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륜구동 하이브리드는 어떤 맛? - 토요타 프리우스 AWD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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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륜구동 하이브리드는 어떤 맛? - 토요타 프리우스 AWD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20.04.06 17: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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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프리우스가 지난 해 얼굴을 바꿨다. 그리고 올해는 E-Four AWD 시스템까지 품은 모델이 등장했다. E-Four AWD 시스템은 4세대 프리우스의 론칭과 동시에 등장했으나, 국내 시장에는 그동안 공급되지 않고 있었다. AWD 시스템이 적용된 프리우스를 시승하며 프리우스의 새로운 얼굴과 함께 어떤 점이 일반 전륜구동형 프리우스와 다른 지를 짚어 본다.

새로워진 프리우스의 얼굴은 기존에 비해 대폭 정돈된 느낌이다. 기존 프리우스의 지나치게 튀는 마스크를 다듬고 또 다듬은 느낌이다. 프리우스의 디자인이 호불호가 크게 갈린 이유는 아마도 그 얼굴 때문이 아닐까 한다. 확실히 기존 프리우스의 전면부 디자인은 독특함이 좀 지나쳤다. 

하지만 새롭게 달라진 얼굴은 그보다 순화된 인상을 준다. 기묘한 디자인의 헤드램프는 하단의 툭 튀어 나온 돌출부를 잘라내 매끈하게 다듬었고 그 아래에는 길다란 세로형의 공기흡입구를 더했다. 범퍼 전반의 형상도 크게 변화했다. 한 줄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돌출되어 있는 형상을 이루며, 하단에는 조그마한 안개등을 달았다.

뒷모습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기존의 세로로 길게 내려오는 형상을 지녔던 테일램프는 후면 윈도우의 하단에 감겨 들어가는 형태로 변경되었다. 이를 통해 최근 자동차 업계의 상식에 가까워 지고 있는 수평향의 기조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테일램프 내부의 디자인 역시 클리어 타입에 가까웠던 기존과는 달리, 보다 일반적인 구성으로 변화했다. 테일램프의 테두리는 전용의 하이글로스 블랙 가니시로 마무리했다. 아울러 전용 17인치 알로이휠의 디자인과 15인치 휠캡의 디자인 역시 변화한 외관에 맞게 변경이 이루어졌다.

측면의 디자인은 거의 그대로다. 프리우스 특유의 실루엣은 그대로이며, 과장된 캐릭터 라인과 C필러에 하이글로스 블랙 패널을 이용해 플로팅 루프 스타일을 연출할 점도 동일하다. 

실내는 계기판과 프론트 콘솔 트레이 등에 블랙 컬러의 마감재를 채용하여 한층 차분한 분위기를 낸다. 기존에 적용했던 화이트 톤의 마감재는 적용되지 않는다. 플로어 콘솔의 형태도 대폭 변경되었다. 컵홀더와 트레이의 구성을 변경하여 사용이 더 편리해졌다. 센터페시아 하단쪽에 파묻혀 있었던  열선 시트 버튼도 플로어 콘솔쪽으로 옮겨왔다.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은 기존 프리우스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신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채용하면서 사용 편의성은 기존 대비 향상되었다. 계기반은 기존의 프리우스와 같이 중앙에 배치되어 있으며, 전방 시계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표시한다.

좌석은 기존과 같은 구성이다.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탑승자의 신체를 나름대로 빈틈없이 지지해 준다. 하지만 시트가 약간 작다는 느낌이 든다. 착좌감 자체는 무난한 수준이지만 탑승자에 따라서는 다소 딱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추받침이 별도로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뒷좌석도 성인에게 나쁘지 않은 수준의 공간을 제공한다. 뒷좌석의 착좌감도 다소 탄탄한 느낌이며, 등받이의 각도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적어도 국산 준중형급 승용차에 상응하는 거주성을 가진 공간이다. 뒷좌석은 시트 포지션이 약간 높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는 뒷좌석 착좌부 하단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용 배터리가 수납되기 때문이다. 트렁크 용량 또한 기존과 동일하다. 총 506리터의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일반적인 승용 세단의 기준에서 실용적인 수준의 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프리우스 AWD의 파워트레인은 일반형과 동일한 1.8리터 2ZR-FXE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2ZR-FXE 엔진은 98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14.5kg.m의 최대토크를, 전기모터는 총 72마력의 최고출력과 16.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여기까지는 전륜구동형과 동일한 구성이며, 하이브리드 배터리 역시 기존과 같은 니켈-수소(Ni-MH) 배터리를 사용한다. 니켈-수소 배터리는 현재 대세가 된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부피가 크고 무게도 무겁지만, 저온에서의 안정성이 우수하여 AWD 모델에는 오직 이 배터리만 사용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국내 도입 모델에 처음으로 적용된 'E-Four' AWD시스템이다. E-Four AWD는 일반적인 사륜구동 시스템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사륜구동 시스템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앞바퀴와 뒷바퀴 모두에 동력을 전달할 수 있어야 성립된다. 따라서 프리우스와 같은 전륜구동 차종을 기반으로 사륜구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할 수 있는 별도의 추진축과 부변속기(트랜스퍼 케이스), 그리고 뒷바퀴를 위한 차동기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프리우스 AWD 모델에는 전술한 이 기계장치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프리우스 AWD에 적용된 E-Four는 프리우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성하는 2개의 모터-제너레이터(Motor-Generator, 이하 MG) 중 하나를 뒷바퀴로 옮겨 놓은 구조에 가깝다. 뒤쪽에 설치한 소형의 MG를 이용해 뒷바퀴를 굴려서 사륜구동을 실현하는 것이다. 기계적으로는 전통적인 사륜구동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지만, 네 개의 바퀴에 동력을 모두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은 같다.

