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아이콘이 러시아로 팔려 간 사연
상태바
쌍용자동차의 아이콘이 러시아로 팔려 간 사연
  • 모토야
  • 승인 2020.08.10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쌍용자동차를 상징하는 아이콘을 꼽는다면, 단연 '코란도(Korando)'를 꼽을 수 있다. "한국인은 할 수 있다"를 영역한 "KORean cAN DO"에서 가져 온 이 이름은 거화자동차 시절이었던 1982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4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최장수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1996년 출시해 2005년까지 생산된 정통 오프로더 스타일의 '뉴 코란도'는 당대 젊은이들의 '로망'으로 통했다.

쌍용자동차의 뉴 코란도는 고전적인 지프의 외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가졌다. 뉴 코란도의 디자인은 가히 한국의 '지프 랭글러'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지프 고유의 스타일을 잘 살리고 있었다. 공기역학적인 부분을 상당히 고려하는 한 편, 정통 오프로더의 강인한 인상을 훌륭하게 양립하여 고급 SUV 무쏘와 함께, 오늘날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무쏘의 설계기반을 빌려 완성한 든든한 하드웨어를 통해, 뛰어난 험로 주행 성능을 실현했다. 

하지만 뉴 코란도의 2000년대 초부터 국내에서 불기 시작한 '크로스오버'의 바람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더 작은 배기량으로 더 넓은 공간과 더 안락한 승용차의 감각으로 주행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의 붐은 뉴 코란도에게 있어서 치명타로 작용했다. 거친 험로 주행에 특화되어 있었던 뉴 코란도는 이와 같은 시장의 흐름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었다.

여기에 대우그룹이 붕괴하면서 독립을 이룬 것은 좋았지만, 쌍용자동차의 고질적인 부채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에 쌍용자동차는 독자적인 워크아웃에 돌입,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했지만 여의치 않아, 2004년, 중국의 상하이자동차(SAIC)에게 인수되는 비극을 맞는다. 그리고 상하이자동차 산하 시절에 들어가며 쌍용자동차 최대의 암흑기를 맞게 된다. 쌍용자동차는 2005년 10월, 후속 차종인 액티언을 출시하며 10년 가까이 생산했던 뉴 코란도를 끝내 단종시키기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상하이자동차 산하 시절에 내놓았던 쌍용자동차들은 대부분 실패작으로 통한다. 무쏘의 후속 차종으로 내놓은 카이런부터 액티언, MPV 로디우스에 이르는 대부분의 모델들이 실패작으로 낙인찍히며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후일에 밝혀진 이야기지만,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동차는 처음부터 쌍용자동차의 기술을 훔치기 위해 인수했던 것일 뿐이었다. 상하이자동차로의 인수는 당초부터 큰 논란의 대상이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중국 기업들의 폭력적인 경영행태는 세계적으로 경계의 대상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9년,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를 법정관리 신청을 내고 도로 매물로 내놓았다. 자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기술만 훔쳐가고 껍질만 남겨 매각을 시도한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쌍용자동차는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해 그야말로 팔 수 있는 건 몽땅 내다 팔아야 했다. 이에 쌍용자동차는 단종된 뉴 코란도의 생산라인은 물론, 상표권까지 '타가즈(Таганрогский автомобильный завод, ТагАЗ, TagAZ)'라는 이름의 러시아 자동차 제조사에 매각했다. 그리고 뉴 코란도 뿐만 아니라,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었던 무쏘의 생산라인 및 상표권까지 모두 넘겼다.

러시아 타가즈는 러시아 로스토프 주의 타간록(Taganrog)에 위치한 자동차 제조사로, 한국 자동차 산업계와 인연이 꽤 깊은 제조사다. 이 회사에서 생산된 대한민국의 자동차로는 현대자동차의 액센트(LC), EF 쏘나타, 아반떼 XD, 포터, 싼타페(SM) 등이 있고, 대우자동차 레간자, 누비라, 라노스 등의 모델은 도닌베스트(Doninvest)라는 별도 브랜드로 생산한 바 있다.

그렇게 2005년을 전후해 팔려간 뉴 코란도의 조립 생산라인은 2008년, 타가즈에 의해, 러시아, 동유럽 일부 시장 한정으로 '타가즈 타거(ТагАЗ Тагер, TagAZ Tager)'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생산 라인부터 상표권, 디자인 등의 권리를 모두 타가즈에게 넘겼기 때문에 이 모델은 타가즈의 독자모델이 되었다. 

타가즈에서 생산한 뉴 코란도, 타가즈 타거는 기본 뉴 코란도의 3도어 모델은 물론, 자체적으로 휠베이스를 늘리고 도어를 추가한 5도어 모델을 추가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마치 지프의 랭글러의 4도어 버전과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타가즈 타거는 기본적으로 뉴 코란도와 외관 상으로는 동일한 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파워트레인은 달랐다. 쌍용 뉴 코란도의 파워트레인은 디젤 엔진이 주력이었던 반면, 타가즈 타거의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엔진이 주력이었다. 타가즈 타거에는 15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2.3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과 22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3.2리터 6기통 엔진이 사용되었다. 변속기는 2.3리터 사양에 수동 5단, 3.2리터 사양에 자동 4단 변속기가 적용되었다.

러시아에서 새 생명을 얻은 뉴 코란도, 타가즈 타거는 2014년, 타가즈의 파산과 함께 결국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