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만든, '잘 갖춰진' 경차! - 현대 캐스퍼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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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만든, '잘 갖춰진' 경차! - 현대 캐스퍼 시승기
  • 모토야
  • 승인 2022.02.2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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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경차 시장은 그동안 쭈욱 침체기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7년 3세대 모닝의 출시 이후 경차 시장에는 완전 신차가 전무했으며, 과거부터 작은 차를 선호하지 않는 시장의 성향, 그리고 제한된 크기와 배기량 등에서 야기되는 제한적인 활용도 등이 맞물려, 경차의 인기는 97년 외환위기 도래 이후에 잠깐 흥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하지만 지난 해 9월, 아토스(ATOZ)이래 근 20년간 경차를 내놓지 않고 있던 현대자동차가 완전히 새로운 경차를 내놓았다. 바로 캐스퍼(Casper)다. 현대 캐스퍼는 그동안 국내 경차 시장에 없었던 크로스오버 SUV 스타일의 경차로 선보이기 시작해 현재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그동안 침체되었던 경차 시장에 활력소를 불어 넣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캐스퍼를 시승하며 그 매력을 짚어본다.

캐스퍼의 외관 디자인은 경차의 틀 안에 현대적인 크로스오버 SUV의 모양새를 담아낸 모습이다. 특히 차체형상부터 고전적인 SUV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이고, 곳곳에서 SUV의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면부의 경우에는 상단에 방향지시등을, 하단에 헤드램프를 배치한 상하분리식 램프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현행 현대자동차 SUV 라인업에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는 사항이지만, 한 지붕 아래의 다른 SUV들과 확실하게 차별화를 도모한 것이 눈에 띈다. 원형의 헤드램프는 주변을 둘러 LED 주간상시등을 두어 시인성을 높였고, 헤드램프는 프로젝션 램프를 적용하고 있다. 

측면에서는 SUV로서의 모습을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각이 진 차체 형상을 적용한 것은 물론, 볼륨감이 도드라지는 전후방의 펜더와 통상의 해치백형 경차 대비 조금 더 높은 지상고 등을 통해 SUV로서의 감각을 부각시킨다. 이와 더불어 A필러를 블랙 하이글로스 페인팅으로 처리하여 하나로 연결된 모습을 연출하는 한 편, 상부의 루프랙과 하단의 블랙컬러 몰딩 등을 적용해 SUV임을 어필한다.

뒷모습에서는 좌우로 넓게 뻗어나가는 형태의 일체형 테일램프를 중심으로 수평향의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상단에 위치한 테일램프는 제동등 및 차폭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적색등만 내장되어 있으며, 테일램프 하우징 내부에 현대 엠블럼을 집어넣어 독특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은 범퍼에 설치된다. 최근 몇 년간 등장한 현대-기아의 신모델들에서 이러한 방식을 꽤나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시인성은 물론,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썩 좋은 방향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또한 이번에 시승한 캐스퍼는 1.0 카파 터보 엔진을 탑재한 '액티브' 모델로, 1.0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하는 일반형 캐스퍼와는 외관 디자인이 다르다. 액티브 모델은 전면부에 원형 인터쿨러 흡입구와 메쉬타입 그릴을 적용하고 있으며, 스포티한 디자인의 스키드 플레이트, 후면에는 디퓨저 디자인을 적용한 스키드 플레이트로 한층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인테리어는 기자가 지금까지 봐 왔던 그 어떤 경차보다도 잘 갖춰진 느낌을 주고 있다. 승용 세단의 감각과 SUV의 기능성을 잘 버무린 모습이다. 수평기조를 이루는 대시보드와 중앙 상단에 돌출형으로 마련된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그리고 디스플레이형으로 디자인된 계기반 등에서 최신의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한 것을 알 수 있고 조수석측에 마련된 제법 큼직한 트레이와 사용하기 편하도록 적당히 돌출된 센터페시아를 통해 기능적인 면모를 살렸다.

