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최고의 'RV 스페셜리스트'를 노리다

2018-01-11     윤현수

국산 고급차 시장이 수입차 시장의 득세로 축소되기 시작하더니 그 고급차의 대표 주자 중 하나였던 쌍용 체어맨은 결국 라인업에서 이름을 지웠다. 그리고 2018년, 쌍용차는 코란도 투리스모의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하면서 자사의 라인업을 새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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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뒤따라 나오는 모델명을 일종의 서브 브랜드로 삼은 것이다. 플래그십 라인업인 ‘렉스턴’, 미들 클래스 모델들에는 ‘코란도’ 네이밍을 붙였다. 그리고 엔트리 모델이자 최고 효자 모델인 ‘티볼리’까지 구성하여 구색을 맞춘 것. 체어맨이란 이름을 지워버리긴 했으나 ‘RV 스페셜리스트’의 면모를 더욱 공고히 세운 것이다.
 
모델 가짓수는 6개에 불과하지만 단순화 및 체계화를 통해 제법 탄탄한 구성을 갖췄다. 아울러 규모가 작은 브랜드인지라 모델 주기가 길다는 것은 미래 전략을 짜는 데에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많긴 해도, 일단 주요 모델들이 꽤 싱싱하다는 것은 위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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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쌍용차는 연초부터 활발한 신차 러시를 감행 중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제법 좋아 2018년을 기대하게 한다. 올해 첫 신차였던 코란도 투리스모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새 쌍용차 스타일 패밀리룩을 입어 한층 세련된 외모를 갖췄다. 여전히 말이 많던 외모가 호감형으로 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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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렉스턴 브랜드로 출시된 쌍용차의 새 픽업 트럭, ‘렉스턴 스포츠’는 단연 올해의 최고 기대주다. 렉스턴 스포츠에게 바통을 넘겨준 ‘코란도 스포츠’는 2017년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쌍용차였다. 유일한 국산 픽업트럭으로서 높은 유틸리티는 물론 뛰어난 경제성으로 꾸준히 인기를 끌어오던 모델이기 때문.
 
그 국민 픽업트럭 타이틀을 이어받을 렉스턴 스포츠는 특유의 경제성과 유틸리티를 유지하면서 렉스턴이 품은 신세대 쌍용차 디자인과 최신 편의장비들을 지녀 높은 상품성을 지니게 되었다. 특히 이전보다도 차체 사이즈를 더욱 키워 부족했던 2열 거주성을 보완했고, 적재 용량까지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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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2,300만 원대로 시작하는 가격대는 이전보다 150만 원가량 상승한 수치임에도 소비자들은 되려 상품성 개선 폭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다며 환호했다. 기반이 되는 렉스턴의 네임밸류를 등에 업은 것은 덤. 잘 팔릴만한 요소들을 몽땅 품었다. 또한 편의장비 구성과 디자인에도 호평을 일삼으며 역대 쌍용차의 ‘스포츠’ 시리즈처럼 무난히 성공 가도를 달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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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델들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슬며시 떠오르는 브랜드는 ‘랜드로버’였다. 물론 브랜드 포지셔닝이 판이하게 다르기에 직접적인 비교를 하긴 어려우나, 주요 모델의 서브 브랜드화를 통해 모델명 아이덴티티와 헤리티지를 강화시키는 전략을 채용한 것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인다. 중구난방이었던 라인업을 체계화시킨 것부터 의의가 있다.
 
쌍용차는 2013년, 부진의 연속에서 라인업 일부를 코란도 브랜드로 바꿔 재미를 봤던 전례가 있다. 2014년 1월에는 코란도 브랜드로 개편된 모델들을 이끌고 르노삼성을 제치기도 했다. 과거의 영광을 활용한 다소 눈물겨운 브랜드 전략이었지만, 그들의 선택은 옳았음을 결과로 입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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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17년에 쌍용차는 한국에서만 10만 대를 넘게 파는 쾌거를 보였다. 효자 모델인 티볼리가 걸출한 경쟁상대들을 만났음에도 철옹성과도 같은 고정수요 유지로 해당 카테고리를 다시금 장악한데다, 당시 기대작이었던 렉스턴도 제법 괜찮은 성적을 내줬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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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브랜드 플래그십인 렉스턴의 이름을 받은 ‘렉스턴 스포츠’가 쌍용차의 영업 이익 적자에서 탈출하도록 도와야 한다. 볼륨 모델 중 하나였던 코란도 스포츠의 뒤를 잇는지라 신차효과와 상품성 대폭 개선으로 판매량과 실적 향상에도 제법 크게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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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걱정거리가 남아있긴 하다. 컴팩트 SUV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코란도 C는 작년에 페이스리프트를 한번 더 거치긴 했어도 어느덧 데뷔 7년 차의 노구다. 상품성 저하 탓에 주력 모델로 활약해야 할 제품인데도 플래그십 모델보다 판매량이 저조하다는 건 기업 입장에서 치명적인 부분이다.
 
코란도 C는 2019년에 풀체인지가 계획되어있으나 그 간격을 메울 수 있는 뚜렷한 수가 없는 것도 뼈아프다. 컴팩트 SUV 카테고리가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여전히 볼륨모델임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클래스에서 경쟁하는 현대차그룹의 투싼과 스포티지는 국내에서만 도합 8만 8천 대를 넘게 팔았다. 생각보다 넓게 파여버린 홈을 적절히 메워야 할 전략 구상이 쌍용차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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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흠이 없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쌍용차가 2018년을 위해 정성스레 차려놓은 밥상을 보아하니 쌍용차가 바라보는 내수 11만 대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아울러 체계화를 통해 구색을 맞춘 쌍용차 라인업을 보니, 그들이 꿈꾸는 ‘최고의 RV 명가’ 타이틀이 그리 머지않았음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