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RAV-4의 맞수가 나타났다? - 혼다 CR-V 하이브리드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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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RAV-4의 맞수가 나타났다? - 혼다 CR-V 하이브리드 시승기
  • 모토야
  • 승인 2021.02.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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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코리아가 자사의 준중형급 SUV 모델, CR-V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발표하고 시판에 돌입했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모델은 일본 혼다기연공업(이하 혼다)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 SUV 차종으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 모델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혼다는 CR-V 하이브리드 모델의 출시와 더불어,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시승행사를 전남 영암군에서 개최했다. 시승 코스는 영암에 위치한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에서부터 땅끝마을이 위치한 해남 일대를 아우르는 코스로 짜여졌다. 혼다 최초의 하이브리드 SUV인 CR-V 하이브리드를 시승하며 어떠한 매력를 가졌는지 알아 본다.

국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라고 하면 일본의 토요타자동차(이하 토요타)를 먼저 떠올린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평가 받는 '프리우스'를 위시하여 자체 브랜드는 물론,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에까지 전략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내세워 왔던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혼다는 하이브리드 차종의 숫자 자체가 토요타에 비해 적었던 데다, 국내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 차종의 투입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혼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관련 기술로는 토요타에 못지 않은 역량을 가지고 있는 제조사다. 혼다는 토요타 프리우스가 최초 출시된 지 2년 뒤인 1999년에 순수 독자기술로 개발한 인사이트(Insight)라는 이름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내놓은 바 있고, 그 뒤로도 꾸준히 하이브리드 자동차 관련 기술을 축적해 오고 있었다. 혼다는 비록 토요타에 비해 시판용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의 숫자는 적었을지 몰라도, 기술의 유연성과 확장성에서는 토요타와는 또 다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혼다는 자동차 뿐만 아니라, 모터사이클에도 독자개발한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사용하고 있는 유일한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혼다는 지난 2018년도부터 국내 시장에서 자사의 주력 차종인 어코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집중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CR-V 하이브리드 역시 그 일환 중 하나일 것이다.

CR-V 하이브리드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있어서는 통상의 내연기관 버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외관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굳이 차이점을 찾고자 한다면 바로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과 테일게이트에 붙어 있는 엠블럼을 보면 된다. 자세히 보면, 안쪽 테두리에 푸른 색상을 입힌 것을 볼 수 있다. 이 엠블럼은 하이브리드 모델 전용으로 적용된다. 또한, 테일게이트 오른쪽 하단에는 어코드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동일한 하이브리드 엠블럼이 적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실내 또한 현행의 내연기관 CR-V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승한 CR-V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에는 최상의 트림인 '투어링(Touring)' 트림으로, 우드그레인 장식과 스티칭 마감 등, 보다 고급스럽게 꾸며진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실내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최근의 트렌드와는 다른, 다소 예스러운 구성이다. 물론, 각종 스위치나 다이얼 등은 큼직한 크기와 조작하기 편한 위치에 배치되어 있고 일목요연한 구성으로 처음 차에 탑승하는 운전자에게도 친절한 편이다.

계기반의 경우에는 다소 극단적이다 싶을 정도로 단순한 구성이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가독성이 우수하다. 필요한 정보는 모두 또렷하게 표시해 준다. 대형의 TFT-LCD 패널을 적용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에너지 흐름이나 연비 정보와 같은 다양한 정보들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중앙에 위치한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작동성이 우수하고, UI 디자인 상으로 기능 버튼들을 왼쪽에 집중시켜 조작이 편리하도록 배려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양측을 모두 지원한다.

운전석의 착좌감은 상당히 편안한 느낌이다. 가죽 마감의 질감도 무난하고 시트 경도가 생각보다 부드럽게 설계되어 있어, 체형을 가리지 않고 편안한 착좌감을 느낄 수 있다. 운전석은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더불어 4방향으로 동작하는 요추받침이 내장되어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각 2단계의 열선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뒷좌석 역시 동급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는 착좌감과 함께, 넉넉한 거주성을 경험할 수 있다. 머리와 다리, 그리고 어깨 등에 걸리는 느낌이 거의 없으며, 성인 2명에게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하여 높은 거주성을 가진다. 뒷좌석의 편의사양으로는 리클라이닝 기능과 더불어 좌우에 열선 기능을 제공한다.

트렁크 공간 역시 내연기관 버전에 못지 않은 공간을 자랑한다. 하이브리드 배터리팩의 용적 및 배치를 최적화하고, CR-V 고유의 2열좌석 다이브 시트 기능을 통해 트렁크 바닥부터 2열 좌석 등받이 부분이 완벽에 가까운 풀-플랫을 이룬다. 여기에 상부 공간도 다른 SUV에 비해 넉넉한 편이어서 차박용으로 사용하기에도 좋을 듯하다.

