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닛산, 진출 16년만의 철수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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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닛산, 진출 16년만의 철수 선언
  • 박병하
  • 승인 2020.06.0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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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닛산이 국내 시장에서 결국 철수를 선언했다. 이는 닛산이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래 16년 만의 일이다. 한국닛산은 기존고객을 위한 차량 품질보증, 부품관리 등 애프터세일즈 서비스는 2028년까지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요타, 혼다와 함께 일본자동차 업계의 3강 중 하나로 손꼽히는 닛산의 철수는 큰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닛산은 그동안 새나라자동차, 舊삼성자동차(現르노삼성자동차) 등을 통해 대한민국 자동차산업에 영향을 끼쳐 왔다. 그리고 지난 2004년,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정식 진출했다. 한국닛산은 진출 초기에는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Infiniti) 브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리고 2008년도부터 닛산 브랜드의 차종을 하나둘씩 소개해 나가면서 성장세를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으로 인해 공급이 끊기며 큰 위기를 맞았다. 이 당시만 해도 한국닛산은 철수설이 불거져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대 벌어진 국내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이를 딛고 회복에 성공하면서 토요타, 혼다와 함께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한국닛산은 이미 2010년대 후반부 들어, 자사에서 판매중에 있었던 디젤차 배출가스 임의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특히 볼륨 모델이었던 인피니티 Q50 디젤 모델과 크로스오버 캐시카이 등 수 천대의 차량들의 인증이 취소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게다가 국내에서 불거지고 있었던 알티마와 패스파인더 모델의 녹/부식 발생 문제까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게다가 일본 공장서 지난 수십년 간 무자격자가 자동차 품질검사를 해 왔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신뢰마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 이후로 한국닛산이 새롭게 출시한 자동차들은 국내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경쟁사 대비 다소 부족한 상품성을 '가성비'로 만회하고자 하는 전략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게 되었고, 닛산의 부진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2019년, 일본 아베 정부가 일방적으로 자행한 대한민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 제외와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가 한국닛산에게 있어서 결정타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정권의 만행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일본제 상품에 대한 자발적인 '불매운동'으로 대응했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식품, 의류 등, 일상 용품 뿐만 아니라, 고가의 내구재인 자동차에까지 영향을 끼친 것이다.

한국닛산은 지난해 하반기, 지사설립 이래 최초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대대적인 긴축체제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때까지만 해도, 한국닛산은 공식 입장발표를 통해 한국시장 철수설을 전면 부정한 바 있다. 당시 한국닛산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한국시장에서의 활동을 앞으로도 지속해 나갈 것임을 확실히 하는 바"이며, "한국의 소중한 고객들을 위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임을 다시 한번 약속 드린다"고 전하며 철수설을 부정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지난 2020년 1월, 인피니티 브랜드는 단 1대의 신차만 판매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한국닛산은 지난해에 이어 파격적인 할인 프로모션과 긴축제제를 통해 신차 물량을 소화하고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도 신형 알티마를 출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는 등,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한국닛산의 누적 판매량은 닛산 브랜드 813대, 인피니티 브랜드 159대로 작년 동기대비 각각 41%, 79% 감소했다.

그리고 결국, 한국닛산은 결국 5월 28일 한국시장 철수와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공식적으로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음을 알렸다. 한국닛산은 입장문을 통해 "2020년 12월 말 부로 한국 시장에서 닛산 및 인피니티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철수에 대해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사업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중장기적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건전한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본사에서 내린 최종 결정"이라며,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한국닛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국닛산의 국내 시장 철수 소식은 국내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안타까운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수입차 업계의 입장에서는 시장의 축소로도 연결될 수 있어, 결코 좋은 일이 못 된다. 또한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브랜드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시장에서 선택지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에 설립한 지부를 통해 고용창출까지 이루고 있었던 기업이 사업을 접고 철수한다는 것은 일자리의 감소로도 이어진다. 따라서 한국닛산의 철수는 단순히 하나의 제조사가 시장에서 도태되었다는 점 외에도 생각해 볼 점이 많은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한국닛산은 철수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공식 사이트를 통해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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