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로 거듭난 브랜드 역사의 산 증인 - 제네시스 G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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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로 거듭난 브랜드 역사의 산 증인 - 제네시스 G80
  • 박병하
  • 승인 2021.02.0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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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브랜드의 '허리'에 해당하는 준대형 세단, G80의 3세대 모델을 시승했다. 제네시스 G80은 브랜드 역사의 맨 첫 번째장을 쓰고 지금까지 브랜드를 성장시켜온 명실상부한 대표 차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3세대로 거듭난 제네시스 G80이 국내에 전격 출시된 이래 지금에 이르고 있다. 3세대로 거듭난 제네시스 브랜드의 중심, G80을 시승하며 새로워진 제네시스의 매력을 짚어보고자 한다. VAT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5,390만원.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을 키워드로 내세운 3세대 제네시스 G80의 외관 디자인은 티저 이미지 공개 당시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3세대 G80은 기존의 G80 대비 차폭을 35mm 넓히고 높이를 15mm 낮췄다. 여기에 기존의 G80 대비 앞바퀴가 한층 앞으로 뻗어 나와있는 덕분에 후륜구동 고급세단에 기대할 수 있는 늘씬하고 시원스러운 비례미를 겸비했다. 아울러 G80의 외관 디자인은 먼저 출시된 SUV 모델 GV80과 더불어 제네시스가 추구하고 있는 디자인 언어가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GV80이 SUV 디자인의 기준점을 세웠다면, G80은 세단 라인업의 디자인을 정의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전면부에서는 현재의 제네시스를 상징하는 거대한 크레스트 그릴과 더불어 좌우 양쪽에 상하 두 줄로 배치되어 있는 쿼드 헤드램프 등의 요소가 돋보인다. 특히 G80의 경우는 이 두 가지 요소가 가장 도드라지며 시선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하단의 일체형 공기흡입구는 좌우로 쭉 뻗어있는 형상으로 디자인되어 있어, 극단적인 수평기조를 완성한다. 또한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등등의 위치를 최대한 낮게 배치해서 차량의 스탠스를 한층 낮게 만들어준다.

측면에서는 매끈하고 우아한 실루엣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물 흐르듯 유연하게 흐르는 차체 형상과 루프라인의 조화는 세계 유수의 고급 E세그먼트 세단과 비교해도 한 점 손색이 없다고 본다. 여기에 쿼드램프와 이어지는 사이드 리피터가 독특한 느낌을 주며, 하단의 크롬 몰딩 또한 뒤쪽으로 갈수록 상승하는 형상으로 만들어져 있다. 다만 쿼드램프에서 시작돼 도어 상단부를 거쳐 후면부로 갈수록 점점 낮게 이어지는 ‘파라볼릭 라인(Parabolic Line)’은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뒷모습은 말굽 형태로 둥글게 음각 처리한 트렁크 표면을 시작으로 제네시스의 특징인 쿼드 테일램프가 눈에 띈다. 이로서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독특한 뒷모습을 완성한다. 범퍼 하단에는 스포티한 스타일의 듀얼 테일파이프가 마련되어 역동감 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스포티한 감각이 돋보인다.

인테리어 역시 인상적. 극단적인 수평기조의 대시보드를 시작으로, 좌우로 길게 뻗어 있는 디스플레이, 그리고 독특한 패턴으로 이루어진 도어패널 디자인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우면서도 인상적인 분위기의 실내 공간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고급스러운 질감의 가죽 소재를 아낌 없이 사용하여 만족감을 높였다. 후륜구동 자동차임을 암시하는 바짝 치켜 올라 온 센터콘솔 또한 특징이다.

스티어링 휠은 독특한 형태의 4스포크 타입으로 디자인되어 있으며, 상하구분이 편하고, 그립감과 조작감 또한 준수하다. 계기반은 GV80 등과 공용하는 하나의 LCD 디스플레이 패널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각지대 카메라 기능과 주행모드에 따른 테마 전환 등의 기능을 모두 제공한다. 여기에 일목요연한 구성으로 짜여진 센터페시아도 마음에 든다. 플로어 콘솔에는 Qi 규격의 무선충전배트와 USB 포트, 다이얼 타입의 컨트롤러와 조그셔틀 타입의 변속장치, 컵홀더 등이 위치한다. 중앙에 설치된 14.5인치 디스플레이는 좌우로 긴 형태를 적용하고 있다. 전방 시야의 침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디스플레이의 면적을 크게 넓혀, 시원한 뷰를 제공한다. 터치로도 작동하기는 하지만, 디스플레이의 거리는 다소 먼 편이다. 이는 터치스크린보다는 하부의 다이얼 등으로 조작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한 방책이 아닐까 싶다. 오디오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자랑, 렉시콘의 사운드 시스템을 사용하여 우수한 청취환경을 제공한다.

