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코리아가 미디어를 대상으로 자사의 4륜구동 시스템인 xDrive와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SAV(Sport Activity Vehicle)라인업 모델들을 고루 만날 수 있는 시승회를 열었다. 가을 단풍으로 울긋불긋하게 물든 소남이섬 일대에서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BMW xDrive의 실력을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시승하게 된 BMW SAV 모델은 X4 30d xDrive M Sport와 X5 M이다. 본 기사에서는 X4 30d xDrive M Sport를 먼저 다룬다. X5 M은 별도의 시승기를 통해 다루도록 하겠다.
BMW X4는 X6의 동생 격의 모델로 등장한 BMW X시리즈 패밀리의 5번째 모델로, 동사의 중형 SUV `X3`에 쿠페의 성격을 더한 틈새시장용 SAC(Sport Activity Coupe) 모델로 만들어졌다. 시승한 X4는 3.0리터 디젤 엔진을 얹고 달리기 성능을 보강해 줄 스포츠 패키지를 입은 X4 xDrive30d M 스포츠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8,620만원.
X4의 외관 디자인은 SUV인 X3에 스포츠 쿠페를 접목한 형태를 취한다. 그래서 얼굴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확실한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게다가 M 스포츠 패키지의 전면 범퍼는 X3와 X4가 공유하고 있는 터라, 더욱 그렇다. 시승차는 M 스포츠 패키지로 무장한 덕에, 한층 공격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하지만 시선을 정면에서 측면으로, 측면에서 후면으로 돌릴수록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X3를 기반으로 설계된 X4의 전장은 4,671mm로 X3보다 14mm길며, 전고는 1,624mm로 낮다. X3에 비해 최저 지상고도 다소 낮아, 쿠페의 바짝 웅크린 스탠스를 연출한다. 완만하게 흐르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루프 라인을 가진 X4는 전통적인 SUV의 형상을 따르는 X3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특히, 매끄럽게 내려오는 D필러의 형상은 통상적인 SUV와는 판이하게 다른, BMW식 SAC가 가진 전형을 보여준다.
인테리어는 부분 변경된 X3에서 보여주었던 구성을 대부분 따르고 있다. 대시보드에서부터 센터페시아와 센터 터널에 이르는 대부분의 구성품들이 X3의 것을 그대로 따라간다. 실내는 M 스포츠 패키지의 적용으로 전용 스티어링 휠과 풋레스트, 블랙 하이글로스 패널과 알루미늄 장식, 그리고 블랙 원톤의 인테리어 테마를 제공한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아 보면, 무언가 다른 느낌을 받는다. X3에 비해 시트 포지션이 더욱 낮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X4의 좌석은 설계 상의 기반이 되는 X3에 비해, 앞좌석은 20mm, 뒷좌석은 28mm 더 낮게 설계되어 있다. 이를 통해, 보다 세단에 가까운 포지션을 연출하며, 낮아진 전고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정한 수준의 머리 공간을 확보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낸다.
뒷좌석은 앞좌석과 유사한 질감으로 마무리 되어 있으며, 착석감은 무난한 수준이다. 열선 기능도 지원한다. 다리 공간과 어깨 공간은 X3와 같은 여유가 있다. 그러나 머리 공간은 지나치게 적어, 평균적인 체격의 성인 남성도 불편함을 호소할 정도다.
시승한 X4는 BMW의 3.0리터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을 싣고 있다. 엔진 최고출력은 258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57.1kg.m/1,500~3,000rpm이다. 유로 6 규제를 만족하는 엔진이며, 변속기는 BMW의 자동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를 사용한다. 복합 모드 기준 공인 연비는 12.2km/l.
정숙성을 인정 받은 BMW의 6기통 디젤엔진이 심장으로 들어 앉아 있는 X4 xDrive30d는 6기통 레이아웃이 갖는 양질의 회전질감을 지닌다. 또한, 적정하게 이루어진 NVH 대책으로 디젤엔진을 탑재한 동급의 SUV로서는 꽤나 양질의 정숙성을 갖는다. 따라서 도심에서의 일상적 운행에서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다. 또한, 충분한 출력과 풍부한 저회전 토크 덕분에 극단적인 경제 운전 모드인 ECO PRO 하에서도 어지간해서는 성능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기 어렵다.
하지만 쿠페의 성격이 강조된 데다, 스포츠 패키지까지 장착된 X4의 승차감은 편안함과는 거리가 있다. 단단한 서스펜션 설정 때문에 노면의 굴곡을 일일이 훑는 느낌을 준다. 노면의 요철을 지날 때 마다 손목과 등줄기를 타고 들어오는 모든 감각에서 롤 안정성 증대와 조종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운전자에 따라서는 서스펜션의 반응이 다소 신경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일상적인 운행에서는 요추 받침이 없는 앞좌석과 함께 허리에 슬슬 부담이 온다.
3.0리터 엔진을 얹은 X4 xDrive30d M 스포츠는 디젤엔진을 탑재한 SUV형 차량으로서는 꽤나 호쾌한 가속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스포츠, 혹은 스포츠 모드로 주행 모드를 바꾸게 되면 3.0리터 디젤 엔진의 스로틀 반응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어, 가속 페달에 발을 가져갈 때마다 맹렬한 토크가 차를 전방으로 왈칵 밀어 댄다. 자동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의 성능은 괄괄한 엔진에 적당하게 발을 맞춰준다. 제원 상의 0-100km/h까지 가속 시간은 5.8초. SUV로서는 차고 넘치는 순발력이자, 승용 세단 혹은 쿠페의 기준으로도 만만한 수치가 아니다. 넉넉한 성능을 지닌 파워트레인 덕에 SUV의 체구와 중량감을 종종 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소 거친 승차감을 지닌 X4 40d M 스포츠지만, 굽이길이 이어지는 산악도로에서는 확실히 쿠페 다운 맛을 보이려 한 티가 난다. 조타에 따른 차체의 반응이 꽤나 세련된 느낌을 주며, 타이트한 저속코너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덩치에 비해 민첩한 몸놀림으로 처리해 낸다. 네 바퀴에 서로 다르게 구동력을 배분하는 똑똑한 xDrive 시스템과 단단한 차체와 하체 설정이 만나, 기운차게 코너를 달려나갈 수 있다. 물론, 승용 세단이나 쿠페 모델과의 1:1 전면전을 펼치기에는 무게 중심과 덩치 면에서 한계가 있으나, SUV로서는 기대를 뛰어 넘는 실력이라 할 수 있다. 제동력 또한 충분하여, SUV의 뼈대를 품은 X4를 별다른 불안감 없이 제어할 수 있다.
BMW X4 30d xDrive M 스포츠는 태생은 SUV라 할지라도 쿠페스러운 팔팔한 주행 감각을 상당한 수준으로 맛볼 수 있는 차다. 넉넉한 성능의 파워트레인과 탄탄한 주행감각을 만들어 주는 스포츠 패키지, 그리고 BMW의 영리한 xDrive 상시 4륜구동을 갖춰, SUV의 풍채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우수한 고속 주행 성능과 코너링 성능을 꽤나 높은 수준으로 양립하고 있다. BMW식 SAV, 혹은 SAC의 기본 원리에 충실한 X4 30d xDrive M 스포츠는 역동적인 주행 질감을 지닌 SUV형 자동차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설득력 있는 제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