적 가벼운 편이라 고속 상황에서는 조작에 다소 주의가 필요하다.



Fuel Consumption


시트로엥 DS4 2.0의 연비는 경제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PSA의 일원답게 준수한 수준을 보여준다. 시내에서는 평균적으로 12km/l 내외의 연비를 보이고 고속도로에서는 17km/l를 넘나드는 수준이다. 2.0 HDi 엔진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일반적인 방식의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면서도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딱히 부럽지 않은 수준의 연비를 자랑하는 점이 강점이다.


Equipment & Price


DS4 2.0의 모델군은 Chic와 So Chic로 구분된다. 시승차인 Chic 모델은 전/후방 주차 보조센서,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스테틱 코너링 라이트, 주차 공간 측정 시스템 등이 제공된다. VAT를 포함한 가격은 2.0 HDi Chic 4,190만원, 2.0 HDi So Chic가 4,320만원이다.




Verdict


시트로엥 DS4 2.0 HDi는 해치백 형태의 자동차들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감각적인 자태와 실용적인 공간 구성을 갖춘 차다. 일상을 위한 자동차로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한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트로엥 DS4의 인테리어와 주행 품질에서는 ‘프리미엄’이라는 말에 의문 부호를 달지 않을 수 없다. 화려한 외모 뒤에 감춰진 내면은 우리가 일상에서 지겹도록 마주하는 흔한 승용차들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몇 부분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들도 있다. 그렇기에 서두에서 언급했던 ‘프랑스인들이 말하는 프리미엄’은 생각보다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개성´이라는 면에서는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를 확보하고 있다.



DS4는 남다른 개성을 추구하면서도 합리적인 성향을 가진 파리지앵들의 표상과도 같은 차다. 유니크한 감각의 화려한 익스테리어, 개방감 넘치는 시야 등이 바로 그것이다. 성능 면에서는 일상용 자동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다루기 쉬운 주행 특성과 편의성을 가지고 있다. 유니크한 스타일에서는 평범함을 거부하는 파리지앵의 개성을, 도구적 가치에 좀 더 집중된 차의 전반적인 특성은 실용성을 추구하는 그네들의 성향이 녹아 있다. DS4의 유니크한 매력을 알아 줄 이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원해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