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 국내 도입이 필요한 자동차용 안전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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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사회, 국내 도입이 필요한 자동차용 안전장치
  • 박병하
  • 승인 2022.10.0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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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회는 현재 저출산을 비롯해 고령화 또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노인 인구가 크게 증가함과 동시에 고령 운전자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2016년 249만 2,776명에서 2020년 386만 2,632명으로 약 55%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65세 미만 비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9.7%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2017년에는 2만6713건이었으나, 2021년에는 3만1841건으로 19.2% 증가했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발간한 '고위험군 운전자의 주요 사고원인 분석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의 지속적인 교통사고 감소추세에 반하여 고령운전자에 의해 발생한 교통사고 피해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고령운전자의 문제와 교통사고에 대해 연구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노화과정에서는 시력과 청력, 근력 및 지구력 등 신체적인 기능 쇠퇴가 동반되고 감각 및 지각 기능이 쇠퇴함에 따라 고령자의 상황인식 능력이나 정보해석 및 처리능력이 저하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훨씬 앞서서 초고령화사회에 접어 든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고령운전자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이미 1998년부터 고령운전자들의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2017년부터는 만 75세 이상 운전자의 인지능력 검사의 의무화를 비롯해 면허 갱신시 치매 우려로 판정되면 반드시 의사 진단을 받아야 하는 등, 고령운전자와 관련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줄지 않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운전자가 낸 사고 건수는 지난 2006년 9,401건이었으나, 이후로도 꾸준히 늘기 시작해 10년 뒤인 2016년도에는 17,063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일본의 고령운전자들이 낸 사고 건수 중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유형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잘못 인지하고 조작하면서 발생한 사고가 특히 많았다고 한다. 이를 '페달 오조작(ペダル踏み間違い)'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러한 유형의 사고가 고령운전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하면서, 일본의 양산차 제조사들에서는 2010년대 중반을 전후해 이 페달 오조작에 의한 사고를 방지하는 안전장치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유형의 사고는 비단 고령운전자들에게서만 나타나는 유형이 아니라는 견해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이하 ITARDA)가 발간한 페달오조작에 의한 사고 통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와 같은 유형의 사고로 인한 사상자 수가 1만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은 특히 '차량 對 차량 간 사고'건수에 주목했는데, 여기서는 위와 같은 인식과는 꽤나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경우에는 차량 단독 사고 건수가 압도적으로 높은 데 반해, 차량 대 차량 간 사고건수가 가장 높은 연령대는 다름아닌, 24세 이하 운전자였기 때문이다. ITARDA는 이러한 결과가 나온데 대해 "고령자에 의한 페달 오조작 사고는 분명히 주목할 정도로 높지만, 운전 경험이 부족한 젊은층 역시 페달 오조작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 일본에서 출시되고 있는 신차들은 거의 의무적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 기능을 적용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대부분의 페달 오조작 방지 기능은 차량 전/후방에 설치되는 주차센서를 활용해 전/후방에 벽면이나 장애물이 있다고 인식하는 경우, ECU가 엔지의 연료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정지, 혹은 그에 준하는 상태에서만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으로 오조작 사고를 줄여줄 수 있지만, 실내주차장이나 골목길 등과 같이 비좁은 공간에서는 이 기능이 불필요하게 작동해 운행을 방해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물론 이러한 장치들 가운데서도 좀 더 진보된 경우에는 토요타자동차(이하 토요타)의 페달 오조작 방지기능이 있다. 2018년도부터 도입하기 시작한 토요타의 기능은 장애물 감지시 ECU를 통한 연료차단은 물론, 제동장치까지 가세하게 만들어 보다 확실하게 가속페달 오조작에 따른 오발진 현상을 억제할 수 있다. 심지어 이를 액세서리 형태로 제공하여 별도의 능동안전장비가 없는 구형차종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보다 더욱 진보된 형태의 오조작 방지기능이 등장했다. 혼다기연공업(이하 혼다)에서 출시한 신형의 경차 모델에 적용되는 페달 오조작 방지 기능이 그것이다. 급가속억제기능(急アクセル抑制機能)이라 명명된 이 기능은 동사의 능동안전장비 패키지인 혼다센싱(Honda Sensing)과 연동되어 있는 기능으로, 특별하게 설정된 별도의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차량에 탑승하게 되면 활성화된다. 혼다의 급가속억제기능은 전/후방에 장애물이 있다고 인식하는 경우에만 동작하는 종래의 페달 오조작 방지 기능과는 달리, 전/후방에 장애물이 없어도 동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혼다의 급가속억제기능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게 되면 ECU가 현재의 차량속도와 전/후 가속도, 기어단수 등, 차량의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하여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이라고 판단하게 되면, 운전자에게 정상적인 범주의 가속이 아님을 경고하고, 차량의 가속을 직접 제어한다. 특히 능동안전장비인 혼다 센싱과 연계되어 있는 시스템이기에, 전/후방에 장애물이 있는 경우에도 종래의 페달 오조작 방지 기능 대비 대응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또한 전방의 신호로 인해 선행차량이 정지해 있는 경우에 가속페달 조작시 ECU가 개입해 가속을 억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제동까지 함꼐 수행할 수 있는 구조로 짜여져, 더욱 안전한 운행환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기능은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보급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대한민국은 현재 일본의 뒤를 이어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사회이며, 그에 따라 노인 운전 인구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노인 인구가 많은 구도심 등지에는 좁은 길이나 주차장 등, 일본의 도심과 유사한 환경이 적지 않다. 또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접수된 '급발진 추정 사고'로 접수된 269건 중 203건이 '페달 오조작' 사고로 밝혀진 바 있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 또한 이러한 기능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어쩌면 해마다 발생하는 급발진 사고 또한 줄어드는 효과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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