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세단의 기질을 그대로 품은 스포츠 왜건 - 볼보 V60 D4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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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세단의 기질을 그대로 품은 스포츠 왜건 - 볼보 V60 D4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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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는 자동차의 안전 분야에서 명망이 높은 기업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이름 높은 분야가 또 한가지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왜건`이다. 볼보는 한 때, 유럽 시장 매출의 8할을 왜건으로 채운 전적이 있을 정도로 자타공인 왜건 명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왜건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주를 이룬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왜건이 외면 받는 가장 큰 이유는 특유의 `디자인`을 들 수 있다. 세단형 승용차의 짐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트렁크 부분을 위로 잡아 늘리게 되는 형태로 제작되는 왜건은, 적어도 한국인들에게는 생계를 위한 `짐차`와도 같은 인식을 준다. 또한, 자동차를 과시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 역시, 왜건의 기를 못 펴게 만드는 원인이다. 세단형 모델에 비해 비싼 가격 역시 왜건에 대한 구매 욕구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양상은 국산차는 물론이거니와, 가격이 높은 수입차 시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왜건의 명가에서 내놓은 왜건은 왜건을 기피하는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왜건의 명가로 통하는 볼보의 스포츠 왜건, V60을 시승하며 그 매력을 알아 본다. 시승한 볼보 V60은 2014년부터 도입된 신규 4기통 DRIVE-E 디젤 엔진을 장비한 D4 Summum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5,180만원. 개소세 인하분이 반영된 가격은 5,115만 9천원이다.




V60은 지난 2013년 하반기에 있었던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그 인상이 크게 변했다. 특히, 파격적인 디자인의 분리형 헤드램프를 일체형 헤드램프로 교체하면서 더욱 깔끔한 인상을 지니게 되었다. 얼굴은 S60과 판박이. 따라서 뒤쪽으로 시선을 옮기기 시작하지 않는 이상, 이 차가 S60인지 V60인지를 분간하기 어렵다.




시선을 정면에서 측면으로 옮겨갈수록 이 차가 V60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 수 있게 된다. V60의 디자인은 2011년 등장한, 볼보로서는 가히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를 보여 준 S60에 기반하고 있다. 매끄러운 유선형 차체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S60은 피터 홀버리의 손길을 벗어난 볼보의 디자인 방향을 한 번 더 크게 바꾸는 데 기여했다. 유연한 몸매를 자랑하는 S60의 실루엣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것만 같은 매끄러운 실루엣은 고정관념 상의 `짐차`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V60은 상대적으로 뒤가 짧은 S60과 거의 같은 디멘젼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얼핏 해치백과도 비슷한 모양새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전통적인 볼보 왜건의 디자인을 뿌리쳤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과거의 볼보 왜건들은 직각에 가까운 D필러 라인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는 짐을 하나라도 더 넣을 수 있게 하기 위한 볼보의 배려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러한 스타일링 기법이 왜건을 `짐차`처럼 보이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디자인의 경향이 달라진 오늘날에는 더 이상 매력적인 요소가 되지 못한다. 특히나, `짐차`같은 모양새가 왜건을 기피하는 데 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과거의 볼보식 왜건 디자인은 더더욱 지지를 받기 어렵다. 그래서 현재의 V60이 보여주는 디자인은 한국 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매끄러운 실루엣을 그리는 측면과 C30을 연상케 하는 뒷모습은 스포츠 왜건을 자처하는 V60에게 어울리는 형상으로 보인다.




실내는 기존과 같은 독특한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유지하고 있다. 소형 세단이었던 S40으로부터 시작된 센터 스택 디자인은 물론, 물 흐르듯 완만하게 이어진 선과 면, 독특한 형상의 센터페시아 에어벤트 등에서 단순함에서 비롯한 시각적 안정감을 중시하는 스칸디나비아식 스타일링이 고스란히 묻어 난다. 마감재의 질감은 대체로 부드러운 편이며, 꼼꼼하고 정교한 조립 품질 또한 만족스런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은 XC90을 제외한 대부분의 볼보 모델들이 공유하는 형상. 마감은 부드러운 재질의 가죽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기판은 볼보 모델들이 공유하고 있는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 있다. 센터페시아로부터 플로어 콘솔까지 이어지는 센터 스택은 운전자를 향하게 만들어져 있다. 센터페시아 중앙부는 볼보 센서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하 센서스) 조작부가 채우고 있다.