스티어링 휠은 작고 손에 쏙 들어오는 것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스포크가 9시-3시 방향으로 단 두 가닥 뿐이고 상하가 대칭형에 가깝게 디자인되어 종종 스티어링 휠의 방향을 헷갈리게 만들기도 한다. 계기반의 경우에는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보이지만, 실제 LCD 패널로 된 부분은 중앙의 일부 뿐이고, 나머지는 조명을 가진 디지털 계기류다. 속도계는 왼쪽에, 회전계는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고, 회전 수를 숫자로 표시한다.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주위를 두르고 있는 C자형의 띠의 갯수가 많아지는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기능이 일목요연하게 배치된 센터페시아와 돌출형으로 설계된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사용하기 편리한 위치에 마련되어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현대자동차의 최신 시스템을 사용하며, 사용하기 편리하게 짜여져 있다. 이와 더불어 실내 곳곳에는 다양한 수납공간을 마련하고 있어, 공간이 제한적인 경차에서 최적의 편의성을 갖도록 한다. 하지만 컵홀더는 크기를 조금 더 키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운전석은 중앙의 컵홀더와 연결되어 있는 구조이며, 직물과 가죽이 혼용된 시트를 사용한다. 착좌감은 차급에 비해 상당히 우수하다. 좌석의 조정은 수동으로 이루어지며, 요추받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운전석 한정이지만 통풍시트가 마련된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이 뿐만 아니라 적당한 수준의 시트 포지션 설정 덕분에 편안함과 운전시야 모두 만족하고 있다. 아울러 앞좌석의 공간은 통상적인 해치백형 경차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쾌적함을 선사한다.

뒷좌석도 아주 만족스럽다. 경차의 체적 내에서 내부공간을 극대화한 박스형 경차인 기아 레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통상적인 해치백 스타일의 경차와는 격이 다른 내부 공간이다. 여기에 뒷좌석은 전후 슬라이드와 리클라이닝까지 가능하며, 리클라이닝은 단순히 요식행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트렁크도 아주 만족스럽다. 트렁크 공간은 경차라는 체급의 한계가 있는 만큼, 체급을 넘어서는 공간은 아니지만 충분히 깊고 실용적인 공간이다. 여기에 폴딩이 가능한 뒷좌석을 이용해 공간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아울러 조수석까지 전방으로 완전히 접을 수 있어서 스키 등의 긴 짐도 부담 없이 실을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몇 가지 용품만 갖추게 된다면, 혼자서 차박도 가능한 수준이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현대 캐스퍼는 1.0 카파 터보 엔진을 사용하는 캐스퍼 액티브 모델이다. 캐스퍼 액티브의 카파 터보 엔진은 과거 기아의 모닝 터보나 레이 터보 등에 사용되었던 것을 캐스퍼의 특성에 맞게 개량을 거친 것으로, 100마력/4,500~6,000rpm의 최고출력과 17.5kg·m/1,500~4,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공차중량이 달랑 1,060kg에 불과한 캐스퍼에게는 차고 넘치는 동력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변속기는 초창기 기아 모닝부터 사용해왔던 자동 4단 변속기의 개량형이 적용된다.

현대 캐스퍼 액티브는 터보 엔진을 사용하기에, 일반적인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하는 경차 대비 소음과 진동이 조금 더 큰 편이다. 3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하는 기아 모닝, 쉐보레 스파크 보다 소음과 진동이 좀 더 크게 느껴진다. 판매의 주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연흡기식 1.0리터 스마트스트림 엔진을 탑재한 모델은 이보다 더 정숙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체급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시끄러운 것은 아니며, 전반적으로 무난한 수준의 정숙성을 갖췄다고 본다. 다만 진동 같은 경우에는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서 신경이 쓰일 수도 있다. 주행시에는 진동이 크게 줄어들지만, 정차 시의 진동이 제법 되는 편이다.

승차감은 기자가 지금까지 경험해 왔던 경차들 가운데 가장 편안한 느낌을 준다. 대체로 부드럽게 반응하는 것이, 마치 자기보다 윗급인 베뉴가 주는 느낌과도 유사하다. 섀시가 주는 대략적인 느낌은 기아 모닝이나 레이에 비해 좀 더 단단한 느낌이고, 쉐보레 스파크보다는 약간 유연한 느낌이다. 아울러 전고가 높은 차량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한 듯, 안정감도 나쁘지 않다. 여기에 전반적으로 넓고 시원한 전/측방 시야와 절묘한 시트포지션이 어우러져 쾌적한 운행환경을 제공한다.

