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원조’인 자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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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원조’인 자동차들
  • 모토야
  • 승인 2019.11.1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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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전세계 자동차 산업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로 자동차의 대중화를 의미하는 ‘모터리제이션(Motorization)’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실현시킨 국가가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역사가 더 긴 유럽은 자동차가 유산 계급을 위한 사치품의 성격에 가까웠던 반면, 미국의 자동차는 ‘자동차왕’ 헨리 포드(Henry Ford)의 ‘모델 T’가 태어난 1908년부터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럽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땅덩어리를 가진 미국에서 자동차는 마차를 대체하는 사치품이 아닌, ‘생필품’으로 자연스럽게 정착되어 갔다.

자동차의 대중화가 가장 빠르게 시작된 미국의 대중은 오히려 유럽보다도 자동차와 오랫동안 함께 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의 자동차 문화는 줄곧 자동차를 사용하는 대중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배경 하에 미국 특유의 교통 환경이 맞물리면서 다른 지역들과 비교했을 때 지역색이 굉장히 짙은 자동차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다.

오늘날까지 가장 미국적인 자동차로 손꼽히는 카테고리는 픽업트럭, 머슬카, 그리고 SUV를 들 수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전 세계에 알려진 가장 미국적인 자동차 분류를 간단히 살펴 보자.

픽업트럭
픽업트럭은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가장 미국적인 세그먼트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픽업트럭은 최초로 대중화된 자동차인 포드 모델 T의 변형에서 출발했다. 1913년, 오하이오 주 소재의 갤리온 전금속 차체 회사(Galion Allsteel Body Company)라는 곳에서 모델 T의 뒷좌석을 걷어 내고 그곳에 적재함을 올린 개조 차량을 선보였는데, 이것이 미국에서 최초의 픽업트럭으로 여겨진다. 픽업(Pickup)이라는 명칭은 1910년대에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스튜드베이커(Studebaker)에서 가장 먼저 사용했다. 스튜드베이커가 사용한 명칭은 ‘pick’과 ‘up’ 사이에 하이픈이 있었던 ‘Pick-up’이라는 표기였지만 후대에 들어 하이픈이 사라진 ‘pickup’이라는 용례가 정착되게 된다.

픽업트럭은 ‘승용차와 상용차의 중간 지점’이라는, 이중적이고도 애매한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애매함이 미국에서는 ‘범용성’으로 통하면서 픽업트럭은 대히트를 쳤다. 특히 전미 각지의 농장주들을 비롯하여 소규모 수송력을 필요로 하는 각종 산업현장에서 환영 받았다. 또한 승용차에 비해 저렴한 가격 역시 픽업트럭 시장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픽업트럭의 눈부신 성장은 미국 내 상용차 시장에도 영향을 주었다. (미국의 기준에서)적당한 크기와 적재량, 승용차와 상용차의 중간 격에 해당하는 특유의 포지션과 우수한 견인능력에서 나오는 탁월한 범용성으로 현재 다른 국가에서 통용되고 있는 소형 상용차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미국의 픽업트럭 시장은 미국 자동차 업계를 지탱하는 힘줄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가 승용차 시장을 해외 제조사들에게 대거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한 이유는 도무지 줄어 들 기미가 안 보이는 픽업트럭 시장 때문이다. 가령 미국내 가장 많은 픽업트럭을 판매하고 있는 포드의 경우, 아예 자사 매출의 절반이 F-시리즈 픽업트럭에서 나온다고 공언할 정도다. 물론, 토요타를 위시한 일본계 제조사들은 이 시장마저 가져오고자 아예 미국 현지에 공장을 차려 미국식 픽업트럭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픽업트럭 시장에서는 미국계 제조사들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픽업트럭은 이른 바 ‘풀-사이즈’급이라고 불리는, 적재중량 1,500파운드(약 680kg)급의 픽업트럭이다. 이들 픽업트럭은 미국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체급이기는 하지만 사양에 따라 길이가 6미터를 넘나들고 차폭은 2미터를 가볍게 넘기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운용이 다소 어려운 측면에 있다. 근래에는 픽업트럭의 붐과 함께 국내에서도 미국에서 건너 온 픽업트럭이 판매되고 있으며, 한국지엠에서는 올 8월에 중형 픽업트럭인 콜로라도를 정식으로 선보인 바 있다.