앞좌석은 편안함과 더불어 신체를 탄탄하게 지지해 주는 느낌도 든다. 체형을 크게 가리지 않는, 유연하고도 잘 고려된 디자인의 운전석은 장시간의 운전에도 쉬이 피로감을 안겨주지 않는다. 운전석은 4방향 요추받침을 포함해 기본 12방향의 전동조절 기능을 제공한다. 시승차의 경우에는 총 18방향으로 작동하는 에르고 모션 시트가 추가되어, 사이드 볼스터, 쿠션 익스텐션 등을 사용할 수있다. 앞좌석에는 통풍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뒷좌석은 선대 G80과 마찬가지로, E세그먼트 세단으로서 준수한 공간을 자랑한다. 유연해진 루프라인으로 인해 헤드룸에서 약간 손해를 본 느낌이지만 성인에게도 충분히 여유 있는 거주성을 제공한다는 점은 기존과 같다. 또한, 국내에서는 이른 바 '준대형'급으로 취급하는 E세그먼트급 세단이 의전차량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뒷좌석의 편의장비도 충실하다. 시승차의 경우에는 전용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와 전동조절기능, 열선 및 통풍기능까지 모두 제공되는 구성으로, 의전용 세단으로서 손색 없는 구성을 갖췄다. 트렁크 용량은 424리터.

3세대 제네시스 G80은 기본형에 해당하는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3.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그리고 2.2 디젤 엔진의 총 세 가지의 엔진을 제공한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G80은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동력성능을 제공하는 3.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며, 구동방식은 상시사륜구동이다. 3.5리터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380마력/5,800rpm, 최대토크는 54.0kg.m/1,300~4,500rpm에 달한다. 이는 대형 SUV GV80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엔진이기도 하다. 변속기는 자동 8단 변속기를 사용한다.

제네시스 G80은 기본적으로 E세그먼트 비즈니스 세단에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을 웃도는, 우수한 정숙성을 선사한다. 파워트레인에서 들어오는 소음은 물론,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까지 효과적으로 차단해 정숙한 차내 분위기를 만든다. 여기에 자잘한 진동도 잘 잡아내 더욱 쾌적하다. 아이들링 상태 뿐만 아니라 주행 중의 정숙성 역시 인상적이다. 엔진의 회전 수가 어지간히 올라도 차내는 정숙을 유지하며, 국내 시장에서 특히 중요시하는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 또한 충실하게 막아내고 있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질감을 강조하고 있다. 편안함을 중요시하는 고급 세단으로서 정석적인 모습이다. 자잘한 요철은 능구렁이같이 흘려보내고, 과속방지턱과 같은 큰 요철에도 최대한 유연하게 대응한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부드러운 질감에만 경도되어 차량의 안정감까지 해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새롭게 도입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외관과 실내에서 나타나는 파격적인 면모에 비해, 승차감과 정숙성에서만큼은 지극히 교과서적인 설정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기묘하게 대비된다. 

이 뿐만 아니라 상당히 낮은 차고를 가지고 있음에도, 전측방 시야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낮은 대시보드 높이와 최대한 큰 면적으로 설계된 창, 그리고 도어 패널에 마운트되는 타입의 사이드미러를 적용하는 등, 시야확보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 때문에 처음 운전대를 잡은 운전자에게도 꽤나 친절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우수한 정숙성과 편안한 느낌을 주는 승차감,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시트, 그리고 충분히 고려된 전측방시야 덕분에 쾌적한 운행환경을 제공한다.