이번에 시승한 CR-V 하이브리드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바로 2-모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일 것이다. CR-V 하이브리드 모델에 적용된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스포트 하이브리드 i-MMD(SPORT HYBRID i-MMD(Intelligent Multi-Mode Drive))'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상황에 따라, 제한된 조건에서 전기모터가 단독으로 구동할 수 있는 풀-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고효율의 2.0L DOHC i-VTEC앳킨슨 사이클(Atkinson-cycle) 엔진과 2기의 전기모터로 구성된다. 시스템 합산 최고 215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통상적인 풀-하이브리드 방식의 자동차들과 마찬가지로, 시동 버튼을 누른 직후부터 바로 시동이 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엔진의 예열이 필요한 냉간 상태이거나 공조장치 작동 등으로 인해 전기계통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 등의 상황에서는 시동버튼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시동이 걸린다. 하지만 엔진의 예열이 필요 없거나, 하이브리드 배터리의 충전 상태가 양호한 경우에는 마치 전기차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엔진이 구동하지 않는 EV 모드에서 CR-V 하이브리드는 엔진에 의한 소음이나 진동으로부터 자유롭다. 따라서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나 마일드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에 비해서 매우 쾌적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차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EV 모드에서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을 시작하면, 전기모터의 구동 시작과 동시에 약간의 전자적인 소음이 들려온다. 특히 20~30km/h 내의 저속으로 운행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 소리가 더 뚜렷하게 들려오는 느낌이다.

오히려 기자는 엔진이 구동을 시작하게 된 이후부터가 인상적이었다. 엔진의 시동 과정이 상당히 부드럽고 매끈하게 진행될 뿐만 아니라, 엔진에 시동이 걸리는 동안에도 차내의 정숙한 분위기는 크게 흐트러지지 않고, 게다가  구동의 주체가 모터에서 엔진으로 전이되는 과정 또한 상당히 매끄럽기 때문이다. 이는 풀-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다. 풀-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기관과 전동기라는 서로 다른 동력원을 동시에, 혹은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두 가지 동력원은 서로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차이가 크게 두드러지는 부분은 바로 토크의 전개 과정이다.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저회전에서부터 쭉 상승하다가 중~고회전 부근에서 정점을 찍고 다시 하강하는, 사인 곡선에 가까운 토크 발생 곡선을 그리는 데 반해, 전기모터는 구동 시작부터 최대토크를 찍고 그 이후로 회전수에 반비례하여 하강하는 탄젠트 곡선을 그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자는 이 두 가지 동력이 서로 전이되는 과정을 얼마나 매끄럽게 풀어내는가를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면에서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상당히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보인다.

승차감은 패밀리 SUV로서의 정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부드러운 질감이 강조되어 있는 승차감은 운전석 뿐만 아니라 차내의 다른 승객들에게도 쾌적함을 선사한다. 여기에 사방으로 널찍하게 확보된 시야와 편안한 시트 덕분에 장시간의 주행에도 피로감이 덜하며, 쾌적한 기분으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가속력은 충실한 편이다. '스포트'라는 표현이  적어도 가속이 답답하거나 뒤처진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되려 여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에 비해 전기 모터의 구동력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끌어다 쓰는 편에 속해, 조금이라도 더 오래, 더 지속적으로 스포티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배터리의 잔량이 충분할 때의 이야기다.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게 되면 엔진이 거의 혼자 가속을 감당하므로, 힘에 부치는 느낌이 들게 된다. 여기에 가족용 SUV로서는 기동성능이나 조종성 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하체는 부드러울지언정 차의 기골을 이루는 섀시만큼은 상당히 탄탄하다는 느낌을 주며, 조향감각도 대체로 직관적인 편에 속해, 차를 다루기가 쉬운 편에 속한다. 그리고 이렇게 다루기 쉬운 특성과 더불어 상시로 작동하는 전자식 상시사륜구동 덕분에 보다 안정감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배터리의 충전을 도우면서 주행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부분도 있다. 바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는 보기 드문 패들시프트다. 정확히는 이 패들시프트를 통해 회생제동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 기능은 필요한 때에 그때그때 작동이 가능하며, 수동모드르 이용해 회생제동의 강도를 고정시킬수도 있다. 회생제동의 강도는 총 4단계까지 조절이 가능한데, 가장 약한 단계를 설정하면 타력주행에 더 유리하고, 가장 강력한 단계를 선택하면, 가속페달 조작만으로 차량의 속도를 제어가 가능한 수준의 회생제동이 걸린다. 물론, 일부 순수 전기차들과 같은 원-페달 드라이빙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래도 브레이크 페달의 조작 빈도를 낮춰서 피로감을 낮추는 데에는 써봄직하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교과서적인 가족용 SUV로 평가받는 CR-V에 완성도 높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매력적인 모델이다. 특히 CR-V에 적용된 혼다의 수준 높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충분한 친환경성 및 경제성은 기본이다. 그리고 여기에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어느 정도 흔들 수 있을 만한 적극적인 동력전개로 인상적인 경험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경험하면 할수록, 이 분야를 꽉 잡고 있는 강자인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가 꽤나 긴장해야 할 만한 상대가 나타났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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