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의 부족함을 채우다 - 토요타 GR86 서킷 체험기
상태바
2%의 부족함을 채우다 - 토요타 GR86 서킷 체험기
  • 모토야
  • 승인 2022.05.20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요타의 경량 스포츠카 86(GT86)이 토요타 가주 레이싱(Toyota GAZOO Racing, 이하 TGR)의 손길을 입고 'GR86'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그 GR86이 국내에 출시되었다. GR86은 토요타의 모터스포츠와 고성능 자동차 부문을 맡고 있는 TGR과 대칭형 AWD로 유명한 스바루(Subaru)가 공동개발한 스포츠카로, 2012년 등장한 86의 대를 잇는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4,030~4,630만원.

9년여의 시간을 넘어 새롭게 태어난 GR86은 기존 토요타 86 대비 더욱 뛰어난 동력성능과 한층 정교하고 직관적인 핸들링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GR86의 정식 출시와 함께,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인제스피디움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시승행사를 열었다. 인제스피디움의 트랙에서 GR86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새로운 GR86은 외관 상으로는 기존의 86을 대대적으로 페이스리프트한 느낌이다. 기존 86의 컴팩트한 몸집과 매끄러운 차체형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차체 전/후면의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쳐, 한층 색다른 느낌을 준다. 달라진 GR86의 외관은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86의 모습과는 달리 한층 무난하면서도 스포츠카로서의 기능미를 추구하고 있다.

GR86의 전면부에서는 GR 브랜드 전용의  펑셔널 매트릭스 그릴(Functional Matrix Grill)을 적용한 점이 눈에 띈다. 블랙베젤을 적용한 헤드램프는 기존 86에 비해 더욱 단정하면서도 또렷한 인상을 지니며, 'ㄱ'자로 디자인된 범퍼 양측면의 에어인테이크 디자인은 스포티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여기에 차체의 높이도 약 5mm 낮춰 시각적인 안정감과 주행 안정성을 함께 높인다. 아울러 모터스포츠 무대를 누비고 있는 TGR의 경험이 녹아 들어간 신규 에어로 파츠를 적용해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공력 특성을 얻어낸다.

측면에서는 벨트라인에서부터 수평으로 통과하는 휀더 상단의 라인을 통해, 정통파 FR 스포츠카다운 스탠스를 표현한 것과 함께, 수평기조를 강조하는 차체 하부의 스타일링 요소들을 활용하여 보다 낮고 안정감 있는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뒷모습에서는 트렁크리드를 통째로 스포일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으며, 수평기조의 일체형 테일램프가 적용된 점도 눈에 띈다.

인테리어는 수평기조의 신규 대시보드가 적용된 것을 시작으로, LCD 화면으로 이루어진 신규 계기반이 적용되어 있으며, 스위치류의 배치를 최적화하여 더욱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이번에 시승하게 된 GR86은 프리미엄 모델로, 가죽으로 마감된 스포츠 시트가 적용된다. 시트의 착석감은 스포츠카의 시트로서 상당한 수준이며, 고급 스포츠카 못지 않은 신체 지지력과 홀딩능력을 지닌다. 

GR86의 변화는 비단 눈에 보이는 곳에만 그치지 않는다. GR86은 TGR의 이름을 걸고 만드는 스포츠카로, 기존 대비 한층 향상된 성능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심장은 한층 벌크업된 새 엔진을 적용했다. GR86과 새로운 스바루 BRZ를 위해 새로 개발된 2.4리터 엔진은 '경량, 소형, 저중심'이라는 수평대향 엔진의 장점과 자연흡기(Naturally Aspirated) 엔진의 특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배기량을 2.0리터에서 2.4리터로 증대하여 동력성능을 더욱 높였다. 신규 엔진에는 포트 분사와 연소실 내 직분사 겸용인 최신의 토요타 D-4S 직분사 기구가 적용되며, 국내 기준 231마력/7,000rpm의 최고출력과 25.5kg.m/3,7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는 기존의 86 대비 최고출력은 28마력, 최대토크는 4.6kg.m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토크의 경우에는 향상 폭은 물론, 기존 엔진과 달리, 저속토크가 크게 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변속기의 경우에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수동 6단 변속기만 적용된다. 수동변속기 적용 차종이 사실 상 절멸해버린 대한민국에서 수동변속기 모델만을 도입한다는 것은, 이 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수동변속기를 압도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GT86 시절에는 수동과 자동 모델을 함께 수입하다가 지난 페이스리프트에서 수동변속기 모델만 남은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새로운 GR86과 함께 인제 서킷에 오른다. 오랜만에 자차 이외에 수동변속기가 탑재된 차에 오르려니 약간의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GR86의 수동변속기는 이러한 걱정을 한낱 '기우'로 만들어버린다. 클러치 페달의 답력이 예상외로 가벼우면서도 유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어지간히 엔진 회전수를 못 맞추지 않는 이상, 시동이 정지되는 법이 없다. 엔진 뿐만 아니라 변속기 또한 크게 개선된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기자는 이 날 시승 중 단 한번도 엔진의 시동을 꺼뜨리지 않았다.

