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왜건과 SUV의 기묘한 만남 -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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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왜건과 SUV의 기묘한 만남 -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 박병하
  • 승인 2015.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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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코리아는 9월 8일, `V60 크로스컨트리`를 출시하고, 언론사와 고객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시승 행사에 돌입하며, 신차 알리기에 나섰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지난 2014 LA오토쇼에서 처음 선보인 볼보의 신모델로, 올해 초 출시한 바 있는 `V40 크로스컨트리`에 이어, 볼보가 제시하는 새로운 개념의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두 번째 모델이다. V40 크로스컨트리에 이은, 두 번째 크로스컨트리 모델, V60 크로스컨트리를 9일 열린 시승 행사에서 만날 수 있었다.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직렬 5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V60 크로스컨트리 D4 AWD와 DRIVE-E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V60 크로스컨트리 D4의 두 가지 모델이다.



`크로스컨트리`는 현재 볼보의 SUV라인업으로서 확실하게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XC` 라인업의 기반을 이루는 개념이다. 그 기원은 1999년에 등장한 1세대 V70을 기반으로 하는 `V70 XC`가 있다. V70 XC는 승용 에스테이트 모델의 지상고를 높이고, SUV로서 필요한 각종 장비와 의장품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어, 향후 볼보의 크로스 컨트리 개념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V60`에 상술한 크로스컨트리 개념을 덧입힘으로써 완성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완성된 결과물은 왜건에 비해 높은 최저지상고, SUV에 비해 낮은 전고, 승용 버전에 비해 한층 강화된 섀시, 보다 증대된 휠 및 타이어, 그리고 SUV의 향기가 가득한 의장품을 갖추게 된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일반형 V60에 비해 65mm높아진 최저지상고가 65mm 더 높다.




디테일로 들어 갈수록 승용 버전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XC70이나 V40 크로스 컨트리에서 볼 수 있는 굵직굵직한 허니컴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 반광 메탈 도장으로 반짝이는 스키드 플레이트와 측면 하단의 프로텍션 스커프, 터프한 감각의 블랙 컬러 휠 아치 등의 의장품에서, SUV의 맛을 적극적으로 가미한 점이 눈에 띈다.



실내는 승용 버전의 V60과 동일하지만, 스포츠 시트가 기본으로 장착되며, V40 크로스컨트리에서 보여주었던 독자적인 콘트라스트 스티칭으로 마감된다. 실내의 장식은 V40 크로스컨트리가 구리 장식을 사용한 것과 달리, D4 AWD 모델에는 유광 우드그레인을, D4 에는 V형 패턴의 무광 우드그레인을 사용한다. 또한, 몇 가지 사양을 제외하면, 실내의 구성과 공간은 V60과 일절의 차이가 없다.



시승한 V60 크로스컨트리는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D4 AWD와 D4의 두 가지 모델인데, 두 모델은 엔진부터가 서로 다르다. D4 AWD의 경우, DRIVE-E 파워트레인의 발매 이래, 국내 시장에서 슬슬 퇴역 수순을 밟고 있었던 5기통 엔진이 장착되고, 전륜구동인 D4 모델의 경우, 4기통 엔진이 장착된다. 다만, V60크로스컨트리에 사용된 5기통 엔진은 기존 XC60 등에 사용하고 있었던 2.0리터 직렬 5기통 엔진이 아닌, D5 모델의 2.4리터 직렬 5기통 엔진을 디튠한 유닛이다. 변속기는 기존에 사용하고 있엇던 자동 6단 기어트로닉을 사용하며, `인스턴트 트랙션`이 포함된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D4의 경우, 현재 볼보 DRIVE-E 파워트레인의 주력 유닛이다. V60 크로스컨트리 D4 AWD의 2.4리터 직렬 5기통 트윈터보 엔진은 190마력/4,000rpm의 최고출력과 42.8kg.m/1,500~3,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V60 크로스컨트리 D4의 경우, 190마력/4,250rpm의 최고출력과 40.8kg.m/1,750~2,500rpm의 최대토크를 낸다. 변속기는 2.0리터 모델들이 두루 사용하고 있는 아이신의 자동 8단 변속기. 구동 방식은 전륜구동이다.