2015년 하반기에 출고되는 볼보 자동차들부터는 볼보 센서스의 최신 버전이 설치된다. 최신예 센서스 시스템은 알파벳 외에 어떠한 문자도 지원하지 않았던 구 버전과는 달리, 시스템 전반에 한글화가 이루어져 있으며 한글 및 유니코드 문자 등을 지원한다. 시스템의 온전한 인티그레이션과 현지화가 늦게 나마 이루어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한, 기성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던 구 버전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센서스 전용의 소프트웨어로 교체, 센서스의 시스템의 우측 상단 다이얼 및 버튼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목적지 설정 시, 글자 하나하나를 다이얼로 선택하거나, 과거의 피처폰 스타일로 중앙의 키패드를 이용해 글자를 입력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키패드로 글자를 입력하는 경우에는 화면에서 다음 글자를 미리 표시해준다. 이 덕분에 볼보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조작하면서 등이 시트에서 떨어지는 일이 없어졌다. 그러나 기존 내비게이션의 터치스크린 조작방식을 선호하는 운전자에게는 새로운 방식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앞좌석은 2방향의 전동식 허리받침은 물론, 8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과 3단계 열선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운전석에 한하여 3개의 메모리 기능을 제공하는 컴포트 시트가 적용되어 있다. 부드럽게 허리를 감싸 안아 주는 컴포트 시트는 장거리 운행에서 피로감을 덜 느끼게 해준다.




뒷좌석은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착석감과 일반적인 체격의 성인 남성에게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 뒷좌석의 머리받침은 수동 레버를 이용하여 간단하게 접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뒷좌석에 사람이 승차하지 않을 경우, 후방 시야 확보에 유용하다. 또한, 유아를 위한 2단 부스터 시트가 장비되어, 어린이에게 최적의 안전벨트 착용 위치를 만들어 준다. 부스터 시트 1단계는 신장 최소 115cm 이상, 체중 22~38kg의 어린이에게, 2단은 신장 95~120cm에 체중 15~25kg의 어린이에게 맞춰져 있다. 현재도 성인에 비해 등한시 되는 경향이 있는 어린이 안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모습은 역시 `안전의 명가`인 볼보다운 배려라 할 수 있다.



V60의 테일게이트를 열면 위로 불쑥 올라온 트렁크 룸의 바닥 때문에 체감되는 공간이 그리 크지 않게 느껴진다. 이는 디자인 단락에서 언급한 역동적 실루엣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기본 용량이 380리터인 S60 세단에 비해 50리터 큰 430리터의 기본공간을 제공하며, 성인용 스키 부츠 6족(부츠 백 포함) 등을 무리 없이 실을 수 있다.


또한, 트렁크 스크린을 제거하고 좌석을 접어서 공간 활용성을 더욱 높일 수도 있다. V60의 뒷좌석은 4:2:4 비율로 접을 수 있으며, 좌석을 모두 접으면 트렁크 바닥과 완전히 수평을 이루는 1,246리터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공간 설계는 오늘날에는 SUV나 스테이션 왜건 설계에서 기본적인 사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이 정도로 완성도 있게 구현하는 제조사는 볼보를 비롯하여, 얼마 되지 않는다.


뒷좌석의 가운데 부분만을 접어서 스키쓰루 기능처럼 활용하는 것도 가능. 가운데 부분을 접으면 성인용 스키 장비 4세트를 윈도우 라인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도 너끈히 실을 수 있다. 윈도우 라인 위쪽의 공간까지 모두 이용한다면 더 많은 양의 짐을 실을 수 있다. 스포티한 디자인을 위해 적재공간을 다소 희생했지만, V60은 기대 이상의 공간 활용성을 보여주며, 왜건 명가의 소생임을 스스로 밝힌다.



