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에서 이름을 가져온 자동차들
상태바
무기에서 이름을 가져온 자동차들
  • 박병하
  • 승인 2019.09.04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에 붙는 이름들은 실로 제각각이다. 이떤 브랜드는 차량의 체급과 성향에 따라 숫자와 알파벳 조합으로 이뤄진 알파뉴메릭 작명을 사용하는가 하면, 어떤 브랜드는 특정한 지명이나 자연현상 등, 수많은 곳에서 영감을얻어 차의 이름을 짓는다. 그리고 이 수많은 자동차의 이름들 중에는 무기의 이름도 종종 나타난다. 자동차의 이름에 무기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무기가 가진 ‘힘’의 이미지를 자동차에 투영함으로써 퍼포먼스적인 측면을 크게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무기에서 이름을 가져온 자동차들을 둘러보며, 그 어원이 된 무기까지한 번에 살펴본다.

현대자동차 파비스

현대자동차 파비스는 최근 출시한 5.5~13.5톤급의 준대형 트럭 모델이다. 파비스는 개발 단계부터장시간, 장거리 운행이 일반적인 트럭 고객으로부터 온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차종으로, 체급의 상향과 더불어 장시간 운행에서의 편의성과 실용성을 우선하여 개발되었다.차명인 파비스(PAVISE)에 대해서 현대자동차는 공개 전 보도자료에서 "'실용적이고(Practical), 개조하기 쉬우며(Adaptable), 넓고(Volume), 많은 정보를 제공하면서도(Information), 안전하고(Safety), 경제적인(Economical)'"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최초 공개 행사인 '현대 트럭앤버스 비즈니스페어'에서 "파비스는 ‘중세 유럽 장방형의 커다란 방패’를 의미한다"고 발표했다.

01.jpg

그렇다면 이 ‘중세유럽 장방형의 커다란 방패’인 파비스는 과연 무엇일까? 실제의파비스(Pavise)는 중세 유럽의 쇠뇌병들이 사용한 방패이자, 쇠뇌병들에게있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방어 수단이었다. 파비스는 길이만1.5m 가량에 이르는 대형의 방패로, 무게도 상당히 무거워, 재질에 따라 4~8kg이나 되었다.이렇게 크고 무거운 방패는 당연하게도, 사람이 손에 들고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파비스의 용도는 쇠뇌병들이 볼트(Bolt, 쇠뇌 전용의 짧은 화살)를 재장전할 동안 엄폐물을 제공하는 것이다. 일종의 방패로 된 벽을형성하는 용도였던 것이다. 이는 활에 비해 장전 시간이 긴 쇠뇌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되었다. 중세 유럽의 쇠뇌는 장력이 매우 강하여 우수한 위력을 제공했지만 그 강한 장력 때문에 재장전이 매우 힘들고시간도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파비스가 없는 쇠뇌병들은 재장전을 할 동안 적군의 공격에 그대로노출되어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백년전쟁의 아쟁쿠르 전투와 크레시 전투가 그 대표적인 예다.

람보르기니 에스터크 컨셉트

람보르기니의 에스터크(Estoque) 컨셉트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9년 발표된 컨셉트 모델로, 4도어 세단형에 가까운 형상을 취한다. 이 차는 1960년대 후반에 출시했던 4인승 GT 모델인 에스파다(Espada)의후속 모델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물론, 증장한 지 10년이 다 된 지금도 양산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람보르기니의 CEO가 SUV 모델 우루스(Urus)이후 새롭게 추가할 4도어 모델로 에스토크 컨셉트를 언급하면서 람보르기니의 새로운 2+2 GT 내지는 4도어 쿠페 모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차명인 에스터크는 그 정신적인 선대 모델에 해당하는 에스파다와 마찬가지로 ‘도검’과 연관이 있는 이름이다. 에스파다는 스페인어로 ‘검’을 통칭하는 말이며, 투우경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에스터크는 조금 더 특이한 형태의 도검이다. 

02.jpg

에스터크라는 도검은14세기초부터 등장했다고 알려진 도검의 한 종류로, 곧은 양날이 많았던 중~근세의 유럽식 도검 중에서도 ‘찌르기’만 극단적으로 고려한 형태가 특징이다. 의장은 유럽식 아밍 소드 및롱 소드에서 나타나는 직선형의 크로스가드와 두툼한 폼멜이 그대로 나타난다. 하지만 날의 경우, ‘베기’는 거의 고려하지 않은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 날의 단면도가 거의 다이아몬드형 내지는 형에 가까워, 도검이라기보다는 대형 송곳과 같은 형태다. 이러한 형태의 도검이 등장하게 된 데에는 판금 갑옷의 발달이 큰 영향을끼쳤다. 에스터크는 판금 갑옷을 관통하거나 판금 갑옷의 각종 빈틈을 파고들 때 유리하고 구멍이 숭숭뚫려 있는 사슬갑옷류에는 탁월한 위력을 발휘했다.