처음 시승한 모델은 D4 AWD 모델. 최근 볼보 모델들이 DRIVE-E 파워트레인을 대대적으로 도입한 이래, 오래간만의 5기통 모델이었다. D4 AWD 모델은 시승 시작부터 끝까지, 독특한 감성을 지닌 직렬 5기통 엔진의 사운드가 실내에 묵직하게 울린다. 오늘날의 기준으로도 충분히 용인할 만한 정숙성을 지니고 있으며, 2,000rpm에 못 미친 시점에서 들어오는 진동을 제외하면, 진동의 처리도 우수한 편이다. 반면, DRIVE-E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D4의 경우, D4 AWD 모델에 비해, 한결 정숙한 모습을 보여, 차가 한층 편안하게 느껴진다. 정숙하고 깔끔한 회전 질감을 지닌 신형 4기통 엔진의 덕이다. 승차감은 승용의 V60에 비해 크게 다른 점을 보이지는 않으나, 충격을 받아내는 성격에 있어서, V60에 비해 더욱 든든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D4 AWD 모델로 가속을 시작하면 초장부터 매섭게 몰아치는 5기통 엔진의 맹렬한 토크를 체감할 수 있다. 제원 상의 0-100km/h 가속은 8.9초로, 엔진의 소리와 진동으로 체감할 수 있는 격렬한 감각에 비하면 다소 아쉬움이 있는 수치. 하지만 저회전 영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42.8kg.m에 달하는 막강한 최대토크 덕에 힘의 부족을 느낄 만한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급격한 경사의 오르막길에서도 한 치의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법이 없이, 가열차게 내달리는 모습이 인상적. 4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D4의 경우, D4 AWD 모델에 비해, 1.1초나 더 빠른 제원 상의 0-100km/h 가속 시간을 증명하듯, 한층 부드럽고 기민하게 가속을 진행하는 점이 특징이다. 5기통 모델에 비해, 한 단계 더 세련된 감각으로 가속을 진행해 나가며, 엔진의 사운드 면에서도, 5기통 엔진의 감각을 은근히 충실히 흉내를 내고 있는 덕분에, 가속이 제법 즐거운 편이다.



와인딩 로드에서 발휘하는 실력도 만만치 않다. 든든한 차체는 물론, 한층 더 튼튼해진 섀시 덕에, 구불거리는 산악 도로에서도 서투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승용 왜건인 V60에 비해 더 무겁고, 무게 중심이 높기 때문에, 몸놀림이 다소 둔중해진 면이 있으나, 든든해진 하체 덕분에, 코너링 상황에서의 불안감이 적은 편이다. 같은 차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SUV로서 제작된 XC60에 비하면 한결 날렵한 모습을 보인다. 거듭 이어지는 코너를 하나하나 소화하다 보면, V60의 운동 능력을 버리지 않기 위한 노력이 깃들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 전륜 구동에 4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D4 모델의 경우, 상시 4륜구동계까지 실은 5기통 모델에 비해, 한층 영민하고 세련된 몸놀림을 보여준다.



와인딩 구간이 끝난 후의 오프로드 코스는 다름아닌, ATV 전용 트랙. 주먹보다도 더 큰 돌들과 굵직한 자갈은 물론, 끊임 없는 흙길이 이어지는 코스로, 승용 왜건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V60 크로스컨트리를 꽤나 압박하는 조건이다. 게다가, 시승한 V60 크로스컨트리들은 D4가 50, D4 AWD와 T5 AWD는 45에 불과한 저편평비의 로드타이어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프로드 상의 주행을 다소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막상 주행을 시작하니, 시승에 참여한 모든 V60 크로스컨트리들은 준비된 오프로드 구간을 별 다른 어려움 없이 가뿐하게 완수해 냈다. 특히, `인스턴트 트랙션`이라는 이명을 내세울 정도로 개입 및 반응이 빠른 상시 4륜 구동 시스템의 활약이 인상적. 겨울만 되면 온 나라가 눈 속에 파묻히고, 산악과 비포장 도로가 많은 스웨덴이 자신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V60 크로스컨트리는 D4, D4 AWD, T5 AWD의 3종으로 판매중이다. 트림은 모두 상위급에 해당하는 `Summum` 트림이며, 세 모델 모두, 볼보의 저속 추돌 방지 기술인 시티 세이프티는 물론이거니와, 뒷좌석의 어린이용 부스터 시트, 레이더 기반의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큐 어시스트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보행자 및 자전거 이용자 감지 시스템, 능동형 상향등 제어기능 등의 사양들이 전 차종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VAT 포함 가격은 D4가 5,220만원, D4 AWD와 가솔린 T5 모델이 공히 5,55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현재 공인연비는 인증 절차를 거치는 중에 있으며, 연비에 관한 건은 별도의 시승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볼보자동차코리아에서는 V60 크로스컨트리를 두고, `일과 여가 사이의 밸런스가 있는 라이프 스타일에 알맞은 차`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경험한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는 `SUV풍의 시즈닝을 가미한 스포츠 왜건`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차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스포츠 세단에서 비롯된 기민함과 왜건 수준의 공간 활용도를 지니는 스포츠 왜건에 SUV의 하체와 스타일링 요소만을 접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합은 이른 바, `승용형 SUV`로 대표되는 크로스오버 모델들과는 사뭇 다른 노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자칫, `승용형 SUV`보다도 `애매모호`한 결과물이 될 공산이 있다. 하지만, 21세기의 문턱에서부터 세계를 휩쓴 크로스오버 열풍에 편승하여 태어난 수많은 신차들 중,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사례는 SUV와 승용차의 조합이 가장 많다. 그리고 V60 크로스컨트리는 이보다 더욱 승용차에 가까운 크로스오버를 지향하고 있다. SUV만큼의 공간과 기능성을 약간 배제한 대신, 승용차의 주행 질감 쪽을 더욱 중점을 둔 크로스오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는 식을 줄 모르는 SUV 열풍 속에서 `SUV를 원하기는 하지만, 승용 세단의 감각을 포기할 수 없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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