터보 엔진을 탑재한  현대 캐스퍼 액티브는 정숙성의 측면에서는 다소 불리하다. 하지만 정숙성을 다소 잃은 대신, 동력성능만큼은 우수하다. "경차는 차가 안 나간다"고 불평하는 이들을 단박에 입 다물게 만들 수 있을 정도다. 한없이 가볍고 조그마한 차에 이전 세대 1.6리터급 엔진에 상응하는 100마력/17.5kg.m의 동력성능을 가졌으니, 덩치에 비해 차고 넘치는 힘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체급 대비 뛰어난 성능의 파워트레인 덕분에 초대 모닝 시절부터 사용하고 있었던 4단 자동변속기조차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기자가 캐스퍼의 시승을 앞두고 가장 걱정이 되었던 부분이 바로 이 변속기다. 특히 캐스퍼 액티브는 기존의 기아 모닝 터보와 레이 터보에 사용했던 카파 1.0 터보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이미 충분히 검증된 CVT(무단변속기)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치명적인 결점으로 보였다. 이 때문에 기자는 이와 관련한 기사를 작성한 적도 있다. 그런데 막상 직접 경험해 보니, 적어도 캐스퍼 액티브만큼은 괜한 걱정을 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좋은 궁합을 보여주었다. 물론 특정한 속도 대역에서는 노면의 구배에 따라 변속기가 다소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지만 동력 전달 능력에 있어서는 의외로 충분한 실력을 선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때문에 CVT의 미적용이 더더욱 아쉬워지기도 한다.

캐스퍼 액티브의 차체는 경차의 규격에 묶여 있고, 그 틀 안에서 크로스오버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자동차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해치백형 경차들과 대비 코너링에서만큼은 다소의 손해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단 무게중심이 해치백형 경차 대비 높은 편이고, 그 때문에 코너에 진입할 때에도 페이스 조절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섀시 자체는 상당히 공을 들인 듯한 느낌이지만, 체급과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어렵다. 딱 모닝과 레이의 사이에서 레이에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앞서 언급한 변속기로 인해 또 한 가지 걱정스러웠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연비'다. 시승한 캐스퍼 액티브의 공인연비는 도심 11.0km/l, 고속도로 14.2km/l, 복합12.3km/h로,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하는 캐스퍼 대비 다소 떨어질 뿐만 아니라 여타 모든 경차 모델들과 비교해도 떨어지는 수치다. 하지만 시승을 진행하며 기록한 구간별 평균연비는 달랐다. 도심에서는 교통량이 많을 경우에는 8km/l 밑으로도 종종 떨어지지만, 교통량이 적은 경우엔 공인연비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한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으로 주행한 경우에는 공인연비를 상회하는 18.8km/l의 공인연비를 기록했다. 장거리 주행이 잦은 경우라면 경제성 측면에서도 크게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단, 터보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엔진오일 교환 주기가 자연흡기 엔진 대비 짧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아울러 현대 캐스퍼는 현재 시중에서 판매중인 경차 모델들 중 가장 다양한 종류의 능동안전장치를 구비하고 있다. 전방충돌 경고 기능 및 차로 이탈 경고 기능, 사각지대 모니터링 기능 뿐만 아니라 선행 차량의 차속에 맞춰 주행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HDA도 적용이 가능하여 제한된 구간에서 반자율주행까지 가능한 수준이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능동안전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생애 첫 차를 구매하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운전자에게도 큰 도움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한 대목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렇게 잘 갖춰진 캐스퍼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이 실로 뼈 아픈 부분이다. 현대 캐스퍼의 가격은 1,385만원부터 시작하며, 최고 트림인 인스퍼레이션 트림의 가격은 무려 1,87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시승한 액티브 모델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파워트레인 옵션 비용만 90만원이며, 시승한 차량과 동일한, 이른 바 풀옵션 차량으로 구성하게 되면 무려 2,057만원이라는 탈(脫)경차급 가격을 자랑한다. 이 가격이면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의 모던 트림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가격이며, 터보엔진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도, 차값만 2천만원에 육박하는 경차라는 점에서 크게 비판받고 있다. 출시 당시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비판 받았던 기아의 레이 터보도 1,500만원대였는데,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더라도 캐스퍼의 가격은 확실히 높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그저 경차를 티코~마티즈 시절의 '저가형' 차종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세대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인가보다. 이토록 높은 가격대가 책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캐스퍼는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지난해 9월 출시 3개월 만에 6천대를 넘어섰고, 4개월 만에 1만대를 넘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는 2017년 출시된 기아의 3세대 모닝 이후 근 5년간 완전 신차가 없었던 경차 시장의 피로감, 그리고 현재 대세를 넘어 상식이 되어버린 크로스오버의 스타일을 갖추고 있고 다양한 능동안전장비를 적용하는 등, 독보적인 상품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캐스퍼는 그동안 침체를 넘어, 위기에 놓인 경차 시장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리고 직접 경험해 보니, 실로 매력적인 경차가 탄생했다고 기꺼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지고, 잘 갖춰진 경차다. 특히 기자의 경우에는 첫 차를 경차로 시작해서 꾸준히 경차만 고집하고 있기에 더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다. 타면 탈수록 현대자동차가 20여년전 아토스의 실패를 철저하게 거울로 삼고, 충분히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확실히 가격을 뛰어 넘는 매력이 있는 모델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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