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루킹카’에서 ‘스포츠카’까지 진화한 현대자동차의 쿠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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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루킹카’에서 ‘스포츠카’까지 진화한 현대자동차의 쿠페들
  • 박병하
  • 승인 2019.07.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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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스포츠카 개발사는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대자동차는 이제 자사의 자체적인 고성능 브랜드인 ‘N’을 꾸리기시작했다. 또한 외부로부터 핵심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하여 브랜드를 정립하고 방향성을 잡아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첫 결과물로서 i30 N을, 그리고 지금은 국내에서도 벨로스터 N까지 내놓는 등, 고성능차 개발과 보급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현대자동차 브랜드 뿐만 아니라 제네시스 브랜드의 차종을 통해서도 고성능의 영역을 넓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스쿠프로부터 시작하여 제네시스 쿠페에 이르는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카 개발사를 간단하게 되짚어 본다.

현대자동차의 첫 쿠페, ‘스포츠루킹카’ – 스쿠프

80~90년대, 세계의자동차 시장은 스페셜티카(Specialty Car)가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스페셜티카는 값비싼 진짜배기 스포츠카들에 비해 낮은 성능을 지니고 있지만 스포츠 쿠페의 매력적인 외모와 감각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경험할 수 있었다. 나쁘게 말하면 ‘무늬만 스포츠카’지만 좋게 말하면 ‘대중의 스포츠카’였던  것이다.국적과 제조사를 불문하고 만들어진 80~90년대의 수많은 스페셜티카 중에는 현대자동차의스쿠프도 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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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스쿠프는 1989년 가을, 일본에서열린 도쿄 모터쇼에서 ‘SLC’ 컨셉트를 통해 먼저 발표되었다. SLC는 ‘스포츠 루킹 카(Sports Looking Car)’를 줄인 것으로, 글자 그대로 ‘스포츠카처럼 보이는 차’를 말했다. 그야말로스페셜티카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작명이라고 할 수 있다. 스쿠프는 2+2좌석 구성을 갖는 2도어 노치드 쿠페 형태의 정석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당대의 경향을 충실하게반영한 스타일링이 특징이었다. 또한, 스쿠프는 ‘국산차 최초의 (가솔린)터보엔진 탑재’차량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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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프의 알파터보엔진은 129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고,  0-100km/h 가속 시간은 약 9.18초를 기록했으며, 최고속도는200km/h를 넘어섰다. 또한 스쿠프는 국내 모터스포츠 저변을 확대하는 데 지대한 공로를한다. 1996년까지 생산되었으며, 동년 4월,  현대차의새로운 쿠페 모델인 티뷰론에게 자리를 넘기고 단종되었다.

과감한 스타일로 진화한 스페셜티카 – 티뷰론

현대자동차가 1996년 출시한 티뷰론은 스쿠프의 뒤를 잇는 스페셜티카모델로, 95년 출시한 아반떼(J2)의 플랫폼을 개량해 만들었다. 특히 디자인은 현대자동차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 연구소에서 나온 컨셉트카HCD-1과 HCD-2의 디자인을 상당 부분 반영한 과감하고 혁신적인 스타일로 주목을 끌었다. 티뷰론은 엑셀 기반의 스쿠프에 비해 체급이 한 단계 더 커져, 기본1.8리터 엔진을 사용하는 중형급 쿠페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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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뷰론은 선대인 스쿠프와 마찬가지로, 스페셜티카의 본분에 매우 충실했다. 하지만 성능에서 줄곧 타협만 해 온 것은 아니었다. 현대자동차는1997년, 창립 30주년기념모델로 "티뷰론 스페셜"을 발매 한다. 스페셜 모델은 차체의 지붕과 쿼터 패널을 제외하고 전부를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기존의 공차중량 1,160kg에서25kg을 덜어냈다. 1,135kg으로 효율적인 감량에 성공했다. 동시에 엔진 튜닝을 통해 154마력 19.5kg/m의 토크를 발휘하게 했다. 또한 1999년, 더욱 파격적인 스타일로 거듭난 ‘티뷰론 터뷸런스’ 역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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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뷰론은 국내 모터스포츠 양산차 경기의 출전 차량으로 독보적인 역할을 해낸다.더 나아가 WRC(World Rally Championship)에도 출전하게 되는 교두보역할을 하게 된다. 현대차는 98년부터 티뷰론으로 세계랠리선수권(WRC)에 참가한다. 그리고 티뷰론은 스쿠프의 뒤를 이어, 국내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대활약을 펼쳤다.

