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차 베테랑 쿠페의 변신, `2018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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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년차 베테랑 쿠페의 변신, `2018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 윤현수
  • 승인 2017.07.0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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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는 자극을 통해 사람을 현혹시키는 브랜드이다. 비교적 조악한 품질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청각과 시각을 통해 운전자를 지배하는 감성적인 자동차를 만든다.

어느덧 데뷔 10년차를 맞은 마세라티의 터줏대감 대형 쿠페, `그란투리스모`가 다시금 새 단장을 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다. 첫 출시 후 5년 만에 눈동자를 선명하게 하고 새 신발을 신는 등의 변경을 거치긴 했다.

10년 차에 접어든 2017년에 다시 페이스리프트를 받아들였다. 비교적 최근 마세라티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가족들과 유사한 얼굴을 갖기 위한 흔적이 엿보인다.

`샤크 노즈(Shark Nose)`라 명명되었던 라디에이터 그릴은 육각형으로 탈바꿈했으며, 바이제논 LED 헤드램프는 블랙 베젤을 삽입하여 카리스마를 더했다. 안개등이 위치하던 곳에는 냉각 성능 향상을 위한 공기흡입구가 더해졌다. 이로 인해 스포티한 모양새로 변모했으나 전반적인 틀은 예술적인 디자인이라 평가되었던 10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트렁크 리드에 짤막하게 붙어있는 리어 스포일러는 탄소섬유로 제작했고, 공기역학 및 냉각 성능 향상을 위해 범퍼와 배기 계통은 새로이 설계되었다.

마세라티 입장에선 브랜드의 유산으로 남을 피닌파리나의 그란투리스모 디자인을 굳이 크게 손댈 필요가 없었을 터이다. 다만 모델 수명주기를 더 늘리기 위한 일종의 `Refresh`가 필요했을 뿐.

실내의 경우, 최고급 소재로 도배하여 구식 티를 감추고자 했다. 역시 외관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틀은 10년 전과 동일하지만, 소재와 컬러의 새로운 조합을 통해 색다른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를테면 블랙 & 화이트 컬러로 재구성한 계기판은 여전히 시인성이 뛰어나면서 심미성도 한층 향상되었다. 아울러 크래시패드와 대시보드를 가죽으로 감싸면서 흰 실밥으로 포인트를 더했다. 여기에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8.4인치로 대폭 키우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과 전용 컨트롤러를 더해 멀티미디어 사용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아울러 상위급 모델인 `MC` 트림에는 검은색 알칸타라 가죽과 탄소섬유 패널, 알루미늄 등을 듬뿍 사용하여 레이스카를 연상시키는 카리스마를 자아낸다. 특히 레드 컬러 스티치 마무리와 크래시패드 및 알루미늄 풋 페달에 음각과 양각으로 새겨 넣은 `MC` 레터링이 만들어내는 위압감이 대단하다.

다만 공조장치 조작부는 세월의 흐름 탓에 투박한 면모를 보이지만, 마세라티 브랜드가 전하는 가치, 그리고 10년의 세월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 뒤에 서슬 퍼런 칼날과 같이 우뚝 서있는 시프트 패들을 보라. 점점 낡아가지만 존재감만큼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마라넬로에서 제작된 페라리제 V8 엔진은 여전히 그란투리스모의 보닛을 지킨다. 그러나 엔트리 모델에 장착되던 4.2리터 엔진은 라인업에서 이름을 지웠고, 4.7리터 엔진만 구비된다. 해당 엔진은 최고출력 460마력에 최대토크 53.0kgm을 내는 유닛으로, 부분변경 이전과 동일한 성능을 낸다. 변속기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ZF제 6단 자동변속기를 쓴다.

따라서 성능에서는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스포츠` 모델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불과 4.8초만에 도달하고 최고속도는 시속 299km이다. 또한 상급 모델인 `MC`의 경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7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301km이다.

타이어의 경우 경량화를 이룬 4세대 피렐리 P 제로를 적용하여 하체에 부담을 덜어냈다. 따라서 타이어 그립은 물론 노면 상태를 불문한 제동 성능이 최대 5% 향상되었다. 타이어 내구도가 30% 향상된 것 역시 주목해야할 점이다.

또한 그란투리스모의 자랑거리는 `사운드`이다. 마세라티 측에서는 `Signature Sound`라고 표현할 정도로 남심을 자극하는 감성적이고 풍부한 사운드는 마세라티 브랜드로 소비자들을 이끄는 가장 큰 힘이다.

데뷔 10년차,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중 브랜드의 컴팩트카라면 결코 쉬운 경험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란투리스모는 르반떼와 기블리 같은 신예들 사이에서 여전히 자리를 지킨다. 

이는 마세라티의 신뢰일까? 아니면 그저 고집에 불과할까? 간만에 옷 매무새를 다듬은 베테랑 쿠페에게서 달콤쌉싸름한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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