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변천사로 점쳐보는 새로운 골프의 모습!
폭스바겐은 11월 초 자사의 베스트 셀러 해치백이자 현재 7세대까지 출시되어 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골프(Golf)`의 새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오랜 역사만큼 폭스바겐 골프는 그 어떤 유럽 자동차보다도 많이 팔린 인기 차종이다. 그 증거로 1세대 모델이 등장한 1974년부터 2015년 연말까지 총 3,259만 25대의 골프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이 수치는 골프가 출시된 이후 매 40초 마다 전 세계의 어딘가에서 골프가 팔린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오는 11월에 공개될 폭스바겐의 스테디셀러, 골프의 새로운 모델 공개를 앞두고 본지에서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골프의 변화를 짚어보았다.
1974년 소개된 1세대 폭스바겐 골프는 당시 유럽에서 비주류였던 `해치백(Hatchback)`이라는 세그먼트를 주류로 끌어올린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특이하게도 폭스바겐 골프는 이전까지의 폭스바겐의 베스트 셀러였던 `비틀(Beetle)`과는닮은 점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반대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정도다. 비틀은 둥근 곡선으로 가득한 딱정벌레 같은 외형에 뒤엔진 뒷바퀴 굴림(RR) 방식을 취했지만, 골프는 직선적인 외형에 앞엔진 앞바퀴 굴림(FF) 방식을 취했다.
자동차 디자인에 한 획을 그은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빚어낸 직선적인 1세대 골프의 디자인은 언뜻 보기에 투박해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실용성을 염두에 둔 결과물이다. 골프의 실용성과 함께 폭스바겐 골프 특유의 두터운 C 필러(Pillar)가 주는 강렬한 인상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인기에 힘입어 골프 1세대는 컨버터블 버전, 픽업트럭 버전 등 다양한 형태로 생산되었다. 특히, 1976년에는 최초의 `핫해치`이자 40년이 지난 지금도 핫해치의 대명사로 불리는 `골프 GTI`가 등장한다. 이밖에 해외로 수출된 골프는 미국에서 `폭스바겐 래빗(Rabbit)`, 그리고 멕시코에서 `폭스바겐 카리브(Caribe)`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다. 1세대 골프는 1세대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인 `시티 골프(Citi Golf)`가 무려 1984년부터 2009년까지 26년간 남아공에서 판매된 특이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1983년에 등장한 2세대 골프는 눈부신 상업적 성공을 거둔 1세대의 디자인을 상당수 유지했다. 외형 디자인을 좀 더 다듬어 딱딱한 느낌을 지우려고 한 시도는 보이지만, 여전히 1세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직선적인 디자인이 차 전체를 덮고 있다. 하지만 외모는 1세대와 큰 차이가 없을지 몰라도, 차체는 상당 부분 변화했다. 운전자에게 더욱 안락한 운전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전반적으로 몸집을 키웠다. 전장, 전폭, 그리고 휠베이스 등이 늘어났고, 실내 공간 역시 마찬가지로 커졌다. 스티어링 휠은 1세대 골프보다 두께가 한층 굵어지고 지름이 작아져 역동적인 주행을 염두에 둔 모습이다.
1991년 출시된 3세대 폭스바겐 골프는 디자인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직선적인 선들이 주류를 이루었던 1, 2세대에 비해 곡선적인 요소들을 대거 도입한 것이다. 이로인해 2세대까지 원형을 유지했던 헤드램프는 길쭉한 타원형으로 변했고, 실내/외를 뒤덮고 있었던 뻣뻣한 직선들은 부드럽게 다듬어졌다. 이외에도 골프의 파생 모델로 스테이션 왜건인 `골프 에스테이트(Estate)`가 라인업에 추가되었다.
3세대의 출시 이후 6년 만인 1997년, 폭스바겐은 골프의 4세대를 내놓았다. 당시의 폭스바겐 그룹 디자인 총괄인 `하무트 바쿠스(Harmut Warkuss)`의 지휘로 탄생한 골프의 4세대 모델은 그야말로 폭스바겐다운 스타일링의 정수를 보여주는 모델이었다. 이전 3세대의 디자인을 단정하게 정리하는 한편, 골프의 상징인 두터운 C필러를 더욱 두드러지게 강조하였다. 인테리어에서 또한 큰 차이를 보였다. 3세대는 계기판에서부터 센터 콘솔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디자인을 취했던 반면, 4세대는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를 분리하는 시도를 했다. 아울러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도 변화했으며, 뛰어난 실내 품질은 골프 4세대의 자랑이었다.
