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의 전성시대에서 쉐보레 트랙스를 돌아보다

기사입력 2016.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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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동차 시장 최초의 B세그먼트급의 소형 SUV는 바로 한국지엠이 출시한 쉐보레 트랙스다. 쉐보레 트랙스는 전례 없던 `더 작은 SUV`를 표방하며, 출시 전부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 왔다. 그러나 출시 초기 높은 가격과 `SUV=디젤`이라는 기묘한 공식이 성립되어 있는 한국 시장에서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는 바람에 선발 주자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었다.



하지만 지금의 트랙스에게는 디젤엔진이라는 무기가 있다. 그리고 트랙스의 디젤 엔진은 동급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내는 엔진이기도 하다. 출력과 토크 모두 가솔린 1.4 터보 모델에 비해 더 우수하기까지 하다. 디젤 엔진을 탑재한 트랙스를 경험하며 그 매력을 짚어 본다. 시승한 트랙스는 최고 사양에 해당하는 LTZ 모델이다. 차량 기본 가격은 2,495만원이다.





트랙스는 SUV임을 자처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풍채가 돋보인다. 소형 SUV라고는 하지만, 차체의 형상 자체를 굵직하고 우람한 볼륨감을 크게 강조하여, 시각적으로 그다지 작게 보이지 않는다. 트랙스가 의외로 덩치가 커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우람하게 부풀린 앞/뒤 휀더라고 할 수 있다. 크게 돌출된 휀더는 차의 폭을 넓어 보이게 하면서 근육질의 볼륨감을 강조하기에 좋다. 외관 디자인 전반에서는 직선적인 형태를 고루 사용하여 남성적인 느낌을 크게 강조한 당시 쉐보레 디자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르노삼성의 QM3에 이어, 쌍용자동차의 티볼리에 이르는 쟁쟁한 라이벌들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트랙스는 경쟁자들에게 주눅들지 않을 만한 당당한 외모를 뽐낸다. 동급 최대의 차체 사이즈와 굵직한 선과 직선적인 멋이 살아 있는 스타일링은 트랙스의 스타일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실내는 단순하다 못해, 간단하기 짝이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이고, 어떠한 것들이 어떠한 기능을 하는 지 그 자리에서 파악할 수 있다. 듀얼콕핏 형태를 강조한 대시보드에서부터 스티어링 휠과 기어노브 등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복잡한 구석이 없이 단순하다. 시승차의 경우에는, 대시보드와 좌석의 착좌부, 도어 패널 등, 곳곳에 커피색 패널을 채용하여, 일반적인 색상에 비해 보다 화사해 보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다만, 디자인이나 소재의 사용 등에서는 보다 변화가 필요할 듯 하다. 출시한 지 3년이 조금 넘은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고전적으로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휠은 쉐보레 모델들의 공통적인 형태로, 작은 직경과 함께, 중심부가 안쪽으로 오목한 형상을 취하고 있다. 그립감은 무난한 편. 시승차는 마이링크를 적용한 모델로, 중앙 터치스크린식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의 각종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그 양쪽으로는 티켓 등을 넣어 두기 좋은 수납공간이 있다. 조수석측에는 글러브 박스 외에도 상단에 별도의 수납공간을 마련하여, 실용성을 높였다. 기어 레버 앞에는 잡다한 물건을 넣어두기 좋은 수납공간이 존재하고, 기어 레버 뒤쪽 플로어 콘솔에는 총 4개의 컵홀더가 차례로 배치되어 있다.



