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대형 세단을 대하는 사뭇 다른 자세 - 기아 K8 시승기
상태바
준대형 세단을 대하는 사뭇 다른 자세 - 기아 K8 시승기
  • 모토야
  • 승인 2021.12.21 1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 그랜저가 완전히 틀어쥐고 있는 대한민국의 준대형 세단 시장에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났다. 바로 기아의 K8이다. 기아 K8은 K7의 후속격으로 등장한 기아의 새로운 준대형 세단으로, 기존 K7 대비 한층 커진 차체와 함께,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적용된 새로운 감각의 외관 디자인, 그리고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으로 무장하고 절대강자인 그랜저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아의 새로운 준대형 세단, K8을 시승하며 그 진가를 알아 본다. 기자가 이번에 시승한 K8은 신형의 2.5리터 엔진을 탑재한 시그니처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3,868만원.

기아 K8의 디자인은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외관부터 확실히 '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준대형 중 가장 긴, 5,015mm에 달하는 차체길이와 더불어 높이는 1,455mm로 낮으며, 차폭은 1,875mm로 직접적인 경쟁상대인 현대 그랜저 대비 길이는 25mm 길고 높이는 15mm 낮으며, 차폭은 동일하다. 휠베이스는 그랜저 대비 10mm 긴 2,895mm다.

이렇게 약간 더 길고 낮은 차체를 지닌 덕분에 K8은 그랜저 대비 시각적으로 한층 늘씬하게 뻗어 있는 외형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쿠페의 실루엣을 흉내 낸 패스트백형 루프라인과 전륜구동차량 특유의 긴 프론트 오버행을 감추기 위한 디테일, 그리고 쐐기형에 가까운 전면부 디자인 등이 적용되면서 시각적으로 차체의 비례미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디테일에서는 기아가 이 차의 디자인에 상당한 공을 들였음은 물론, 그랜저를 상당히 의식한 듯한 모습들이 엿보인다. 전면부의 경우에는 독특한 방식의 다이아몬드 패턴이 적용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주간상시등 또한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만들어져 독특한 감각을 전달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요소는 범퍼와 일체를 이루고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이다.

통상적으로 라디에이터 그릴은 차량의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므로 이 부분을 금속성의 굵직한 바, 혹은 테두리 등으로 강조하는 것이 일종의 상식처럼 작용해 왔다. 그런데 K8은 이를 완전히 깨는 시도를 한 것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범퍼와 일체형으로 성형되어 있으며, 색상 역시 외장색상을 그대로 따라간다. 그리고 입체적인 패턴을 새겨서 라디에이터 그릴을 형상화하고, 그 안에 조그맣게 V자형의 금속 장식을 달았다. 단, 이렇게 디자인된 탓인지, 시승차와 같은 화이트 색상에서는 이 부분이 꽤나 묻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블랙이나 다크 그레이 등의 진한 색상에 더 잘 어울릴 듯하다.

여기에 범퍼와 웨이스트라인, 그리고 C필러 쪽에 도드라지게 삽입된 차량의 구석구석에 삽입한 메탈 장식을 통해 차량을 시각적으로 커 보이도록 만든다. 그 중에서도 프론트 범퍼와 C필러 쪽에 삽입한 메탈 장식에는 전면부와 유사한, 입체적인 다이아몬드 패턴을 적용해 시각적으로 화려함을 더한다.

뒷모습에서는 수평기조를 강조함으로써 차량을 시각적으로 넓고 안정돼 보이도록 하기 위한 요소들로 채워졌다. 좌우 일체형으로 이어져 있는 테일램프와 더불어 범퍼 하단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메탈 장식 등이 그 예다. 그리고 테일램프 내부에도 깨알같이 다이아몬드 패턴을 넣은 점도 눈에 띈다. 또한 입체적으로 처리하여 스포일러의 역할을 하도록 빚어낸 트렁크 리드 말단부가 스포티한 맛을 더한다.

여러모로 독특하고 흥미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외관에 비해, 인테리어는 현행 기아의 중형 이상급 모델들에서 나타나는 기조를 따르면서, 고급세단의 정석에 가까운 모습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수평향으로 넓게 뻗은 대시보드와 운전석부터 센터페시아까지 뻗어있는 디스플레이 패널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널찍하고 시원스런 느낌을 주며, 시트를 비롯하여 도어트림, 심지어 대시보드의 우드패널에까지 적용된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고급감을 높였다. 차량 내의 버튼이나 스위치, 다이얼 등은 깔끔하고 일목요연하게 배치되어 있어, 처음 차에 오른 이에게도 친절한 편이다. 계기반과 중앙 디스플레이는 모두 12.3" 크기의 패널을 사용하며, 우수한 시인성을 제공한다. 

운전석은 신체를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감싸주는 편안한 착좌감이 인상적이며, 고급세단다운 감성품질을 전달한다. 시승한 K8의 운전석은 8방향 전동조절 기능 외에도 4방향 요추받침과 허벅지 받침, 사이드볼스터 조절 기능이 제공되어 더욱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여기에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제공한다.

