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가을 운동회 (미디어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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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가을 운동회 (미디어 데이)
  • 모토야
  • 승인 2012.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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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의 하이라이트인 이어달리기. 파란색과 붉은색 스티커를 붙인 기자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며 달려온다. 미니 쿠페를 본뜬 커다란 바통이 내게로 건네졌다. 두 발 힘차게 구르며 뛰쳐나갔다. 웬일인가 싶을 테지만, 여긴 미니(MINI)의 ‘가을 운동회’ 행사장이다.

지난 26일, 미니는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가을 운동회를 열었다. 하루 동안 자유롭게 미니를 타보고, 현장에서 정보와 의견을 나누며 미니를 느끼라는 의도다. 더불어 미니 브랜드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들떠있었다. 스태프들이 교복과 교련복을 입은 채 기자들을 맞이했다. “미니 국민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일단 국민체조부터 하시죠.”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고 표현한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백 투 더 올드 스쿨(Back To The Old School).’ 미니가 특이하고 기발한 이벤트를 좋아하는 것은 익히 알았지만 생각보다 한층 더 신선한 발상이었다. 수업을 하고, 운동회도 한단다.

◆ 작은 차체, 넓은 실내… 오리지널 컨셉트 그대로

1교시는 미술이다. 한밭대학교 산업디자인 학부의 구상 교수가 수업을 맡았다. 미니 디자인의 특성과 연혁을 살폈다.

알렉 이시고니스가 만든 오리지널 미니는 경제적인 이동 수단을 목표로 했다. ‘작은 차체, 넓은 실내’라는 목표로 설계된 미니는 충격이나 다름없었다. 공간 활용도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전륜 구동 방식의 이점을 살려 3050mm의 짧은 길이의 차체에 4명의 어른과 짐 실을 공간을 만들었다. 차체를 키워서 실내를 늘리기보다는 엔진을 작게 만들어 실내 공간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왼쪽: 미니 쿠퍼 베이커 스트리트, 오른쪽: 오리지널 미니 케이트 모스 디자인>

오리지널 미니는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엔진과 변속기도 단일 구조로 달았었다. BMW의 품에서 태어난 신형 미니 역시 마찬가지다. 오리지널 미니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모습이다. 컨셉트 또한 그대로다. 미니 해치백 기준 3723mm의 짧은 차체에 4명을 태울 수 있다.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앞뒤로 바퀴를 끝까지 밀어낸 극단적인 앞뒤 오버행은 안정감을 더한다.

◆ 강성과 유연성 사이의 균형

2교시는 BMW 코리아의 장성택 이사가 과학 시간을 맡아 미니의 기술을 요모조모 살폈다. 장성택 이사의 명함엔 ‘기술 한국인, 차량 기술사, 정비 기능장’ 등이 적혀있다. 34년 동안 자동차와 함께한 훈장이다. 현재 BMW 코리아에서 트레이닝 아카데미의 수장을 맡고 있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균형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으로 치중할 수가 없다. 차체도 마찬가지다. 바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강성과 유연성 둘 다 확보가 되어야 한다. 강성에 지나치게 치중하면 차가 무거워져 효율성이 떨어진다. 지나치게 유연한 차체는 금세 틀어져 똑바로 달릴 수 없게 된다.

<미니 쿠퍼의 차체도>

미니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알루미늄과 아연도금 강판을 사용한다. 알루미늄은 전기적 부식에 강하고, 아연 도금은 화학적 부식에 강하다. 또한 강도를 올리기 위해 얇은 판 여러 장을 겹친 판을 사용한다. 다중 결합 철판(Multiphase Steel)은 높은 강도를 얻으면서도 무게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필러 부분은 주조(Hot-Formed Steel)로 만든 철판을 사용한다. 전복 시 운전자의 머리를 지키는 필러는 튼튼해야하기 때문이다. 주조란 펄펄 끓는 쇳물을 식힌 틀에 고압으로 넣어 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튼튼한 통뼈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미니의 비틀림 강도는 R60(컨트리맨) 기준 26500Nm/˚. 1도를 구부리는데 26500Nm이 필요하다. 1Nm는 9.8kg·cm니 미니를 구부리려면 힘이 꽤나 들겠다.

