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겨울나기를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자동차 또한 겨울나기를 준비해야 한다. 겨울이 오게 되면 자동차는 각종 소모품의 보충, 혹은 교체로부터 시작해서 타이어의 점검, 히터 등 공조장치의 점검, 배터리의 점검, 스노우체인을 비롯한 각종 월동장비의 준비 및 점검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스노우체인의 준비는 부동액(냉각수) 점검과 함께 가장 중요한 일이다.
스노우체인은 다른 말로 ‘타이어체인’이라고도 한다. 스노우체인은 단순히 쇠사슬로 이루어진 고전적인 형태의 체인 외에도 마찰력을 증대하기 위해 타이어에 장착, 혹은 부착하는 제품 일체를 총칭한다. 스노우체인의 원리는 겨울 등산에 사용되는 ‘아이젠’과 같다고 보면 된다. 스노우체인은 원형에 가까운 타이어 둘레에 일종의 돌기를 더하여 타이어의 형상을 마치 톱니바퀴와 비슷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눈이 쌓인 노면을 ‘찍어 누르는’ 방식으로 접지력을 확보한다.
스노우체인을 준비하기 전에 먼저 체크해야 하는 사항 중 하나는 바로 ‘규격’이다. 사람도 신발을 살 때 사이즈를 체크하듯이, 자동차의 타이어 또한 휠에 알맞은 규격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타이어에 장착해야 하는 스노우체인 역시 타이어의 규격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 따라서 스노우체인을 구매하기 전에 자신의 차량이 사용하고 있는 타이어 규격부터 체크해야 알맞은 크기의 체인을 구매할 수 있다.
단, 스노우 체인은 다른 자동차용 제품에 비해 표준화가 미비한 편이다. 그 때문에 제품별로 치수가 상이할 수 있다. 특히 국내는 사슬형 체인에만 KS(한국공업규격)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그 외의 스노우 체인을 선택할 때는 제품에 표시된 치수와 타이어의 규격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보증이나 A/S, 장착의 편의성 등을 고려하는 것은 그 뒤의 일이다.
스노우체인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스노우체인은 대체로 ‘사슬형’, ‘와이어형’, ‘우레탄형’, ‘스파이더(원터치)형’, ‘직물형’, ‘약품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에는 ‘벨트형’ 스노우체인도 등장한 바 있다.
사슬형 체인은 타이어를 쇠사슬로 감싸는 방식으로 장착하는,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정석적인 형태의 스노우 체인이다. 가장 오랫동안 사용된 형태이고 그만큼 가격도 저렴하며, 효과에 대한 신뢰도와 내구력도 가장 높은 형태다. 최근에는 취급이 용이한 와이어형이나 우레탄, 직물형 체인에 밀리고 있지만, 이는 승용차용에서의 이야기일 뿐, 고하중을 견뎌야 하는 상용차는 여전히 사슬형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
승용차종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와이어형 체인'은 와이어에 금속제 스터드(징)를 결합한 구조의 체인이다. 와이어를 연결한 뒤, 장력이 강한 고무 링을 각각의 와이어에 걸어 체결하는 방식으로 장착한다. 가볍고, 사슬형에 비해 취급이 현저히 용이하여 직물형 체인의 보급 이전까지는 승용차량용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었던 형태다. 단, 구조 상 사슬형에 비해 접지력은 물론, 내구력과 신뢰성도 사슬형에 비해 떨어진다.
'우레탄형 체인'은 와이어형 체인의 파생형에 가까운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튼튼한 케이블에 스터드가 박힌 여러 개의 고무/우레탄 패드가 달려있는 형태를 띈다. 고무나 우레탄의 특성상 습기에 잘 견디고, 노면과의 마찰력이 우수한데다 패드가 망가지면 망가진 패드만 떼어서 교체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취급은 와이어형 체인과 비슷한 정도이고, 승차감 면에서는 사슬형 보다 유리하다. 단, 우레탄 패드가 소모품이기 때문에 유지보수에 손이 가는 편이며, 역시 사슬형에 비해 성능과 내구성, 신뢰도 또한 떨어진다.
‘스파이더(원터치)형’ 체인은 방사형으로 뻗어 나온 다리가 마치 거미의 다리를 연상하여 붙은 이름이다. 스파이더형 체인은 타이어를 붙잡는 형태로 장착할 수 있는 체인으로, 어댑터만 설치해 두면 장/탈착이 매우 간편하여 고급 승용차 오너들을 중심으로 한 때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최초 장착 시 어댑터를 장착하는 것이 번거롭지만, 어댑터만 달면 체인의 장/탈착이 매우 편리해진다는 점이 강점이다. 단, 다른 제품 대비 가격대가 매우 높다는 것이 단점이며, 체인으로서의 성능 또한 우레탄형 체인과 비슷한 정도다.