반면 시트 포지션은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시트포지션 자체는 여타의 세단들에 비해 약간 높은 정도지만, 대시보드 높이가 꽤 낮기 때문에 높은 시트 포지션이 더욱 부각된다. 최근에 출시된 현대/기아 차종들에서 종종 시트 포지션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K8도 그 경우에 해당된다고 본다. 물론 이 덕분에 전방시야는 상당히 쾌적하고, 체구가 작은 사람에게도 충분한 시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덩치가 큰 성인 남성의 경우에는 시트 높이를 바닥 끝까지 낮춰 잡아도 세단과 크로스오버 사이의 어디 쯤에 있는 것만 같은, 어중간한 느낌이 들 수 있다.

반면 뒷좌석은 적정한 수준의 시트포지션을 지닌다. 이 덕분에 지붕이 그랜저보다 낮은데도 불구하고 머리 공간은 충분한 여유가 있다. 착좌감과 거주성 모두 준수하며, 사이드 선셰이드, 오디오 리모컨, 뒷좌석 전용 공조 시스템 등, 다양한 편의장비를 제공한다. 트렁크 용량 또한 국산 준대형에 걸맞게 상당히 넉넉한 편이다.

이번에 시승한 K8은 신형의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이  구성되어 있다. 신형 2.5리터 엔진은 198마력/6,100rpm의 최고출력과 25.3kg·m/4,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구동방식은 전륜구동. 

기아 K8은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고급세단으로서의 면모를 어필한다. 차내는 시동이 걸린 이후에도 정숙을 유지하며, 정차시 진동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기어 레인지를 D로 전환하고 발차를 한 이후에도 정숙함은 올곧게 유지된다.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는 소음이나 진동으로 인한 불쾌감은 거의 느낄 수 없다. 여기에 실내의 내장재 등에서 발생하는 잡음도 없다. 

승차감은 전작에 해당하는 K7과는 다른 느낌이다. K7의 경우에는 전형적인 국내산 준대형 세단들이 취했던 부드럽고 여유로운 승차감을 추구했던 반면, K8은 미묘하게 더 탄탄하게 받쳐주는 느낌이 있다. 이러한 측면은 외관 디자인과 더불어 K8이 종래의 국산 준대형 세단들과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는 두 번째 측면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것은 전통적인 국산 준대형 세단들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에 해당한다. 준대형 세단은 가격대와 더불어, 주된 구매 연령층이 여타의 세단들에 비해 높은 편이고, 따라서 상업적인 측면에 있어서 기존의 소비자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부드러운 느낌이 주를 이룬다. 그렇지만 요철을 만나는 순간순간마다 느껴지는 탄탄함 덕분에 K7처럼 불안하게 넘실거리는 모습은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서스펜션 세팅에 공을 상당히 들인 느낌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몸을 사리는 대신, 조금 더 과감하게 설정해도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정숙하고 안락하지만 '결이 다른' 느낌을 주는 K8. 그렇다면 가속에서는 어떨까? 아쉽게도, 가속 성능과 질감 면에서는 전형적인 국산 준대형 세단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부드러운 변속감에 치중한 듯한 설정의 변속기는 직결감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물론 이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층의 연령대를 고려한다면 수긍이 가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외관에서 느껴졌던 스포티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데 따른 아쉬움도 분명히 있다.

조종질감 면에서는 여느 준대형 세단들과 비교해도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지만 적어도 뭔가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서 고심한 흔적은 어렴풋이 보인다. 급차선 변경이나 타이트한 저속코너에서 의외의 안정감을 보여주는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부드러운 승차감과 주행감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국산 준대형의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는 모습은 아니다. 하체가 미묘하게 더 다져져 있기는 하지만 덩치가 훨씬 커져버렸기에 그 효과가 반감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번에 시승한 기아 K8에는 기아의 다양한 능동안전장비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선행 차량 추종은 물론, 스탑 앤 고(Stop & Go) 기능까지 포함되어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차로 이탈 방지 및 차로 유지 보조장치 등의 안전사양들이 탑재되어 있어, 이른 바 '반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사양에 따라 기아 페이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연비는 2.5리터급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에 공차중량 1,570kg의 준대형 세단으로서는 비교적 무난한 수준이다. 기아 K8의 공인연비는 19" 휠과 245/40 R19 타이어가 적용된 시승차량을 기준으로 도심 9.8km/l, 고속도로 14.0km/l, 복합 11.4km/l다. 시승 중 트립컴퓨터에 기록된 구간별 평균 연비의 경우, 도심구간에서는 8.9km/l, 고속도로에서는 14.3km/l로, 도심에서는 공인연비보다 약간 낮게, 고속도로에서는 약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비를 크게 고려하지 않고 도로의 흐름에 따라 편하게 주행하느뉴 경우에는 이보다 약간 낮은 수치를 기록한다.

기아의 새로운 준대형 세단 K8은 여러모로 종래의 국산 준대형 세단들과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려고 한 시도가 인상에 남는 차다. 더욱 커진 차체와 더불어 한층 젊고 스포티한 감각이 돋보이는 외관 디자인, 단단한 느낌을 주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하세 설정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고급 차종에 걸맞은 화려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편의사양도 빼 놓을 수 없다.

물론,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전통적인 준대형 세단들이 취해왔던 기조를 아주 벗어 던지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현대 그랜저가 완전히 틀어 쥐고 있는 이 시장에서 슬슬 피로감을 호소할 소비자들에게 초대 K7이 보여주었었던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