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은 SUV(Sport Utility Vehicle), 아메리칸 머슬카와 함께 미국의 자동차 문화를 상징하는 자동차의 형태 중 하나다. 이들 중에서 SUV는 현재 범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글로벌화가 진행된 바 있다. 반면 픽업트럭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각종 레저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우수한 견인력을 지닌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픽업트럭은 가장 미국적인 자동차라고도 볼 수 있다. 미국은 북아메리카 대륙 전반을 가로지르며 영토가 뻗어 있어 그에 따라 이동거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포장도로의 비율이 크게 줄어든다. 이는 중국, 러시아, 호주 등, 넓은 영토를 보유한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다. 이러한 지방 도로 문제는 미국에서 픽업트럭과 SUV의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미국에서 픽업트럭이 주류가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승용차와 상용차의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이중적인 포지셔닝에서 오는 놀라운 범용성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픽업트럭은 전미 각지의 농장주들을 비롯하여 소규모 수송력을 필요로 하는 각종 산업현장에서 환영 받았다. 또한 승용차에 비해 저렴한 가격 역시 픽업트럭 시장의 성장에 큰 역할을했다.
그렇다면 픽업트럭의 역사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미국 픽업트럭의 역사는 미국 모터리제이션(Motorization, 자동차가 사회와 대중에 널리 보급하고 생활 필수품화 되는 현상)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자동차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지만 1908년 , '자동차왕' 헨리 포드(Henry Ford, 1863~1947)의 '포드 모델 T(Ford Model T)'가 출시되면서 자동차가 미국의 민간에 대량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포드 모델 T는 미국의 발달된 산업공학 기반과 더불어,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바탕으로 단일품종-대량생산 체계를 확립함으로써 기존 자동차 대비 1/3 이하의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되어 미국 전역에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포드 모델 T는 본래 승용으로 개발된 차량이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모델 T를 화물차로 전용(傳用)하고자 했다. 포드 모델 T가 미국에서 팔리기 시작한 지 약 5년이 지난 1913년, 오하이오 주 소재의 갤리온 전금속 차체 회사(Galion Allsteel Body Company)라는 곳에서 모델 T의 뒷좌석을 걷어 내고 그곳에 적재함을 설치한 개조 차량을 선보인 것이다. 이 차량은 미국 각지의 농장주들로부터 뛰어난 실용성으로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판매되었다. 이 차량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픽업트럭으로 여겨지는 모델이다.
이렇게 화물차로 개조된 버전의 모델 T가 높은 판매량을 보이던 것에 주목한 포드자동차는 1917년, '포드 모델 TT'라는 모델을 내놓게 된다. 이 차량은 주행이 가능한 '롤링 섀시(Rolling Chassis)'의 형태로만 판매되었던 모델이다. 즉, 제조사는 롤링 섀시만 제공하고, 짐을 실을 적재함은 구매자의 필요에 따라 장착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이는 오늘날 상용차 시장에서 특장차 제작용도로 사용되는 이른 바 '섀시 캡(Chassis Cab)' 내지는 '컷어웨이(Cutaway Chassis)' 등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이렇게 모델 TT가 화물 수송용으로 상당한 숫자가 팔려나가는 것에 주목한 포드자동차는 1925년에 비로소 완성된 화물차 형태의 모델 T를 내놓게 된다. 이것이 바로 ‘포드 모델 T 런어바웃 픽업바디 (Ford Model T Runabout with Pickup Body)’다. 그리고 이 차량에 처음 사용된 '픽업'이라는 단어는 오늘날 픽업트럭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게 되는 시작점이 되었다. 포드 모델 T 픽업은 승용으로 만들어진 모델 T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후방에만 위치한 적재함 플랩(Flap), 차체 디자인과 일체화된 적재함 디자인 등, 현대적인 픽업트럭의 모습을 어느 정도 정립한 차종이라 할 수 있다.
1939년 발발해 1945년 종전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실용적인 트럭 생산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 일환으로 포드의 대표 인기 시리즈인 F-시리즈의 역사가 처음 시작됐다. 1948년 ‘보너스 빌트(Bonus-Built)’라는 이름으로도 불린 포드의 첫 F-시리즈 모델 ‘F-1’ (Ford F-1)이 탄생했다.
이후 2세대 F시리즈가 출시된 1953년부터 엔진의 성능과 적재 용량을 늘리면서 F-시리즈의 브랜딩 또한 새롭게 변화한다. F-1은 F-100, F-2와 F-3는 F-250라인으로 통합됐다. 3세대 이후부터는 포드 픽업 특유의 직선적인 디자인, 평평한 보닛 등의 디자인의 특징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도 포드의 F-시리즈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모델이다. F-150은 미국에서 매년 베스트셀링 모델로 기록될 정도로 인기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인만큼 포드도 이 F-150에 대하여 혁신적인 시도를 많이 적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글로벌 전동화 트렌드에 따라 ‘F-150 라이트닝 (F-150 Lightning)’이라는 전기 픽업트럭 모델을 미국에서 출시하기도 했는데, 라이트닝 역시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포드의 대표 픽업트럭 라인업인 F시리즈에는 F-150 이외에도 더 큰 체급의 F 시리즈 모델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F-시리즈의 네이밍 숫자는 모델의 체급에 따라 분류되며 크기가 클수록 숫자의 크기가 오르는 형식이다. F-250, F-350, F-450의 ‘슈퍼 듀티(Super Duty)’ 체급 모델이 있으며, 이를 넘어선 F-650과 가장 큰 F-750의 ‘헤비 듀티(Heavy Duty)’도 존재한다. 이들은 모두 상업적 용도로 활용되는 대형 트럭 모델이다. F-150도 풀사이즈 픽업트럭으로써 왠만한 픽업트럭 모델보다 크기가 큰 모델이지만, F시리즈 라인업 중 가장 작은 모델이다. 포드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라인업인 만큼, 포드는 각 차량이 용도에 맞게 쓰일 수 있게끔 다양한 픽업트럭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렇듯 포드는 픽업트럭의 창시자답게, 긴 시간동안 다양한 목적과 용도에 맞는 픽업트럭 모델들을 출시해왔다. 또한 여전히 포드의 픽업트럭은 세계적으로 강자의 위치를 흔들림 없이 지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모델의 출시를 통해 역사를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