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120d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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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120d 시승기
  • 김기범
  • 승인 2012.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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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리즈는 BMW 라인업의 막내다. 지난 2004년 데뷔해 2007년 3도어 해치백을 더하면서 마이너체인지를 거쳤다. 크기가 작을 뿐 세로배치 엔진과 뒷바퀴 굴림방식 등 특유의 유전인자를 고스란히 갖춘 BMW의 순수한 혈통이다. 고유의 운전재미를 담는 데 우선가치를 뒀다. 반면 벤츠는 A와 B-클래스에 앞바퀴 굴림방식을 썼다.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시 승차를 수령할 당시 적산거리는 5㎞. PDI 센터를 갓 빠져 나온 ‘따끈이’였다. 눈부시게 흰 시승차는 M 스포츠 패키지까지 둘렀다.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 스티어링 휠 등이 한결 과격하다. 도어를 열면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사이드 스텝에 M 로고가 떡하니 박혀있다. 익숙한 BMW 엠블럼과 생경한 디자인의 조합이 거리의 시선을 단박에 끌어 모은다.

어깨 부위를 날카롭게 접어낸 라인은 힘찬 직선으로 이었다. 보통 뒤로 갈수록 솟아오르기 마련인데, 잔잔한 호수처럼 반듯하다. 가만히 보니 신형 7시리즈의 어깨 라인과 흡사하다. 올곧은 캐릭터 라인이 부드럽게 솟은 지붕선과 너울너울 춤을 추는 듯한 측면의 파동을 단단히 잡아주는 느낌이다. 나아가 이 라인으로 인해 위아래의 조형미가 더욱 살아났다.

스케일이 축소됐을 뿐 각 요소의 비율은 전형적인 BMW다. 앞바퀴를 범퍼 바로 뒤까지 바짝 당겨냈다. 인위적으로 초점을 흐려 큰 틀을 바라보면 그린하우스와 휠 하우스, 도어의 위치까지 반듯한 균형미가 녹아들었다. 앞뒤 범퍼와 펜더 사이에서 시작해 도어 아랫단과 사이트 스커트 사이로 이어지는 ‘U’자 라인은 의도를 짐작할 수 없는 물음표로 남았다.




실 내는 무척 고급스럽다. 쿠페인 만큼 공간은 앞좌석에 비중을 뒀다. 뒷좌석은 접근성이나 공간을 봤을 때 장르의 한계를 넘어서진 못한다. 시트와 도어 트림엔 브라운 컬러의 가죽을 씌웠다. 몸에 닿지 않는 곳엔 인조가죽을 쓰는 퍼블릭 브랜드와 달리 시트 뒷면까지 천연가죽을 썼다. 플라스틱 패널 사이엔 알루미늄의 색깔과 질감을 살린 패널을 둘렀다.

앞좌석에 앉으면 몸이 견고하게 조립되는 느낌이다. 스포츠 시트의 봉긋 솟은 허리받침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당겨 뽑을 수 있는 허벅지 받침까지 갖췄다. 여기에 손아귀가 벅찰 정도로 두꺼운 스티어링 휠까지 달아놨으니, 출발 전부터 절반쯤 기선을 제압당한다. 시동은 키를 홀더에 꼽은 뒤 버튼을 눌러 건다. 디젤의 걸쭉한 숨소리가 제법 스민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0ℓ커먼레일 디젤 터보다. 최고출력은 170마력, 최대토크는 35.6㎏·m. 320d, 520d와 같은 엔진인데 가장 가벼운 차에 얹었다. 변속기는 자동 6단. 제원성능은 0→시속 100㎞ 가속 7.8초, 최고속도 시속 226㎞. 만나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120d 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튀어나간다. 휘발유 엔진처럼 회전수를 높이면서 가속의 물이 오르는 게 아니라 시작(1500rpm)부터 제방이 뚫린 것처럼 토크를 한꺼번에 쏟아낸다. 강력한 토크는 뒷바퀴에 떼거리로 달려들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인다. 또한 서스펜션이 굉장히 탄탄하다. 게다가 타이어가 굵어서인지 유독 노면을 많이 탄다.

그러다 보니 대형 트럭 때문에 골이 파인 도로에선 좀처럼 손아귀의 힘을 뺄 수 없다. 가속페달 조작 또한 조심스럽다. 거칠게 떠미는 재미에 콱콱 밟다가 차가 느닷없이 어디로 튈지 몰라서다. 그런데 불안하다기 보단 스릴이 넘친다. 120d가 이렇게 박력 넘치고 흥미진진한 차일 줄은 미처 몰랐다. 많이 정제된 느낌이긴 하지만 터프하기로 미니 부럽지 않다.

굽잇길에선 120d는 억센 조작감각, 쫀득쫀득한 하체, 끈끈한 접지력, 민첩한 머리 움직임을 뽐냈다. 단지 생김새가 낯설다는 이유로 불거졌던 일말의 의심은 눈 녹듯이 사그라졌다. 코너에서 접지력이 엷어졌을 때 가속페달을 들쑤셔 뒷바퀴에 토크 폭탄을 던지는 얼간이 짓만 하지 않는다면, BMW 가운데 120d만큼 즐겁게 굽잇길을 탈 모델도 흔치 않다. 게다가 연비까지 좋으니 ‘운전 즐거움’의 유효시간 또한 그 어떤 BMW보다 긴 셈이다. 


글 김기범|사진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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