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현대자동차 아반떼(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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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했던차]현대자동차 아반떼(J2)
  • 모토야
  • 승인 2023.01.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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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는 이른 바 '준중형차'가 크게 부각되고 있었던 시기였다. 1980년대의 호황기를 거치며 소득 수준이 크게 올라가자, 대중은 작고 불편한 소형차 대신 그 보다 더 크고 화려한 중형차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당시까지만 해도 중형차는 대중에게 있어 꽤나 부담스러운 물건이었다. 게다가 기존의 1세대 준중형차는 중형차의 차체에 맞지 않는 조그만 엔진을 탑재하고 있어, 잔고장도 많았고, 그다지 실용적이지도 못했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초반,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엘란트라와 기아의 세피아 등으로 대표되는 2세대 준중형차는 소형차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본격적인 중형차를 구입하기에는 아직도 부담이 컸던 당시 소비자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고 들었다. 이렇게 2세대 준중형차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는 기존의 준중형과는 다른, 새로운 준중형차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게 되었고, 그 이름은 3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준중형 세단의 대명사로 불리게 된다. 이 차가 바로 현대자동차의 1세대 아반떼(J2)다.

대한민국 '생애 첫 차'의 시작
아반떼는 엘란트라의 후속모델로 등장한 준중형급 세단이다. 그리고 초대 엑센트에 이어 등장한 현대자동차의 진정한 독자 모델이다. 물론 엘란트라는 현대자동차의 자체 디자인을 적용한 모델이기는 하지만 설계 기반은 미쓰비시자동차(이하 미쓰비시)의 소형 승용차 미라쥬(Mirage)의 플랫폼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파워트레인 역시 미쓰비시의 시리우스 엔진과 오리온 엔진을 사용했다. 반면 아반떼는 엑센트의 개발 경험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완전히 독자개발한 플랫폼을 채용했고, 엔진까지 독자개발 엔진을 적용함으로써 국산화율 99.88%를 실현했다. 1990년대 당시는 국가차원에서도 독자기술 확보를 장려하고 있었던 터라 더욱 의미 있는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외관 디자인은 그동안 국내 승용차 디자인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극단적인 에어로다이나믹을 추구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반떼를 디자인한 최종민 당시 현대자동차 수석 디자이너는 아반떼의 외관 디자인에 대하여 "고려청자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에어로다이나믹 스타일을 추구했다"고 했다. 특히, 라디에이터 그릴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최대한 매끄러운 형상을 구현해낸 전면부는 외관 디자인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며, 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아반떼의 외관 디자인은 혁신적인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인테리어 또한 초대 엑센트와 마찬가지로 곡면을 중심으로 하는 디자인을 전면 도입했다. 캡포워드 스타일의 차에 디자인과 탑승자를 감싸는 랩 어라운드(Wrap Around) 스타일을 적용해, 아늑한 공간감을 조성하며, 내부 공간 역시 체급에 비해 넉넉하게 설계되어 가족용 세단으로도 크게 각광 받았다. 

엔진은 현대자동차 최초의 독자개발 가솔린 엔진인 알파 엔진을 전면 채용하고, 고급 모델에는 독자개발한 1.8리터 베타엔진을 적용했다. 특히 아반떼에 적용된 알파 엔진은 명실상부한 주력 파워트레인으로, 이 엔진은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여 2000년대 초반까지 현대차그룹의 소형~준중형 라인업을 책임지게 된다. 아반떼에 적용된 알파엔진은 DOHC 밸브트레인을 전면채용하면서 최고출력 107마력의 우수한 성능을 냈다. 이 뿐만 아니라 기본 설계 역시 탄탄해 준수한 주행성능과 승차감을 제공했다.

아반떼는 1995년 출시 첫날부터 약 3,700대의 계약을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불과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5일 만에 1만 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였다. 아반떼의 인기는 출시 다음 해인 1996년에도 이어지며 19만 대 가량을 판매, 대우 에스페로와 기아 세피아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던 준중형 시장을 순식간에 휘어 잡으며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당시 아반떼의 준중형 시장점유율은 절반을 넘을 지경이었다. 심지어 1997년, 건국 이래 최대 위기였던 외환위기 당시에도 아반떼는 승승장구했다. 넉넉한 공간과 준수한 연비와 품질, 균형잡힌 성능을 고루 갖춘 아반떼는 준중형 뿐만 아니라 당시 위축되고 있었던 중형차 시장도 일부 흡수하는 효과를 누렸다.

이 외에도 현대자동차는 1995년 하반기에 '아반떼 투어링'이라는 이름의 왜건형 모델을 선보였다. 그러나 아반떼 투어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기존 아반떼의 디자인을 무리하게 잡아 늘린 듯한 엉성한 스타일로 평이 좋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마저 세단형에 비해 비쌌다. 게다가 당시는 왜건형 차량에 대한 생소함에 더해, 세단형 차량을 극도로 선호했던 풍조가 강했기에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1998년, 아반떼는 전/후면 디자인을 일부 변경한 '올 뉴 아반떼'로 새단장을 했다. 디자인 변경 외에도 가스식 쇼크 업소버 적용을 통해 승차감을 개선하는 한 편, 기존 대비 더욱 커진 차체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변경된 디자인에 대한 반응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전면부는 억지로 라디에이터 그릴을 뚫은 듯한 어색한 느낌을 주었으며, 테일램프의 형상 또한 다소 기괴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부분변경 모델부터는 새로운 파워트레인도 추가되었다. 바로 린번(Lean Burn, 희박연소방식) 방식이 적용된 1.5 리터 알파 엔진이다.  린번은 일반적인 엔진에 비해 모다 적은 연료를 보다 많은 공기로 연소시키는 개념의 엔진으로, 일반적인 엔진에 비해 약 11~12% 가량의 연비 향상과 안정적인 공회전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린번엔진을 장착한 아반떼를 '아반떼 린번'이라는 이름을 붙여, "한 번 주유로 서울-부산 왕복!"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일반형 엔진 대비 크게 떨어지는 동력성능으로 인해 공인 연비와 실주행 연비의 차이가 커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반떼의 인기는 쉽게 꺼지지는 않았다. 아반떼는 이미 시장에서 준중형차의 대명사로 자리잡았으며, 적당한 크기와 합리적인 가격, 우수한 범용성과 내구성 등으로 많은 이들의 '생애 첫 차'이자 '국민차'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2000년 아반떼 XD를 내놓으면서 준중형차 시장에서 굳히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초대 아반떼가 단종을 맞은 지 20년이 넘은 지금도 아반떼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의 '생애 첫 차'가 되고 있다. 심지어 2010년 이후 소형 크로스오버들의 맹공세에도 불구하고 아반떼는 여전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손꼽히는 베스트셀링카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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