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식 올라운더를 경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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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식 올라운더를 경험하다
  • 박병하
  • 승인 2017.04.2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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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GTC4 Lusso T 서킷 체험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의 `GTC4 루쏘(Lusso) T`는 지난 해 9월, 파리 국제 모터쇼를 통해 데뷔, 국내에는 지난 2월부터 페라리의 공식 수입원인 FMK를 통해 정식으로 소개된 바 있다. 원본에 해당하는 `GTC4 루쏘`는 페라리의 혈통을 간직한 주행성능과 함께,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공간과 안락함을 한층 끌어 올린 형태의 4인승 GT(그랜드 투어러)로, 이전 세대에 해당하는 FF의 자리를 계승하는 모델이다. 여기에 페라리 GT최초의 V8 터보 엔진을 채용한 모델이 바로 GTC4 루쏘 T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의 공식 수입원인 FMK는 지난 2월에 있었던 GTC4 루쏘 T의 공식 런칭에 이어, 강원도 인제의 인제스피디움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시승행사를 개최, GTC4 루쏘 T의 매력 알리기에 나섰다. 새로운 시대의 페라리 GT, 페라


페라리 GTC4 루쏘 T의 외관은 V12엔진을 실은 GTC4 루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적인 패스트백쿠페 형상의 GT에서 벗어나, 후방의 용적을 키운 슈팅브레이크 형태의 차체 형상은 선대라고 할 수 있는 FF에게서 그대로 물려받은 특징이다. 기나긴 보닛과 살짝 솟아 오른 후면은 패스트백 스타일의 쿠페에 익숙한 이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스타일이기는 하다.

단, 스타일링을 풀어내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라페파리, 488 등에서 구현된 페라리의 새로운 디자인 기조를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체 형상에서부터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세련되고 정돈된 감각을 살려냈다.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스포츠카 브랜드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보존함과 동시에, 차의 격조를 한 단계 높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이는 안정적인 고속주행을 위한 공기역학적 특성과 심미성을 양립하고자 하는, 페라리의 디자인 철학에 철저히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디테일로 넘어갈수록 한층 세심함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헤드램프는 물론, 기나긴 보닛을 따라 과감하게 파고 들어간 전방 휀더의 에어벤트, 1960년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원형의 2연장 테일램프에 이르기까지, 전통에서 영감을 얻었으면서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터치로 완성되었다. 아울러, 강선을 새긴 좌우 2연장 테일파이프가 뒷모습에 멋스러움을 한층 더한다.

페라리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와 함께, 빚어진 실내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그동안의 그 어떤 페라리 GT에 비해서도 한층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실내 곳곳을 가죽으로 마감함은 물론, 더욱 향상된 감성품질을 자랑한다. 아울러, 운전석과 조수석 양쪽에서 얼마든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등, 편의성 측면에도 신경을 썼다.

페라리 GTC4 루쏘 T는 페라리 FF부터 내세운 4인승 GT의 컨셉트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만큼, 종래의 패스트백 스타일 2+2 쿠페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넉넉한 실내 공간이 특징이다. 특히 뒷좌석 공간은 보통 체형의 성인 남성에게도 충분한 거주성을 제공한다. 또한, 장거리 여행 등을 배려한 트렁크 공간은 이제까지의 그 어떤 페라리보다도 가족 지향적인 차의 컨셉트를 그대로 드러낸다.

페라리 GTC4 루쏘 T의 심장은 전통의 V12 엔진이 아니다. 페라리 GTC4 루쏘 T는 `T`에서 알 수 있듯이, 캘리포니아 T에서 사용한 바 있는 뱅크각 90도의 V형 8기통 터보 엔진이다. 새로운 엔진은 보어X스트로크 86.5 X 82mm의 숏 스트로크 엔진이며, 배기량은 3,9리터(3,855cc). 9.4:1의 압축비가 설정되어 있으며, 최고출력은 610마력/7,500rpm, 최대토크는 77.5kg.m/3,000~5,250rpm이다.

새로운 엔진은 트윈스크롤 터보차저를 장착하여, 넓은 영역에서 최대수준의 토크를 발휘할 수 있음은물론, 자연흡배기(Naturally Aspirated, 이하 NA) 엔진에 버금가는 응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에 실린더와 피스톤 형상은 물론, 흡배기 효율의 최적화 설계를 통해 열손실의 저감과 연비까지 챙겼다. 페라리는 이 엔진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어, GTC4 루쏘 T의 터보엔진은 터보랙이 아예 없다(Zero Turbo Lag)고 자신 있게 내세울 정도다. 새로운 엔진의 강력한 동력은 페라리의 7단 F1 DCT/E-Diff를 거쳐, 뒷바퀴에 전달된다. 제원 상 최고속도는 320km/h에 달하며, 0-100km/h 가속 시간은 3.5초에 불과하다. 

본격적으로 서킷에 돌입하기에 앞서, 피트 구간을 지나는 동안은 컴포트 모드로 이동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일반적인 승용차와 유사한. 적당히 여유로운 스로틀 반응을 보인다. 여기에 GTC4 루소 T에 채용된 자기유체(자기유체)를 이용한 마그네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컴포트 모드에서 확실하게 부드러운 감각을 보여준다.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도 그다지 거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도심에서의 운행에서도 크게 불편함을 안겨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상태에서는 가변 배기 시스템의 전개 시점도 5,000rpm 이후로 늦춰지기 때문에 페라리 기준으로는 충분히 정숙한 주행이 가능하다. 