이렇게 전기모터를 이용한 사륜구동 시스템은 전통적인 기계식에 비해 구조가 훨씬 단순하고 내부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뒷바퀴 차동기어가 들어 갈 자리에 전기모터를 설치할 공간만 확보되면 비교적 수월하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내연기관에 전기모터까지 모두 갖춰야 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게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구조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차에서 이러한 방식의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중에서는 렉서스의 RX450h이 같은 원리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볼보자동차의 XC90 T8의 경우, 이와 유사한 방식의 사륜구동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주행에서의 느낌은 어떨까? 토요타 프리우스 AWD는 일상적인 운행에서는 일반 버전의 프리우스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다만 단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운전석쪽에서 들려 오던 전기모터 관련한 소음이 뒤쪽에서도 조금씩 들려온다는 점 정도다. 그 이외에는 일반형 프리우스와 하등 다를 것이 없는, 체급 대비 우수한 정숙성과 승차감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적당한 탄력과 유연함이 공존하는 승차감은 일상적인 운행환경에서 운전자에게 큰 스트레스를 안기지 않는다. 다만, 하이브리드 자동차 특유의 화이트노이즈 같은 전자적인 소음에 민감한 이들은 불편함을 호소할 수 있다.

고속주행이나 선형이 구불구불한 구간을 빠른 페이스로 주행하는 경우에도 일반형 프리우스와 거의 다르지 않은 주행질감을 선사한다. 사실 현행 프리우스의 전륜구동 플랫폼은 이미 주행질감 면에서 3세대 프리우스를 아득히 능가하는 질감을 지녔고, 지금도 충분히 준수한 주행질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졌다는 느낌을 받기에는 어렵다. 

이는 프리우스 E-Four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70km/h 이하의 중저속 운전 상황에서 개입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지난 해 출시된 렉서스 UX의 AWD 시스템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는 전륜구동과 거의 동일한 특성을 가지지만,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 접할 수 있는 노면 상의 위험요소를 회피할 수 있는 만큼의 제한적인 능력만 쥐어 주는 것이다. 일상적인 주행 환경에서 사륜구동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으니, 정말로 "필요한 상황에서 필요한 만큼만" 제공하는 개념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참으로 '토요타스러운' AWD라는 생각이 든다.

연비 또한 전륜구동 모델과 의외로 크게 다르지 않다. AWD 사양의 프리우스는 전륜구동 사양 대비 75kg이 무겁지만 공인연비는 도심 21.4km/l, 고속도로 20.3km/l, 복합 20.9km/l로, 여전히 준수하다. 물론 전륜구동 사양과의 차이가 그렇게 작지는 않지만, 보다 우수한 노면 적응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상적인 주행에서 충분한 수준의 연비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본다. 시승 중 기록한 평균 연비는 도심에서 19.2km/l~24.5km/l, 고속도로에서 25.3~27.4km/l를 기록했다. 4세대 프리우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가속페달을 밟지 않은 상태에서 EV모드 전환이 가능한 속도가 105km/h로 상향조정되었는데, 이 덕분에 도심은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우수한 연비를 경험하며 주행할 수 있다.

전기모터를 이용한 E-Four 사륜구동 시스템을 채용한 프리우스 AWD는 지리적, 혹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매하기 꺼려했던 지역을 위해 개발된 차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E-Four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채용은  사륜구동 시스템의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 낸 바 있다.

프리우스 AWD 모델은 지난 2016년 4세대 모델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었을 때부터 관심사였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사륜구동 모델의 선호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진작에 등장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사륜구동이 적용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고가형 유럽산 모델에는 종종 나타나고 있지만, 대중차 라인업에서는 흔치 않기 때문에 괜찮은 세일즈 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너무 좋지 않다. 일본측의 일방적인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관계 경색과 그로부터 시작된 불매운동은 해가 바뀐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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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jp 2020-04-15 13: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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