인제스피디움의 메인 스트레이트에 들어서서, 최대한의 가속력을 체감하기 위해 과감하게 다운시프트를 하고 가속페달에 힘을 쏟는다. 그러자 과거의 86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튼실한 토크감과 함께 기운차게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이는 과거에 시승했었던 86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만족스러운 동력성능이었다. 기존 86의 2.0리터 엔진의 경우에는 20.9kg.m의 최대토크가 6400~6600rpm에 걸쳐서 발생했다. 따라서 엔진을 있는대로 쥐어짜야 제 성능이 나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GR86은 저속토크가 크게 올라가면서 초중반부터 튼실하게 힘이 나오는 느낌이다. 스로틀 응답성도 한층 향상되면서 더욱 호쾌한 가속을 즐길 수 있다. 과거의 86이 선사했던 7,000rpm을 넘나드는 높은 회전수와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이 들려주는 경쾌한 사운드는 그대로 즐길 수 있으면서도, 부족했었던 2%을 충실하게 채워준 동력성능이 실로 각별하게 다가온다.

부족한 2%가 채워진 엔진만큼이나 마음에 쏙 드는 것은 다름아닌 변속기다. 변속할 때의 질감이 한층 직관적일 뿐만 아니라 걸리적거리는 느낌 없이 착착 감기는 '손맛'이 일품이다. 특히 2단에서 3단, 4단에서 5단으로 넘어가는 대각선 방향의 변속에서 시프트 게이트에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변속하고자 하는 단수에 가까워질 때마다 쏙쏙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 덕분에 절로 웃음이 날 지경이다. 기존 86의 수동변속기도 충분히 마음에 들었었지만, GR86의 수동변속기는 진실로 스포츠카다운 손맛이 더욱 살아있는 느낌이다. 실제로 TGR은 GR86을 개발하면서 기존 86의 변속구조를 철저히 재검토하여 완성도를 크게 높였다고 한다.

핸들링 면에서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부분 역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음을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GR86은 기존 86 대비 시트포지션은 물론, 차체 높이까지 더 낮아져서 무게중심이 더욱 내려갔으며, 루프와 휀더 등, 차량의 상부에 위치하는 구조물들부터 착실하게 무게를 줄여서 기존 대비 무게중심을 더욱 끌어내렸다. 여기에 섀시 전반에 걸쳐 설계를 뜯어고쳐 차체의 비틀림 강성을 약 50% 향상시켰으며, 서스펜션 암 등의 부품에 알루미늄 합금을 적용하는 등, 전방위적인 경량화 및 고강성화를 도모했다.

이 덕분에 코너의 진입부터 탈출까지, GR86은 기존의 86 대비 한층 직관적인 조종질감과 더불어 우수한 안정성을 선사한다. 기존의 86과 비교하자면 어딘가 느슨하게 느껴졌었던 부분들이 한층 단단하게 조여진 느낌을 주며, 운전자의 의지에 한층 능동적으로 움직여주는 감각을 준다. 기자는 과거 86을 시승했을 때, 운전자와의 일체감이 아주 뛰어나다고 평했는데, 새로운 GR86은 그 일체감이 더욱 상승한 느낌이다. 게다가 한층 세심하게 조율된 하체 덕분에 한층 정교해진 느낌을 준다는 점이 실로 각별하게 다가온다. 한층 향상된 조종질감과 성능 덕분에 스포츠카로서의 본질에 충실해진 모습이다.

이번에 인제스피디움에서 체험한 토요타 GR86은 실로 각별한 경험으로 남는다. 이미 그 자체로도 훌륭한 스포츠카였던 토요타 86을 바닥부터 착실하게 손보면서 스포츠카로서의 완성도를 대폭 끌어 올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토요타 86에게서 느껴졌었던 '2%의 부족함'을 충실하게 채워넣음으로써 스포츠카로서의 본분에 더할나위 없이 충실해진 모습으로 거듭났다.

또한 GR86은 현재 국내에서 시판중인 차량들 가운데, 실로 보기 드문 펀 카(Fun Car)이기도 한 점이 더욱 각별하게 남는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지극히 기계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펀 카는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경험하게 된 GR86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