시승차인 V60 D4는 190마력 사양의 2.0리터 디젤 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로 조합된 D4 파워트레인을 싣고 있다. 엔진은 181마력/4250rpm의 최고출력과 40.8kg.m/1750~2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새로운 4기통 엔진에는 볼보의 i-ART 기술을 적용되어 있다. I-ART 기술은 하나의 센서로 연료 분사를 제어하는 여타의 디젤엔진과는 달리, 각 연소실마다 독립된 4개의 센서를 마련하여 연료의 분사량을 보다 정밀하게 제어하며, 볼보의 디젤모델들이 보여주고 있는 우수한 연비의 밑바탕을 이룬다.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V60 D4는 디젤 엔진 승용차로서는 정숙한 편에 든다고 볼 수 있다. 회전 질감이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며, 이중접합 차음 유리 등을 도입하는 등의 소음 대책을 통해, 파워트레인에서 비롯된 소음은 물론, 외부에서 들어 오는 소음도 꽤나 적게 느껴진다. 정차 중이거나 운행 중에 느껴지는 잔 진동도 억제가 잘 된 편이어서, 디젤 엔진을 탑재한 승용차로서는 만족스런 정도의 정숙함을 지니고 있다. 승차감은 다소 부드러운 편. D세그먼트급 스포츠 세단, S60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V60이지만, 승차감은 S60이 그러했듯이, 부드러운 편에 속한다.



가속 성능은 충분하다. V60 D4의 공차중량은 1,705kg에 달하는데, 이는 체구에 비해 상당히 무거운 수준의 공차중량이다. 그렇지만 0-100km/h 가속은 7초 대에 수행해내는 순발력을 지니고 있다. 100km/h도달은 3단 변속 직후에 이루어진다. 변속기의 S모드에서는 최대의 스로틀 리스폰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며, 보다 적극적으로 가속에 임할 수 있다. 트윈터보를 사용하는 V60 D4는 디젤 엔진으로서는 뒷심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어서, 고속 영역으로 이행함에 있어, 크게 부족하지 않은 능력을 선보인다. 배기음은 5기통 시절의 감각을 흉내 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크게 자극적이지는 않은 편.



V60 D4에 적용된 다이내믹 섀시는 V60에게 안정적이고 절도 있는 몸놀림을 선사하는 원동력이다. 부드러운 승차감 때문에 핸들링에서 손해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걱정이 들기는 하지만, V60의 실력은 S60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굽이길이 이어지는 산악도로에서도 V60은 스포츠 세단 S60에 버금가는 달리기 실력을 선보이며, 자신이 명실상부한 스포츠 왜건임을 피력한다. 하지만 가속에서와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느낌보다는 시종일관 안정적인 감각이 두드러진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의 하체 때문에 롤을 다소 허용하기는 하지만 네 바퀴는 노면을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진다. ESP의 개입 시점은 약간 빠른 편. 하지만 운전을 즐기는 데 있어서 방해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으며, 오히려 안심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브레이크의 답력은 적당한 수준이며 제동 성능 또한 차체에 걸맞은 완성도를 보인다.



V60 D4의 공인연비는 도심 13.9 km/l, 고속도로 19.1 km/l, 복합 15.8 km/l. V60 D4를 실제 운행하면서 기록한 연비는 혼잡한 도심에서 11.1km/l, 원활한 상황의 도심에서는 12.7km/l 가량의 연비를 보였으며, 고속도로에서는 21.9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60km/h 이상의 속도에서 가속페달을 조작하지 않는 경우, 기어를 자동으로 중립으로 하여 타력주행을 유도하는 ECO 모드가 높은 연비를 기록하는 데 도움을 주는 편. 체구에 비해 꽤나 무거운 중량을 지니고 있음을 감안하면 파워트레인 자체의 효율이 상당히 우수한 축에 든다고 볼 수 있겠다.




왜건의 명가, 볼보가 낳은 스포츠 왜건인 V60은 S60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유연하고 스포티한 스타일링과 균형 잡힌 주행 감각을 그대로 타고났으면서도, 왜건만이 취할 수 있는 공간 설계를 통해, 넉넉함까지 겸비했다. 이는 동형의 스포츠 세단을 훨씬 더 넉넉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스테이션 왜건의 참 맛을 제대로 살린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운전을 즐기기에 충분한 성능과 우수한 연비를 양립한 디젤 파워트레인을 장비함으로써 더욱 매력적인 왜건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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