서킷에 들어서서, 스티어링휠 4시 방향에 설치된 다이얼을 이용하여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이전까지와는 짐짓 다른 감각이 손끝과 척추에 전달된다. 아울러 가속 페달과 스로틀의 반응 역시 한층 날카로워진다. 지나치게 민감하지도 않으면서 다루기 좋은 상태가 된다. 스티어링 시스템의 감도도 한층 묵직해진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마그네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탄탄하기 이를 데 없는 감각으로 변신하며, 가혹한 서킷의 환경에서 안정감을 크게 높여준다.

서킷에 진입 후, 속도를 붙이기 위해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가열찬 터보 엔진의 배기음이 차내로 쏟아져 들어온다. 그와 동시에 GTC4 루쏘 T의 기나긴 차체는 미사일처럼 맹렬하게 전방으로 돌진한다. 회전수가 오를수록 속도는 물론, 운전자의 긴장감 수치도 함께 오른다. 변속 타이밍에 가까워질수록 스티어링 휠 상단의 인디케이터에 불이 하나둘씩 들어오는데, 이를 통해 보다 정확한 변속 타이밍을 잡게 해준다. 정확한 타이밍에 변속을 할 때마다 운전자의 등판을 후려치는 강렬한 변속충격과 함께 속도계의 바늘과 가속이 짜릿함도 함께 치솟아 오른다. 특히, F1 DCT 변속기의 반응이 매우 빠르고 예리하다. 엔진은 물론, 변속기의 질감조차 격이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코너가 많고 고저차가 높으며 블라인드 코너도 존재하는, 인제스피디움에서 페라리 GTC4 루쏘 T는 마치 체급이 더 작은 스포츠 쿠페처럼 행동한다. 길이만 4.92m에, 휠베이스는 거의 3m에 육박하는(2.99m) 길쭉한 차체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코너를 타이트하고 앙칼지게 돌아나간다. 스티어링 시스템부터 차체의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체급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예리함을 보여준다. 물론, 타이트한 저속 헤어핀 구간 등에서는 확실히 차체가 작지 않음을 체감할 수 있다. 브레이크의 성능 역시 훌륭하다. 200km/h 이상의 속도에서 급제동을 걸어도 차체가 불안함을 보이는 법이 없다. 이러한 주행에서 제어하기 좋은 특성을 보인다.

이렇게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기민한 몸놀림을 보여주는 데에는 GTC4 루쏘 T에 탑재된 페라리 독자 개발의 4WS 사륜 조향 시스템의 도움이 크다. 이는 전륜의 조향상태에 따라 후륜을 함께 조향해주는 장치로, 고속 주행 중의 빠른 차선 변경이나 고속 코너링 중에는 뒷바퀴를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조타하여 기민하고 안정적인 조향을, 타이트한 코너에서는 앞바퀴의 반대방향으로 조타시켜, 선회능력을 크게 끌어 올린다. 이 외에도 F1 기술로 축적해 온 페라리의 정교한 전자장비들이 운전자를 보조해주기 때문에, 경험이 다소 부족한 운전자에게도 의외로 친절한 편이다.

또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이렇게 큰 차체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자와의 일체감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대형의 GT이지만, 코너 하나하나를 돌아나갈 때마다 스포츠 쿠페와 같은 기민하고 야무진 감각이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 손과 시트에 받쳐진 허리, 그리고 페달을 밟는 오른발이 단단한 리벳으로 접합된 것처럼 이어져 있는 기분이다. 차와 운전자가 하나가 된 듯한 일체감은 확실히 모터스포츠에서 태어난 스포츠카의 명가인, 페라리 가문의 소생 답다.

스티어링 휠을 감을 때마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기나긴 몸을 샤프하게 비틀어 대며,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반응 역시, 운전자가 원하는 그 시점에 정확하게 감응한다. 큰 몸집의 그랜드 투어러이면서도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 이 일체감은 스포츠 쿠페의 그것에 한없이 가깝다. 코너로의 진입은 예리하며, 클리핑 포인트를 지나 탈출할 때에는 그야말로 상쾌하기 이를 데 없다.

서킷에서 경험한 페라리 GTC4 루쏘 T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새로운 시대에 접어 든 페라리 GT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전통의 V12 엔진 대신 새로운 트윈스크롤 터보 V8 엔진을, 상시사륜구동계 대신 사륜조향장치를 탑재하고 있는 GTC4 루쏘 T는 새로운 시대의 페라리 GT가 내세우는 새로운 방향성과 그 감각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다. 

페라리 GTC4 루쏘 T는 서킷에서는 페라리 스포츠카의 가볍고 탄탄하며 일체감이 살아 있는, 정교하고 짜릿한 주행 감각을 자랑한다. 모터스포츠 태생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랜 세월 동안 우수한 GT를 만들어 왔던 페라리의 역량을 오롯이 체험할 수 있다. 터보 엔진의 숨쉴 틈 없는 힘과 후륜구동 자동차가 안겨줄 수 있는 순수한 즐거움, 그리고 한층 다루기 쉽고 기민한 몸놀림을 통해, 한층 역동적인 GT를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선대 FF가 처음 내세웠던 가죽 지향적인 면모는 한 점도 버리지 않고 보존했다. 오히려 그러한 컨셉트를 더욱 구체적이고 완성도 있게 구현해냈고, 모든 면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이미지를 준다. 서킷에서 짜릿한 경험을 안겨준 페라리 GTC4 루쏘 T는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안락하고 여유로우면서도 귀족적인 슈팅브레이크로 변신한다. 서킷은 물론, 일상에서도, 머나먼 여행길에서도, 심지어는 가족과 함께 하는 순간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올라운더형 페라리. 그것이 바로 GTC4 루쏘 T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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