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원자로'를 탑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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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원자로'를 탑재할 수 있을까?
  • 모토야
  • 승인 2020.06.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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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반감이 거세졌다. 일각에서는 이른 바 '脫원전'을 주장하며, 원자력 에너지로부터 영구히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원자력은 불과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강력한 힘이자, 에너지원으로 인식되었었다. 강대국은 너나할 것 없이 '핵무기'를 보유하려 시도하는 한 편, 원자력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에도 열을 올렸다.원자력 에너지는 통상적인 발전 방식에 비해 한참 적은 연료로 막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가령 1kg의 우라늄을 핵분열시켰을 때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200만 리터의 석유, 혹은 약 3천 톤의 석탄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동등하다고 하니, 당시로서는 '꿈의 에너지'로 불릴만 했다. 하지만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고, 그리고 이를 통해 드러나게 된 원자력 에너지의 심각한 문제점들로 인해, 원자력 에너지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는 극히 일부가 운송수단에도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의 쇄빙선 일부가 원자력 추진을 사용하고 있고, 그보다 조금 더 과거에는 민간용 상선 일부에 원자력 추진체계를 적용한 사례가 있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작은 크기에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내는 이 원자력 추진체계를 자동차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원자로의 소형화와 방사능 차폐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원자력은 어쩌면 자동차에게 있어서 정말로 꿈의 에너지일지도 모른다. 일단 핵연료의 수명이 매우 길기 때문에 출고되고 나서 최소 수년 간은 연료 문제로 고민할 일이 사라지게 되며,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막대한 에너지를 이용해 전동화 또한 훨씬 용이할 것이다. 즉, 주유소를 갈 일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증기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수증기 이외에는 아무것도 내뿜지 않으므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과는 달리, 탄소배출량도 '0'이다. 

원자로를 자동차에 적용하려던 시도는 1950년대, 미국의 자동차 업계에서 먼저 나타났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1957년 선보인 컨셉트카, 누클리온(Nucleon)이 대표적이다. 이 차는 원자력으로 구동하는 미래의 자동차를 컨셉트로 디자인되었다. 이 차는 1:1 모형으로만 만들어졌고, 실제 시제차량은 만들어지지 못했다. 

이 차의 동력원으로 구상되었던 것은 원자력 잠수함에 쓰이는 원자력 추진체계를 그대로 소형화한 개념의  것이었다.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로 증기를 생성, 이를 터빈에 분사하여 동력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배수량만 3천톤 이상의 원자력 잠수함에나 탑재되는 체계를 자동차의 크기에 맞게 소형화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결국 기술적인 난점으로 인해 이 차의 개발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고, 전시용으로 사용된 모형은 헨리 포드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포드는 이에 굴하지 않고 1960년대에 시애틀 국제박람회에서 시애틀-라이트  XXI(Seattle-ite XXI)이라는 이름의 컨셉트카를 내놓았다. 이 차는 전륜 2축, 후륜 1축의 구성을 가진 차량으로, 차량용으로 개발된 원자로를 탑재한다는 가정 하에 디자인되었다. 이 외에도 원자력 추진체계를 사용하는 것을 상정해 디자인된 컨셉트카로는 스튜드베이커(Studebaker)사에서 내놓은 아스트랄(Astral)이 있다. 이 차는 그 이름답게 '아스트랄'한 컨셉트를 자랑하는데, 자이로 스태빌라이저를 사용하는 오픈 톱 외바퀴 자동차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원자로를 탑재한 자동차가 시장에 나타날 일은 없었다. 원자로가 자동차에 사용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안전'때문이다. 일단 원자로라는 에너지원 자체가 전문가들의 세심한 제어를 요구하는 데다, 만에 하나 사고라도 발생하게 되면, 그 피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원자로를 탑재한 자동차가 충돌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통상 교통사고에서 일어나는 인명 혹은 재산피해 외에도 그 지역 일대가 방사능에 오염되어버릴 수 있다. 또한, 개인이 원자로를 소유하게 되는 경우, 테러 등에 악용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상당수의 국가에서는 개인의 원자로 소유를 일절 금지하고 있으니, 애초에 상용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선박용의 원자력 추진체계를 소형화하는 형태는 사장되었고, 이의 대안으로 우주선에 사용되고 있는 원자력전지(RTG: 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를 이용하는 전기차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원자력전지는 핵붕괴 과정에서 생성되는 열, 혹은 광입자를 활용하는 형태로, 배터리임에도 스스로 발전이 가능한 개념의 전지다.

반면, 2009년 미국 캐딜락에서 발표했던 컨셉트카 월드 토륨 퓨얼(Cadillac World Thorium Fuel)의 경우, 5~60년대에 구상했던 초소형 원자로를 사용하는 컨셉트의 차다. 이 차의 원자로는 토륨(Th)이라는 원소를 이용하여 레이저 광선을 생산해 이 에너지로 물을 끓이고 증기터빈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하지만 상기한 안전 문제를 이유로, 실제 차량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소들마저 하나둘씩 문을 닫는 가운데, 원자력 에너지는 이용하는 자동차는 앞으로도 나타나지 못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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