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형으로 끝난, 세계 최초의 음주운전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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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형으로 끝난, 세계 최초의 음주운전 사건
  • 박병하
  • 승인 2024.09.2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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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은 술(알코올)이나 그에 준하는 약물을 음용한 후 신체가 정상상태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차 등의 교통수단을 운전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국내법 상으로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3% 이상부터 주취(酒醉) 상태로 규정하고 일체의 운전행위가 금지되며, 혈중 알코올 농도 0.1% 이상은 만취 상태로 규정해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린다.

음주운전은 매우 위험하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심각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는 문구가 말해주듯이, 음주는 사람의 판단력과 신경 및 운동 기능을 저하시키고 주의력을 떨어뜨린다. 심지어 졸음까지 유발하기 때문에 '졸음 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며, 대형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을 현저히 높인다. 이렇게 신체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것은 자신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인생을 가지고 벌이는 위험천만한 도박이며,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최초로 음주운전 사건은 언제 나타났을까? 세계 최초의 음주운전 사건은 1897년, 영국에서 벌어졌다. 이 때 기록된 사건은 세계 교통사고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건의 범인은 조지 스미스(George Smith)라는 당시 25세의 런던 택시 운전수였다. 1897년 9월 10일, 금요일 오전 12시경, 그는 런던 시내에서 술을 마신 채 택시의 운전대를 잡았는데, 주취상태였던 그는 자신이 운행하던 택시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도로 한쪽에서 급선회, 보도를 넘어 런던 뉴 본드 스트리트 165번지 인근 건물을 들이 받았다. 

사고 후 곧바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그는 현장에서 체포되었으며, 그는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되었다. 당시 진행되었던 재판에서 조지 스미스는 "맥주 두세잔을 마셨다"고 시인하며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 당시까지만 해도, 영국에는 자동차 음주운전과 관련한 규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조지 스미스는 말미에 "택시를 운전하다 취했다는 혐의로 기소가 된 것은 처음"이라는 말을 남겼는데, 그는 자신이 이와 같은 행위로 인해 기소된 첫 번째 사례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처벌을 아주 면한 것이 아니었다. 영국의 재판부는 1872년 제정된, 말을 타는 기수나 마차를 운행하는 마부, 열차의 기관사 등에 적용되는 음주운전 규제에 근거하여 조지 스미스에게 25실링의 벌금형을 부과했다. 이 당시의 25실링은 현재의 원화 가치로 환산하면 대략적으로 32~38만원 사이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당시에는 음주 상태에서의 운전행위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벌금형 정도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당해 9월, 영국 모닝 포스트(Morning Post)紙를 통해 보도되었으며, 역사적으로 최초의 자동차 음주운전 사건으로 기록, 영국 내에서 교통사고와 관련된 법적 규제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특히 이 해는 영국의 악명높은 '적기조례*(Red Flag Act)'가 폐기된 지 고작 1년 밖에 되지 않았던 해였기 때문에 더욱 주목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적기조례: 자동차의 운행 속도를 도심 3.2km/h, 농촌 6.4km/h로 제한한 세계최초의 자동차 속도제한규제

그리고 1925년, 영국은 도로교통법(Road Traffic Act)을 새롭게 제정하면서 세계 최초로 자동차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명확히 규정했다. 이 법은 음주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른 음주운전 처벌의 기준을 마련하는 등, 현대적인 음주운전 관련 법률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후 유럽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영국의 법률을 모델로 하여 음주운전 규제를 강화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각국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를 기준으로 음주운전 단속 및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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