◆미니 로드스터 쿠퍼 S 시승

수업이 끝나고 운동회와 시승이 겸해 치러졌다. 미니가 준비한 운동회에서 여러 경기를 하다 차례가 되면 시승에 나서는 것이다. 기다리는 지루함을 덜기 위한 배려다. 기자는 미니 로드스터 쿠퍼 S 모델을 골랐다.



<미니 빨리 끌기 등 다양한 행사도 같이 열렸다>

미니 로드스터는 미니 컨버터블과는 또 다른 맛을 담았다. 영국 클래식 로드스터의 정취가 물씬하다. 게다가 달리기 실력은 더 좋아졌다. 운전석 뒤에 자리한 격벽이 차체 가운데에서 버티며 강성을 높인다.

엔진은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를 맞물린 직렬 4기통 1.6L. 최고 출력은 184마력, 최대 토크는 24.5kg·m(오버 부스트 26.5kg·m)다. 1600~5000rpm의 넓은 구간에서 최대 토크를 내기 때문에, 주행 내내 넉넉한 토크를 느낄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은 7.2초, 복합 연비는 12.4km/L로 가속과 연비 모두 훌륭하다.

지붕을 열고 가속 페달을 밟아 차를 끌어 나가봤다. 머리 뒤에서 중저음의 배기음이 퍼져나갔다. 부드럽게 가속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니 로드스터는 뛰쳐나가고 싶어 하는 듯, 나를 보챘다. 기어 레버를 몸 쪽으로 끌어당겨 S 모드로 바꿨다. 가속 페달은 꽤나 예민해졌다. 가속감은 생각보다 긴박했다. 터보차저 특유의 강하게 미는 가속감이 끈끈하게 이어졌다.



<시승 행렬. 미니들이 일렬로 서서 출발하고 있다>

물론 184마력이라는 힘의 한계는 있다. 고속으로 가면 조금 힘에 부치는 느낌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222km. 고속 주행을 좋아한다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은 차체를 생각하면 딱 좋은 수준이다. 스티어링의 반응은 직설적이고 기민하다. 마치 카트를 닮았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자마자 바로 반응한다. 서스펜션이 수축하는 느낌도 상당히 즐겁다.

전륜구동의 약점, 언더스티어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다. 앞머리가 코너 바깥쪽으로 밀려날라치면 전자식 안전 장비가 개입해 차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다. 엔진의 가속을 스스로 조정하고 바깥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 회전을 돕는다. 전자장비는 불안한 노면 상황에도 운전자를 돕는다. 망가진 도로에 들어서자 차체는 거세게 흔들렸다. 마치 힘이 빠져나가는 불안함까지 들었다. 하지만 미니 로드스터는 속도를 유지할 수 있게 순식간에 자세를 잡았다.

오픈 에어링 감각은 만족스럽다. 미니의 즉각적인 반응에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는 맛이 더해져 즐거움은 배가 됐다. 다만 미니 로드스터를 타고 흙길을 달릴 땐 안경내지 선글라스가 필수다. 운전자 위로 부드럽게 바람이 흐르게 설계됐긴 하지만, 눈 안으로 들이치는 모래 먼지 때문에 조금 고생했다.

◆ 니치 브랜드에서 더 대중적인 위치로 전환

BMW 코리아는 미니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미니 브랜드를 니치 마켓에 국한시키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대중 브랜드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더 대중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략을 바꿀 수 있을 만큼 국내 시장에서 미니의 지위는 높다. 미니는 프리미엄 소형차 시장을 열어 젖혔고 특이한 개성을 갖춘 변종 모델들을 내놓으며 널리 사랑받아왔다.


미니는 2011년 기준 수입차 브랜드별 점유율에서 6위를 차지했다. 적은 차종을 감안한다면 높은 성과다. 그래서 어떤 카드를 빼어들 것인지 기대가 된다. 지금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니를 상상해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이어 달리기 이야기를 하자면 이기긴 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허벅지 근육이 제법 땅겼다. 상처뿐인 영광이다. 다른 문제도 생겼다. 미니가 너무 갖고 싶어졌다. 특히 인디비주얼처럼 개성을 담아 꾸민 미니 로드스터가 너무 끌린다. 큰일이다. 근육통보다 한참은 더 오래갈 것 같다.

글 안민희 | 사진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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