머슬카
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헐리우드 영화 등의 매체에서 단골 출연하는 머슬카. 아메리칸 머슬카는 그야말로 유럽식 스포츠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미국식’의 고성능 자동차다. 정확히는 유럽식 스포츠카와는 성능을 추구하는 관점과 방향성이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머슬카는 유럽식 스포츠카와는 그 태생부터가 다르다. 유럽식 스포츠카는 과거부터 유산 계급의 장난감으로 출발했지만 머슬카는 미국의 중산층 내지는 서민층의 문화에서 출발했다. 아메리칸 머슬의 역사는 1950년대 ‘핫 로드(Hot Rod)’가 중흥하기 시작한 시절, 더 멀게는 1930년대 금주령 시절부터 시작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머슬카의 성능 향상 방정식은 유럽산 스포츠카의 그것과는 다르다. 빠른 가속성능과 최고속도 도달 능력에 중점을 두는 아메리칸 머슬카들은 5.0리터 이상의 대배기량을 자랑하는 V8 엔진을 주력으로 사용했다. 출력이 모자라면 실린더 보어나 스트로크를 늘려 배기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출력을 높였다. 이것조차 모자라다 싶으면 슈퍼차저를 얹는 등의 방법으로 출력을 높여 댔다. 그리고 기본적인 차량의 베이스 자체가 장거리 주행에 알맞은 일반적인 미국의 중대형급 승용차를 바탕으로 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머슬카는 유럽식 스포츠카의 작고 날렵한 차체에 비하면 매우 크고 넉넉한 차체 및 섀시를 지니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유럽식 스포츠카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하여 접근성이 매우 높았다. 대중으로부터 시작된 자동차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머슬카는 오직 직진 성능만 강력할 뿐, 핸들링 등 다른 성능은 등한시하는 차라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럽식 스포츠카를 잣대로 아메리칸 머슬카를 판단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아메리칸 머슬카와 유럽식 스포츠카는 서로가 추구하는 고성능의 방향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성능 향상을 위해 그램 단위로 무게를 줄이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 유럽식 스포츠카와는 접근법부터가 다를 수 밖에 없다. 

SUV
오늘날 전세계의 자동차 산업을 주름잡고 있는 SUV. 그 SUV의 기원은 바로 미국이다. SUV는 잘 알려진 대로,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ports Utility Vehicle)의 약자다. 여기서 말하는 ‘스포츠’란, 고성능 자동차를 의미하는 ‘스포츠카’의 그것과 맥락이 다르다. SUV의 스포츠는, 각종 레저 및 아웃도어 활동을 이른다. 즉, SUV란 처음부터 레저활동을 위한 다목적 차량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SUV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는 전간기(戰間期)인 1935년도에 등장했다. 쉐보레가 출시한 서버번 캐리올(Suburban Carryall)이 바로 그것이다. 쉐보레 서버번 캐리올은 세계 최초의 SUV임과 동시에 지프와 함께 미국을 SUV의 종주국으로 만든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서버번 캐리올은 오늘날 미국식 중형~대형 SUV에 통용되고 있는 3열 8인승 좌석 구조를 구현하고 있었으며, 2도어이기는 하지만 뛰어난 실용성으로 미국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1940년대 후반부터 민간에 보급되기 시작한 민수용 지프(CJ)를 통해, 사륜구동 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픽업트럭을 기반으로 출발한 SUV는 ‘사륜구동 기능과 넓은 적재공간을 갖춘 다목적차’로 그 성격이 변화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자동차 제조사나 미디어 등지에서 말하고 있는 SUV의 개념은 발상지인 미국에서 말하는 SUV와 개념이 다르다. 오늘날 자동차 제조사 상당수는 승용 세단과 설계 기반을 공유하여 만들어지고 있는 도심형 소프트로더를 SUV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SUV의 발상지인 미국에서는 이러한 차종을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rossover Utility Vehicle, 이하 CUV)’, 혹은 ‘크로스오버 SUV’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SUV’로 판매되고 있는 차종 중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와 쌍용 G4 렉스턴을 제외하면 모두 이 분류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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