현대자동차 스페셜티카의 마지막을 장식하다 – 투스카니

현대자동차는 스쿠프를 통해 대한민국의 첫 자체개발 쿠페형 모델을 선보였고, 뒤이어선보인 티뷰론은 파격적인 디자인과 한층 향상된 성능으로 대한민국 스페셜티카(Specialty Car) 시장을한층 키웠다. 그리고 티뷰론의 뒤를 이은 새로운 스포츠 쿠페, 투스카니를내놓으며 대한민국 토종 쿠페의 역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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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카니의 외관 디자인은 근육질의 육감적인 바디를 지녔던 티뷰론에 비해 직선을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한층절제된 스타일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디테일을 통해, 티뷰론과는다른 방식으로 스포츠 쿠페의 역동적 이미지를 표현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디테일로는 전륜 휀더측면의 이른 바 ‘상어 아가미’로 불리는 에어벤트가 그것이다. 이 디자인은 2차 페이스리프트 때 크게 변화하지만 투스카니를 상징하는요소 중 하나로 회자된다. 투스카니는 티뷰론에게서 물려 받은 직렬 4기통 2.0리터 베타 엔진과 투스카니를 위해 개발된 2.7리터 배기량의 V형 6기통 델타 엔진을 품었다. 변속기는 5단 수동 및 4단 자동, 그리고엘리사 모델과 GTS-II 한정으로 아이치기계공업(Aichi)의 6단수동 변속기를 채용했다. 이러한 파워트레인 체제는 2008년 단종을 맞게되는 2차 페이스리프트 모델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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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카니는 대한민국의 자동차 애프터마켓 업계의 꽃이자, 모터스포츠무대의 주역이었다. 당시의 대한민국 자동차 애프터마켓에는 투스카니를 위한 부품들로 가득했다. 자잘한 꾸미기용 아이템부터 시작해서 성능향상에 이르기까지, 나만의투스카니를 완성할 수 있는 다양한 부품들을 구할 수 있었다. 아울러 투스카니는 스쿠프와 티뷰론의 역할을물려받으면서 당대의 대한민국 모터스포츠 무대를 이끌었던 핵심 차종 중 하나로 맹활약했다. 투스카니를위한 다양한 형태의 성능 향상 부품들이 등장한 것은 투스카니의 모터스포츠 무대에서의 활약에서 기인한 바가 컸다.그리고 투스카니가 마지막으로 생산된 2008년, 현대자동차는놀라운 결과물을 내놓는다.

우리 손으로 만든 진짜배기 스포츠카 – 제네시스 쿠페

2008년 10월 출시된제네시스 쿠페는 스타일 면에서 제네시스 쿠페 컨셉트의 것을 대부분 계승하고 있었다. 컨셉트카 HCD-9에서 차용한 독특한 형태의 쿼터글라스와 공격적인 스타일의 전면부 디자인, 그리고 매끄러운 형상을 이루는 2도어 패스트백 쿠페형 차체까지 컨셉트카의그것을 대부분 계승했다. 실내 디자인 역시, 스포츠 쿠페에어울리는 독특한 분위기와 더불어, 당시의 현대차 인테리어 디자인 중 가장 과감한 시도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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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2.0리터 직렬 4기통세타엔진을 후륜구동용의 세로배치형으로 전환하고 터보차저를 적용한 2.0 세타 TCI 엔진과 제네시스 쿠페를 위해 개발된 3.8리터 V6 람다 MPI 엔진의 두 가지가 마련되었다. 2.0 세타 TCI 엔진은 210마력/6,000rpm의 최고출력과 30.5kg.m/2,000rpm의 최대토크를, 3.8 람다 MPI 엔진은 303마력/6,300rpm, 36.8kg.m/4,7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변속기는 6단 수동변속기를 기본으로 2.0 TCI 엔진에는 자동 5단, 3.8 람다 MPI 엔진에는자동 6단 변속기를 각각 고를 수 있었다. 여기에 토르센방식의 차동제한장치(Limited Slip Differential, LSD)까지 기본으로 적용되며 실로든든한 하드웨어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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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의 경우, 2.0 TCI 엔진은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기술과 대용량인터쿨러를 적용하는 등의 대대적인 개량을 거쳤다. 그 결과 275마력/6,000rpm의 최고출력을 낼 수 있었다. 이는 전기형에 비해 50마력 이상 향상된 수치였다. 최대토크는 38.0kg.m/2,000~4,500rpm으로 7kg.m 이상의 향상을이루었다. 이로써 제네시스 쿠페 2.0 모델은 기존 대비 1.3초나 단축된 7.2초의0-100km/h 가속 시간을 기록했다.

출시 당시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국내 최초의 후륜구동 스포츠카로 등장한 제네시스 쿠페. 제네시스 쿠페는 시간이 흐를수록 판매량이 점점 떨어져만 갔다. 그리고출시 8년차인 2016년5월 10일까지 주문을 받고 단종을 맞이했다. 제네시스쿠페는 전기형과 후기형을 모두 합쳐 국내 시장에서 총 15,772대가 판매되었다. 제네시스 쿠페는 이전까지의 스페셜티카에서 벗어나 한 차원 높은 성능과 주행 경험을 제공하는, 현대차는 물론 대한민국의 첫 번째 정통 스포츠카라 부를 수 있는 모델이다. 그리고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기본기와 완성도를 통해 현대차의 기술력을 보여준 모델로도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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