신형의 3.5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한 제네시스 G80의 동력성능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2% 부족한 느낌'이다. 380마력에 달하는 출력과 50kg.m을 상회하는 토크 수치가 주는 기대감에 비해 그렇게까지 힘이 넘치지는 않는 느낌이다. 신형의 G80은 2세대 G80에 비해 100kg이 넘는 감량과 더불어 출력증강과 신형 변속기를 도입하는 등의 여러 변화를 겪었다. 그렇지만, 실제로 체감되는 동력성능은 3.3리터 터보 엔진을 달았던 2세대 G80 스포츠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기존에 비해 한 단계 가벼워진 느낌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부드러운 주행질감을 중요시하는 차량의 성격적인 측면도 고려를 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여전히 대배기량 엔진의 고출력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하는 느낌을 주는 변속기와 전반적으로 느슨한 체결감의 동력계통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맞물려, 운전자에 따라 다소 불만족스러울 수 있는 가속감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변속기는 스포츠 모드에서도 그다지 빠릿빠릿한 느낌을 주지는 않으며, 부드럽고 매끄러운 변속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수동모드로 전환시킨 상태에서도 레드존에 도달하기도 전에 미리 변속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기동성 면에서는 확실히 2세대 G80에 비해 한 발 더 나아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 대비 100kg 이상의 체중감량과 더불어 구조적으로 더욱 잘 짜여진 느낌을 주는 스티어링 시스템과 섀시 설정 등이 맞물려 우아한 동작을 선보인다. 급격한 코너에서 롤을 제법 허용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네 바퀴는 노면을 강하게 붙잡으며, 쉽게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차체 앞쪽이 독일 세단들에 비해 다소 묵직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다루기에 어렵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조금 아쉬운 느낌을 준다. 물론 과거에 비해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여전히 특정한 상황에서 피드백이 불분명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스티어링 휠을 감을 때 모터 구동음으로 추정되는 소음이 제법 크게 들려오는 편이다.

연비는 대배기량의 엔진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썩 나쁘지 않은 결과를 보여준다. 시승한 G80 3.5 AWD 사양의 공인연비는 도심 7.8km/l, 고속도로 11.2km/l, 복합 9.1km/l다. 시승을 하며 기록한 구간별 평균연비는 차이가 꽤 컸다. 도심 구간에서는 평균 5km/l대의 연비를 보이며, 고속도로에서는 공인연비에 근접한 10.8km/l의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3.5리터급 엔진에 상시사륜구동까지 물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연비라고 본다.

가격대는 상당히 높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VAT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5,390만원이지만, 이는 2.5리터 엔진과 후륜구동 사양의 순전한 기본형 모델의 가격일 뿐이다. 시승한 G80은 이른 바 '풀옵션' 사양으로, 이와 동일하게 맞추려면, 우선 3.5리터 엔진 패키지(660만원,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등 포함)와 AWD(상시사륜구동, 280만원)만 더해도 벌써 6,330만원에 이르고, 20인치 휠 및 피렐리 타이어(70만원),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300만원), 컨비니언스 패키지(120만원),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II(150만원), 2열 컴포트 패키지II(220만원), 뒷좌석 듀얼 모니터(250만원), 렉시콘 사운드 패키지(170만원), 빌트인 캠 패키지(70만원)등이 적용돼 총 7,680만원에 달한다. 

3세대로 거듭난 제네시스 G80은 해외 브랜드의 고급 세단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구성으로 만들어진 점이 아주 인상적이다. 출범한 지 10년도 되지 않은 브랜드의 고급 세단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완성도와 함께, 시선을 사로잡는 다양한 기능들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인상적인 디자인 등, 여러가지로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게다가 국내 제조사에서 개발 및 생산한 차종인만큼, 국내 시장에 친화적인 부분들 역시 간과할 수 없는 강점이다.

하지만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제네시스 G80은 먼저 출시된 바 있는 GV80과 마찬가지로, 출시 초기부터 품질 관련 이슈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이미지에 적지 않은 손상을 입었다. 브랜드 가치가 무엇보다도 중요시되는 고가형 차종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출시 초기부터 쏟아져 나왔다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여기에 주행질감에 영향을 끼치는 기계적인 측면에서의 완성도 또한 더욱 보강해야 한다. 현재 산적한 품질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외에도, 자동차의 기본에 해당하는 주행질감의 강화에 매진한다면, 제네시스 G80은 더욱 완성도 높고 매력적인 고급세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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