릴라이언트 시미터

삼륜차 제조사로 유명했던 영국 릴라이언트(Reliant)는 사륜자동차도 몇 종류를 만들어 왔다. 그 중에서도도검에서 이름들을 따 왔던 스포츠카 라인업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시미터(Scimitar)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동력성능과 가벼운 FRP 차체에서오는 승차감 및 조종성능 면에서 호평을 얻었으며, 릴라이언트를 대표하는 자동차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릴라이언트 시미터는 1964년도부터 1990년도까지 대략 5세데에 걸친 변화를 이루며 맥을 이어 오다가릴라이언트사의 파산과 함께 사라졌다.

03.jpg

시미터는 영어권에서 휘어진 검신을 가진 중동식 도검류를뭉뚱그려 칭하는 표현으로, 그 어원이 불분명한 단어다. 대강우리말의 신월도(新月刀)와 비슷한 의미라고 보면된다. 하지만 중동~서아시아 지역의 도검류는 지역에 따라상당한 차이를 띄며,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 외에도 아랍 지역의 사이프(Saif)부터 시작해서 이란의 샴쉬르(Shamshir)나 터키의 킬리지(Kilig), 아프가니스탄의 풀와르(Pulwar) 등, 다양한 형태의 도검이 만들어졌다. 중동 지역의 휘어진 날을 가진도검은 근세 유럽에도 전파되어, 오늘날 군용 예식도(禮式刀)의형태로 남아 있는 세이버(Sabre)의 원형이 되었다.

뷰익 르세이버

미국 뷰익(Buick)브랜드는 1902년 설림되어 120년에 가까운전통을 가진 고급 자동차 브랜드이자, 캐딜락, 올즈모빌, 폰티액과 함께 오늘날 GM(제너럴 모터스)의 근간이 된 기업이다. 그리고 뷰익에서 만들어진 차들 중 가장 대표적으로꼽히는 모델이 바로 르세이버(LeSabre)다. 1957년처음 등장한 뷰익 르세이버는 항공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혁신적인 디자인을 비롯하여 우수한 성능과 주행감으로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뷰익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뷰익 르세이버는 70년까지 뷰익의 실적을 책임지는 볼륨 모델이었다.

04.jpg

뷰익 르세이버의 이름은 유럽의 기병대가 사용했던 세이버(Sabre, 기병도)의 프랑스식 표기인 르 사브르(Le sabre)에서 가져 온 것이다. 근대적인 형태의 유럽식 세이버는 18세기를 전후하여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는 폴란드나 헝가리 등동유럽 지방의 기마민족들이 사용했던 전통적인 완만한 형태의 곡도 사블라(Szavlya)에서 비롯된 전통과함께 오스만제국에 의해 멸망된 발칸반도 출신의 기마 용병 등이 유럽에 유입되면서 이들의 마상 검술과 도검을 받아들이게 된 것에서 유래했다. 이 때의 초기형 세이버는 당시 유럽 기병대의 주무장인 브로드소드와 공존하고 있었다. 이후 18세기와 19세기사이에 벌어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을 전후하여 유입된 맘루크(Mamluk, 혹은 Mameluk)가 사용했던 킬리지나 샴쉬르 등의 중동풍 도검이 마물루케 소드(Mamelukesword) 등의 이름으로 프랑스 육군에 정식으로 채용되며 근대 유럽 기병대의 제식 무장으로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기병용 도검으로서의 세이버는 제 1차세계대전까지 사용되었고, 오늘날에는 예식용 도검의 형태로 남아 있다.

올즈모빌 커틀라스

지금은 없어진 GM산하의 브랜드인 올즈모빌 최대의 베스트셀러 차종인 커틀라스는 GM이 1956년도에 개발을 시작한 소형차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이 프로젝트의결과물로 처음 탄생한 차가 쉐보레 코르베어(Chevrolet Corvair)이고 이를 고급화한 차종으로개발된 차가 바로 올즈모빌 커틀라스다. 올즈모빌 커틀라스는 초기에는 올즈모빌 F-85의 트림명에서부터 출발했지만 2세대에 이르러 하나의 차종으로분리되었으며, 차급도 중형급으로 격상되었다. 또한 차급이커지면서 본격적인 머슬카 모델들도 출시되었다. 하지만 올즈모빌의 몰락과 함께 커틀라스도 내리막을 걷기시작했으며, 1999년, 쉐보레 말리부의 리뱃징 모델에 불과하게만들어졌던 6세대가 단종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05.jpg

차명의 유래가 된 커틀라스는 본래 범선 시대의 유럽해군에서 사용했던 날 길이가 짧은 칼을 말한다. 커틀라스는 세이버와 유사한 형태를 띄는데, 날의 길이는 짧고 날 폭은 더 넓은 편이다. 이는 함상에서의 사용환경이 육상과는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지상과는 달리, 함상의갑판은 공간이 매우 비좁은 데다, 밧줄 등의 장애물이 매우 많다. 또한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몇 백명이 비좁은 갑판에서 뒤엉켜서 육탄전에 가까운 전투를 치르는 만큼, 가뜩이나비좁은 공간은 더더욱 좁아지기 때문에 길이가 긴 무기는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 커틀라스는 주로 함상백병전에 돌입한 경우에 사용되기도 했지만, 평상시에는 수병들의 도구로서 사용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