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JCW 클럽맨, 인제 스피디움을 달리다
프리미엄 소형차를 전문적으로 빚는 미니(MINI)가 인제 스피디움에 집안 식구들을 대동했다. 매콤한 조미료를 듬뿍 뿌린 'JCW(John Cooper Works)' 모델들을 선보이는 'JCW 챌린지' 개최를 위해서다.
미니의 고성능 모델을 전담하는 'JCW'는 초대 미니를 손수 개조하여 레이스에 참가했던 열정적인 레이서 '존 쿠퍼'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미니의 고성능 디비전이다. 그는 알렉 이시고니스가 창조한 '작음의 미학'을 열정의 결정체로 승화시킨 그야말로 숭고한 정신의 '도전자'였다.
특히나 이번 행사에선 한국에서 열린 JCW 축제를 기념하고자 존 쿠퍼의 손자인 '찰리 쿠퍼'가 직접 인제 스피디움을 찾아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또한 일본 기자들도 그의 행보를 보도하기 위해 물 건너 오기도 했다. 이렇게 보니 새삼 한국 시장을 향한 미니의 애정이 제법 각별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는 JCW의 역사를 직접 읊어주며 디비전 창업자인 할아버지가 걸어온 이야기들을 전했다. 그 이야기들에는 추억과 자부심이 담겨있었다. 마치 영웅 설화를 듣는 듯했던 시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인제 서킷에서 JCW를 맛보기로 했다. 인제 스피디움 여기저기 널린 JCW카들을 보니 본인도 모르게 손에 땀이 쥐어졌다. 사실 고성능을 표방하는 미니는 처음이었다. 기대감과 긴장감이 공존하며 오묘한 감정을 만들어냈다.
설레는 마음을 다잡고 인제 스피디움 메인 서킷으로 향했다. 피트에는 JCW 클럽맨과 JCW 컨트리맨이 일렬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인스트럭터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살짝 늘어진 모양새지만 컨트리맨 보다 전고가 낮아 한결 날렵할 듯한 클럽맨을 선택했다. 실제로 JCW 클럽맨은 JCW 컨트리맨보다 최고속도도 4km/h 높은 데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도 0.2초 빠르다.
컨트리맨과 클럽맨은 모두 빨간색 데칼을 여기저기 발라 톡톡튀는 모양새를 자랑했다. 더군다나 여기저기 붙어있는 빨간 액센트와 JCW 엠블럼은 둥글거리는 외관을 심심치 않게 꾸며냈다. 프리미엄 소형차면서도 많은 이들에게는 패션카 역할을 도맡는 브랜드답게 스포티하면서 팬시한 외관을 완성했다.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실내도 외관과 다름없이 빨간색 액센트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예컨대, 수동변속기 노브를 흉내 낸 부츠타입 기어노브나 스티어링 휠에는 빨간색 실밥으로 마무리했다. 사실 이제는 흔해빠진 고성능차의 클리셰이지만, 메이커를 불문하고 이 수법을 사용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러면서 계기판 레드라인을 체커키 문양으로 표기한 재치에 감탄을 표했다.
행사를 통해 미니 측에서 공개한 JCW 모델은 총 네 가지였다. 해치백 - 컨버터블 - 클럽맨 - 컨트리맨 모두 231마력의 2리터 터보 엔진을 품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패밀리카 성향이 짙은 클럽맨과 컨트리맨에는 해치백과 컨버터블에 장착되는 6단 자동변속기 대신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다. 4.2미터 남짓한 슈퍼미니급 자동차에겐 다소 과분한 장비인 듯싶지만 미니는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임을 잊지 말자.
아날로그 감성이 솟구치는 토글 스위치를 조작하여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고, 변속기도 S 모드로 바꿔 JCW 클럽맨을 보채기로 했다. 피트를 나서며 가속 페달에 올린 발에 힘을 실으니 JCW 클럽맨은 기백 넘치는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JCW가 매만진 2리터 직분사 터보 유닛은 클럽맨 라인업 상 바로 아래에 위치한 클럽맨 쿠퍼 S에 장착된 2리터 엔진보다 39마력이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출력 수치 자체가 높지 않은 만큼 다루기에는 부담이 없고, 아이신제 변속기는 한결 부드러워 크게 자극적인 면모를 보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JCW 클럽맨은 고저차가 제법 높은 데다 격렬한 코너들이 가득한 인제 스피디움에도 주눅 든 기색이 없었다. JCW 모델을 위해 10mm 낮춘 하체는 승차감과 균형을 이루며 부드러움이 묻어나긴 해도, 불안감까지 이어지는 사태를 초래하지 않았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몸놀림도 브랜드 DNA를 가득히 품어 날렵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4.2미터 남짓한 컴팩트한 차체에 4피스톤 브레이크를 적용하고 레이아웃을 불문하고 JCW 모델 전 라인업에 배기 시스템을 매만져 스포티한 감성을 증폭시킨 건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클럽맨 JCW는 속도계 바늘이 어디를 향하든 신뢰 넘치는 제동 성능을 자랑했고, 속도를 줄여나가는 찰나에는 배기 사운드로 귀를 즐겁게 해줬다.
다만 JCW 엠블럼을 머릿속에 띄우면 그 상상 속에 품게 되는 '하드코어 핫해치'라는 수식어와는 살짝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서킷에서도 제법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일상생활에서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듯한 섀시 세팅을 자랑하고 있어 실제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물론 JCW 전용으로 마련된 고성능 엔진과 섀시 튜닝에 대한 대가가 조금 비쌀 뿐이다.
스포츠를 위해 일상을 포기해야 했던 과거의 JCW와 비교하면 세월의 많이 흘렀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미니는 보다 많은 이들을 JCW 브랜드로 끌어오기 위해 변해야 했으며, 컨트리맨을 비롯하여 다양해진 라인업과 다루기 쉬워진 주행감각이 그 변화의 증거다.
그렇다고 해서 미니 브랜드를 화끈하게 다듬었던 JCW의 정신이 흐릿해진 건 아니다. 4.2미터 남짓한 서브컴팩트카가 서킷을 부담 없이 질주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나는 거구의 경쟁자들을 쓰러뜨리며 몬테카를로 랠리를 질주했던 초대 미니의 정신, 그리고 그 미니를 매만졌던 존 쿠퍼의 열정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