높은 인기로 다양한 파생 모델을 선보인 4세대 골프는 폭스바겐으로서도 애정이 각별한 모델이었다. 4세대 골프는 3/5도어 해치백 형태는 물론, 4도어 세단형 파생 모델(보라, 제타)까지 생산되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4세대를 바탕으로 한 컨버터블 모델은 생산하지 않았다. 대신 3세대 컨버터블 모델의 외관을 4세대에 가깝게 수정하여 출시했다. 이밖에 4세대 골프는 5세대가 이미 출시된 2008년에도 브라질, 중국, 멕시코와 같은 나라에서, 페이스 리프트를 거쳐 골프 또는 `보라(Bora)`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다.
2003년 골프는 새로운 모습과 함께 5세대로 돌아왔다. 골프의 상징인 C필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헤드라이트와 후미등 역시 둥근 형상으로 변경했다. 전반적으로 몸집을 크게 키웠고, 실내공간도 넓어졌다. 5세대 골프의 인테리어는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를 확실히 분리하는 것은 물론, 센터페시아의 형상에 더욱 현대적인 수정을 가했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악센트를 넣어 세련미를 살린 점도 특징이다. 하지만 실내의 마감 및 조립 품질이 4세대보다 떨어지는 바람에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비운의 모델이기도 하다.
2009년 등장한 6세대 골프는 당시 폭스바겐 그룹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발터 드 실바(Walter de`Silva)의 진두지휘 아래 디자인되었다. 발터 드 실바는 현재 아우디의 디자인 정체성인 `싱글 프레임 그릴`을 완성한 디자이너로, 그는 6세대 골프의 디자인을 5세대 골프의 완성형에 가깝게 만들고자 했다. 마냥 둥글기만 했던 디자인에서 벗어나 측면에서 돋보이는 직선적인 캐릭터 라인을 더욱 강조하여 날렵한 이미지의 골프를 완성했다. 보기에만 날렵해진 것이 아니라 실제 공기 역학적으로도 향상된 특성을 갖도록 하여, 연비는 물론, 실내 정숙성 개선까지 이루어낸 6세대 골프였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5세대의 것을 대부분 유지하면서도, 이전 5세대에서 나쁜 평을 받은 바 있는 소재를 개선하는 시도를 하였다.
2012년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된 7세대 골프는 5세대 골프의 플랫폼에서 벗어나 `아우디 A3 `와 `세아트 레옹(Seat Leon)` 그리고 `스코다 옥타비아(Skoda Octavia)`와 같은 MQB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6세대 모델보다 차체 크기를 또 한 번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6세대 대비 최대 100kg 가벼운 차체 중량을 달성했다. 7세대에 들어서면서, 외관 디자인은 또 한 번 크게 변화했다. 7세대 골프는 기존 골프의 곡선적이었던 부분들이 모두 사라지고, 날카로운 직선들로 뒤덮였다. 예리한 직선으로 완성된 7세대 골프는 골프의 디자인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심지어 6세대까지 줄곧 원형을 유지해왔던 주유구 커버까지 사각형으로 변경되었다. 실내는 소재를 대폭 개선하는 한편, 골프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D컷 스티어링 휠을 기본으로 했다. 그리고 4세대부터 떨어져 있었던 계기판과 센터페시아가 다시 3세대의 일체형에 가까운 형태로 변화했다.
폭스바겐 골프의 1세대에서부터 시작된 소소한 변화들은 7세대에 이르러 결국 아주 큰 변화를 이뤄냈다. 과연 11월에 공개되는 골프의 새로운 변신은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에 골프의 디자인 변천사가 우리에게 답을 주고 있다. 폭스바겐 골프는 홀수 세대에는 디자인에 획기적인 변화를, 그리고 짝수 세대에는 이전 세대의 변화를 다듬는 페이스 리프트의 과정을, 골프는 40년이 넘는 역사 동안 계속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8세대 골프를 앞두고 많은 예상도가 난무하는 가운데, 우리는 한 가지를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바로, 폭스바겐 골프의 8세대는 7세대의 디자인을 완성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폭스바겐 골프가 지난 40여 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