‘직물형’은 직물 표면이 갖는 높은 마찰계수를 이용해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직물형 체인은 일종의 덧신처럼 타이어에 씌우는 형태로 장착되어 ‘스노우삭스(Snow socks)’라고도 불린다. 장탈착이 어렵지 않으면서 가격도 매우 저렴한데다, 여타 체인에 비해 보관도 쉬워 오늘날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형태다. 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사슬형은 커녕, 고무/우레탄형 체인에 비해 접지력과 제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특히 직물의 특성 상 절대적인 내구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눈이 쌓이지 않은 마른 노면에서 사용할 경우 마찰력이 떨어져 파열될 수 있다.
‘약품형’ 체인은 스프레이로 약품을 타이어에 분사하여 사용하는 `약품형 체인`도 존재한다. 마른 타이어에 도포 시 주성분인 고분자수지와 유기용제가 눈길에서의 접지력을 높이는 원리를 이용한다. 단, 그 성능은 체인이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의 효과에 불과하다. 또한, 약품을 도포하는 형태인 만큼, 그 효과도 극히 일시적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약품의 특성 상, 차체 휀더 등에 엉겨 붙기 때문에 제거하기도 번거롭다.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벨트형은 우레탄형 체인의 패드를 나눠서 개별적으로 장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벨트형 스노우체인은 휠의 구멍을 통해 타이어에 몇 개의 벨트를 감아서 접지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각각의 벨트가 독립되어 있어 손상 시 손상된 부분만 새것으로 교체해 주면 되는 덕분에 유지보수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우레탄 체인이나 스파이더형 체인과 마찬가지로 성능과 신뢰성은 사슬형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편이다. 이 외에도 케이블 타이처럼 장착하는 방식의 스노우벨트 제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자신의 차량에 알맞은 크기의 스노우체인을 골랐다면 스노우체인의 장착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스노우체인의 장착 위치는 엔진의 동력이 직접 전달되는 구동륜(驅動輪)을 기준으로 한다. 자신의 차량이 전륜구동(앞바퀴굴림)이라면 양쪽 앞바퀴에, 후륜구동(뒷바퀴굴림)이라면 양쪽 뒷바퀴에 장착해야 한다.
사륜구동 차량의 경우에는 기계적인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자신의 차량이 사륜구동 차량인 경우에는 취급설명서에도 기재되어 있는 내용을 따르는 것이 옳다. 대략적으로는 보닛을 열었을 때 차량의 엔진이 가로로 탑재되어 있는 경우(전륜구동 기반)에는 앞바퀴에, 세로로 탑재되어 있는 경우(후륜구동 기반)에는 뒷바퀴에 장착해 준다. 다만, 세로배치이면서 전륜구동을 사용하는 아우디 일부차종은 앞바퀴에 장착해 준다. 또한 랜드로버의 일부차종과 같이 50:50까지 구동력 배분이 가능하거나 차동기어잠금장치(4WD Lock, 디퍼렌셜 록)를 사용하는 경우, 혹은 지프 랭글러 등과 같은 파트타임 사륜구동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앞바퀴에 스노우체인을 장착하는 것이 좋다. 단, 스노우체인이 총 4벌이 있다면 네 바퀴 모두에 장착해 주는 것이 더 좋다.
스노우체인을 장착한 상태에서는 절대 40km/h 이상의 속도를 내지 않도록 한다. 눈길에서 주행을 할 때에는 속도를 최대한 줄여서 운행하도록 한다. 스노우체인은 눈길에서 일시적으로 접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일 뿐, 눈길에서의 고속주행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너무 빠른 속도로 주행하게 되면 체인이 제 성능을 낼 수 없다. 그리고 스노우체인은 타이어와 다른 물성을 지니기 때문에 코너를 고속으로 주행하게 되면 체인이 타이어에서 이탈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며, 이탈한 체인이 차체 내부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또한 눈길이나 빙판 구간에서 벗어난 경우에는 즉시 탈착해야 한다. (직물형을 제외한)스노우체인을 장착한 타이어는 일종의 톱니바퀴와 같은 형상이 되기 때문에 차량의 하부구조에 상당한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스오누체인은 유지보수에도 신경을 써 줘야 한다. 특히 사슬형이나 와이어형 같은 경우에는 녹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사용 후에는 반드시 건조한 곳에 보관하여 습기를 제거해야 한다. 우레탄형이나 스파이더형 체인의 경우에는 패드의 마모 상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직물형 체인의 경우에도 사용후 반드시 건조시켜 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