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Q7 3.0 TDI 콰트로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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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Q7 3.0 TDI 콰트로 시승기
  • 김기범
  • 승인 201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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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은 아우디 전 라인업을 통틀어 가장 거대한 공룡이다. 길이는 5m, 휠베이스는 3m를 넘는다. 당연히 실내공간도 동급최대. 2~3열을 접었을 때의 짐 공간은 2000ℓ가 넘는다. Q7은 단순히 차체만 큰 게 아니다. 우리가 최신 자동차에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신기술을 담았다. 왜 그랬을까. 그건 일종의 불안감에서 비롯됐다. 바로 지각생 콤플렉스였다.



 


아 우디는 독일의 프리미엄 3인방 가운데 SUV 시장에 가장 늦게 뛰어들었다. 먼저 치고 나온 날쌘 돌이는 메르세데스-벤츠. 1997년 ML부터 찍어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최대 시장인 미국의 공장에서. 아뿔싸, 선수를 빼앗긴 BMW는 1999년 미국 공장에서 부랴부랴 X5를 만들기 시작했다. 내친 김에 2003년엔 동생뻘인 X3마저 선보였다. 보란 듯이 앞서 나갔다.

다 행히 아우디에겐 폭스바겐 그룹이란 든든한 우산이 있었다. 같은 해 나란히 등장한 투아렉과 카이엔의 뼈대를 기본으로, 아우디 최초의 SUV가 잉태되기 시작했다. Q7의 개발코드명은 AU716. 다급했던 아우디는 초기 디자인을 단 6개월 만에 확정짓는다. 그리고 이듬해 북미 모터쇼에 파이크스 피크 컨셉트카로 선보여 반응을 살폈다. 이후 양산에 박차를 가했다.

2006년 드디어 아우디 Q7이 데뷔했다. 때마침 X5는 2세대로 거듭났다. ML은 그보다 한 해 앞서 2세대로 진화했다. 2라운드에서야 링에 오른 아우디. 차 장사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닌데, 스케줄로 미뤄봤을 때 빤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 그런 만큼 아우디는 Q7을 라이벌과 차별시키기 위해 무척 고심했다. 사촌뻘인 투아렉, 카이엔의 시장을 갉아먹어서도 곤란했다.

아우디의 병적인 완벽주의는 그 어떤 모델보다 Q7에서 도드라졌다. 다만 완벽하려는 욕심이 지나치다보니, 결과물이 너무 버거워졌다. 그런데 날벼락이 쳤다. 별안간 유가가 팍팍 치솟았다. 심지어 최대시장 미국에서조차, SUV는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마치 Q7을 골탕 먹이려고 기다렸던 것처럼. 이후 몇 년의 세월이 흘렀고, 아우디는 Q7의 화장을 고쳤다. 

21세기 들어 아우디가 감성품질에 이어 자동차 업계에 던진 화두는 LED 꽃단장. A8의 데이타임 러닝라이트로 시작된 LED의 물결은 R8에서 A4에 이르는 전 모델에 스며들었다. Q7이라고 예외일까. 헤드램프는 그 틀만 유지했을 뿐, 안쪽 구성을 완전히 뜯어 고쳤다. 좌우 눈매에 각각 14개씩, 또 깜박이에 12개씩, 얼굴에만 총 52개의 LED를 점점이 뿌려 넣었다.

테일램프도 틀은 유지한 채 LED를 자글자글 심었다. 번호판 주위의 패널은 깊숙이 도려냈다. 이전의 빵빵했던 궁둥이보다 더 날렵한 분위기. 새로운 휠을 끼우고, 보디 컬러도 추가했다. 인테리어도 꼼꼼하게 손질했다. MMI는 3세대로 진화했다. 한글화는 기본. 오디오엔 두 개의 SD 카드 슬롯과 40GB(음악 저장공간은 10GB)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더했다.




시 트는 3열까지 갖췄다. 2열은 좌우 양쪽으로 뚜렷이 구분되는 디자인. 그래서 승차정원은 6명이다. 2열은 슬라이딩은 물론 등받이도 기울일 수 있다. 시승차는 Q7 3.0 TDI 콰트로. 엔진은 V6 3.0ℓ TDI 240마력. 산만한 덩치를 끌기에 너무 겸손한 파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56.1㎏·m에 달하는 토크 덕분에 0→시속 100㎞ 가속을 8.5초에 마친다. 

굳 이 기어를 낮춰 쓰는 스포츠 모드로 엔진을 혹사시키지 않더라도, 가속은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이어진다. 디젤의 쇳소리도 자취를 감췄다. 서스펜션의 감쇠력은 컴포트와 자동, 다이내믹의 순서로 굳힐 수 있다. 다이내믹에선 한층 냉정하고 매몰차 진다. 그러나 2.8톤에 달하는 공차중량은 숨길 수 없다. 무거운 차를 몰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과감한 운전은 망설여진다.

서스펜 션은 키 높이 기능을 갖췄다. 어른 손바닥 한 뼘 이상의 차이로 오르내린다. 그러나 기다란 휠베이스 때문에 험상궂은 길에서 뒹굴기엔 조심스럽다. 다재다능한 SUV라는, 개발 목적에 맞춰 부드럽게 몰 때 가장 즐거웠다. 시원스러운 스케일의 넉넉함과 편안함, 구석구석 꼼꼼한 마무리는 다른 SUV가 흉내 낼 수 없는, 아우디 Q7만의 성역이었다.


글 김기범|사진 아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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