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가능성을 품다 - 켄보600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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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가능성을 품다 - 켄보600 시승기
  • 윤현수
  • 승인 2017.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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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가전제품 업체, `샤오미`가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이들이 생산한 보조배터리는 이미 2015년과 2016년 각각 국내 시장 점유율 75%, 60%를 점유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스마트밴드, 블루투스 헤드셋, 액션캠, 체중계, 가방 등 다양한 중국산 제품들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보다도 뒤늦게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중국의 자동차 브랜드가 한국 자동차 시장에 속속들이 출사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포톤과 선롱버스는 이미 국내에 진출했고, 중한 자동차가 지난달 정식으로 한국 시장에 입성했다.
그러나, 자동차는 가방이나 체중계 같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다. 수만 개의 부품이 결합한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이다. 일상에서 중국 디지털 제품을 서슴없이 사용하지만, 기술력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자동차만큼은 중국 제품을 신뢰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보다도 후발주자인 그들의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시각이 일반적인데도 불구하고, 이번엔 상용차나 버스와 같은 특수 차량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을 겨냥한 중국제 SUV가 한국땅을 밟았다.


`켄보 600`이라 명명된 해당 차량은 베이징자동차그룹(이하, BAIC)의 산하 수출 브랜드인 `북기은상`이 전담하고 중한자동차가 유통하는 중국제 SUV이다.
중형급 크기의 SUV가 1999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지녔다. 이러한 타이틀을 해당 차량은 출시 전후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목을 끌었던 바 있다.
한 명의 소비자 입장에선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품질이 보장된다면, 저렴한 가격으로 중형급 SUV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지나치리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걱정도 되었다. 첫 중국제 승용차가 중국 자동차 제조사의 이미지만 깎아먹은 채 시장에서 쓸쓸히 퇴장하게 된다면, 이후 물밀 듯 들어올 여타 제조사들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복잡한 생각들이 끊이지 않는 와중에 화제의 연속인 켄보 600을 직접 만났다.첫인상은 `스핀들 그릴`을 입은 최신 렉서스의 외형을 떠오르게 했다. 강인한 인상과 함께 영롱한 제논 헤드램프는 꽤 멋들어진 얼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헤드램프 내부에는 `BAIC` 레터링을 새겨 넣었다.


측면과 후면 역시 무난한 도심형 SUV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외관 디자인에는 특별히 모난 곳이 없었다. 특출나게 멋지진 않으나, 누구에게나 부담 없는 모습이었다. 패널간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부분들의 조화가 아쉽긴 했어도 이 정도면 괜찮을 듯싶다. 프런트 펜더에 장식물을 추가하는 등, 외관 디테일에도 신경을 쓴 면모를 보였다.



예상보다 첫인상이 좋아 기대감을 품게 했다. 도어를 열어 실내로 들어갔다. 실내에서는 여타 브랜드의 인테리어 파트를 짜깁기해 놓은 듯한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어두운 톤의 우드 트림, 그리고 무광 크롬으로 포인트를 준 실내의 느낌은 역시 외관과 마찬가지로 생각보다 괜찮았다. 푸른색 LED로 `BAIC` 레터링을 밝혀 운전자를 맞이하는 도어플레이트도 의외였다.


브라운과 블랙, 투 톤 가죽으로 꾸며낸 전반적인 분위기는 제법 고급스러웠다. `중국차`하면 괜스레 떠올렸던 휘황찬란한 우드 트림과 크롬의 향연이 아니었다. 여기에 센터페시아 버튼들은 큼직큼직해서 조작하는 데에는 편리함을 전했고, 전반적으로 `괜찮은` 내외관 만듦새를 보여주고 있었다.


중형급 SUV 크기를 지녔으니 2열 착석감도 중요했다. 현시대에서는 보수적인 스타일에 속하는 디자인인지라 헤드룸은 넉넉했고, 레그룸 역시 모자람이 없었다. 공간에서는 나무랄 곳이 없었다. 시승차는 상위 트림에 내비게이션 옵션을 더한 모델로, 2,150만 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우적 감지 와이퍼, 차선이탈 경보장치, 오토파킹 시스템, 8인치 모니터 등, 가격대비 뛰어난 수준의 편의 장비를 갖췄다.


SUV 특유의 실용성도 챙겼다. 1,063리터의 기본 용량을 자랑하는 트렁크는 2열 시트 폴딩 시 최대 2,738리터의 적재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6:4 폴딩도 지원한다.
다만 중형급 SUV에 2열 열선시트가 빠져있는 건 아쉬웠다. 2열 승객을 위한 에어벤트 역시 1열 시트 아래에 있는 덕트 방식으로만 제공이 된다. 2열 승객에 대한 배려가 살짝 부족한 감이 든다.


켄보 600에는 `F15D`라 명명한 1.5리터 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해당 엔진은 최고출력 147마력에 최대토크 21.9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차량 전장이 4.7미터에 달하는 중형급 SUV임을 감안하면, 제원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제법 크다.


실제로 차체를 움직이는 데에 있어서도 출력의 부족함은 체감으로 다가온다. 스로틀 조작에 따른 엔진 반응성도 생각보다 늦은 편이며, 효율성 증대를 위해 CVT를 적용했으나, 되려 부작용이 느껴졌다. 출력이 낮은 편이다 보니 엔진 회전수를 높게 끌어 올려야 했고, 자연스레 커진 엔진음은 부족한 방음 대책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다운사이징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엔진은 차량의 크기에 걸맞지 않게 낮은 배기량을 지녔다. 그 배기량을 보완하기 위해 과급기를 지속적으로 돌려야만 스트레스 없는 주행이 가능했다. 따라서 어느 구간에서든 연비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참고로 정부 공인 표준연비는 복합 기준 9.7km/l이다.


모기업인 BAIC가 공중 분해되었던 사브의 플랫폼을 비롯한 기술력을 전수받아 제작한 차량이라고 하니, 기대감을 품게 했으나, 현실은 많이 달랐다. 속도를 높일 수록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실내를 채워 스트레스를 전했다. 말랑한 서스펜션 덕에 승차감은 무난했지만 2017년에 출시된 차량 치곤 감각이 구식이다. 세련된 면모는 보이지 않고 연속된 요철에선 불안감을 선사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차선 이탈 경보장치도 장착되었다. 그러나 도로 균열을 메운 시멘트 자국을 차선으로 인식할 정도로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시트 완성도 역시 아쉬움을 자아냈다. 등받이 부분의 사이드 볼스터 너비가 좁아 상대적으로 등판을 지지하는 면적이 작았다.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장거리 주행을 겪어보니 허리가 지속해서 압박을 받아 큰 피로감을 만들어냈다.


세세히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부분들 투성이다. 그러나 가격표를 보고 나서 생각을 다시 해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999만 원짜리 기본 트림 모델은 단순히 가격만 저렴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풍부한 편의 장비를 갖췄다.
고속 주행에서는 취약한 면모를 보이긴 했어도, 도심형 크로스오버로써 사용하기엔 크게 무리는 없다. 저렴한 가격에 중형 SUV 특유의 실용성을 가지고 싶은 소비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가격대로는 출중한 완성도의 하위 세그먼트 국산 차들이 많이 포진해있다는 것이다.


언급했던 주행 성능과 N.V.H 대책에 있어서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정상궤도에 오르게 된다면, 한국 시장에서 흥행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단, 현재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최근 중한자동차는 켄보 600 출시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초도물량 120대를 모두 판매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국 도로에서 중국제 자동차를 흔히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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