앞좌석은 착좌감이 좋은 편이다. 확실히 작은 차의 좌석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정도다. 운전석은 전후 거리와 높이 조절은 전동식으로, 등받이 각도는 수동으로 조절하는 구조다. 조수석은 등받이 각도와 전후 거리만 수동으로 조절 가능하다. 양쪽 좌석은 모두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뒷좌석에 승차하기 위해서는 머리받침을 전개한 상태에서 승차해야 한다. 머리받침을 위로 올리면 튀어 나와있던 아래쪽이 밑으로 기울어지며, 자연스럽게 머리를 놓기 좋은 형태가 된다. 착석감은 좋은 편이지만, 등받이의 각도는 다소 세워져 있는 편이다. 공간은 성인 남성이 탑승하기에 크게 부족하지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도 빈약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점이 만족스럽다.



트렁크 공간은 체급에 비해 넉넉한 수준이다. 전후좌우로 공간 설계가 평평하게 되어 있어, 짐을 싣고 부리기에 좋다. 6:4 비율로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을 이용하면 최대 1,370리터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시승한 쉐보레 트랙스는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말리부 디젤과 같이, GM글로벌에서 설계하고, GM의 독일 자회사, 오펠에서 생산 및 공급한다. 이 엔진은 유로 6 규제를 만족하는 엔진으로, 135마력/4,000rpm의 최고출력과 32.8kg.m/2,250rpm의 최대토크를 지니고 있다. 제원 상의 수치로는 동급 최고의 출력을 확보하고 있다.



쉐보레 트랙스는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동급의 SUV들 중에서 비교적 우수한 정숙성을 보인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트랙스의 디젤 모델을 개발하면서 N.V.H 대책에 대한 대대적인 보강 작업을 행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국지엠의 이 같은 발언은 트랙스 디젤의 시동을 걸고 운행을 시작하면 확실히 납득이 갈 만하다. 비록, 그들이 말하는 `속삭인다`는 표현은 꽤나 과장된 표현이지만 일상적인 운행에서는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딱히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차 중에는 진동이 다소 있는 편이다.



승차감은 대체로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노면의 요철을 감당해내지 못하는 느낌은 아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알맹이는 은근슬쩍 튼실한 느낌이다. 노면의 요철을 강하게 받아내기 보다는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느낌이다. 이러한 승차감은 일상적인 운전 환경에서 이점을 발휘한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스로틀을 최대로 전개하면 저배기량의 디젤 엔진 치고는 제법 똘똘한 느낌의 음색이 들려오며, 묵직하면서도 힘차게 전진을 개시한다. 작은 차에게서 기대하게 되는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은 아니지만, 진중하고 꾸준하게 속도를 올려주기 때문에 답답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대적으로 작은 터빈을 사용한 덕분인지, 터보 랙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3세대로 넘어오면서 변속 로직 개선과 기계적 성능 보강 등의 개량이 가해진 한국지엠의 Gen. III 변속기는 일 처리가 한결 좋아진 느낌을 준다.



디젤엔진을 얹으면서 상대적으로 차체 전방이 무거워진 만큼, 코너워크 면에서는 다소 둔중해진 느낌이다. 트랙스 디젤의 하체는 직선 주로에서의 고속주행에서는 차급에 비해 만족스런 제어력을 보여주었으나, 구불거리는 산악도로에서는 움직임이 다소 커진 느낌을 준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새로운 엔진에 맞춰, 서스펜션 지오메트리를 비롯하여 차체와 섀시 전반에 걸친 재조정이 가한 덕에, 기본기가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안겨줄 정도로 부실한 느낌을 안겨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록 가솔린 모델의 야무진 감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반대로 더 부드러운 승차감과 고속주행 안정성을 얻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라 보기는 어렵다. 전반적으로 가솔린 모델에 비해 통념 상의 SUV가 보여주는 움직임에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브레이크는 트랙스를 제어하기에 필요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잦은 제동에서도 약한 모습을 쉽게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트랙스 디젤 모델의 공인연비는 도심 13.5km/l, 고속도로 16.4km/l, 복합 14.7km/l이다. 하지만 트립컴퓨터를 통해 기록한 구간 별 평균연비는 다소 다른 결과를 냈다. 도심에서는 규정속도로 주행이 가능한 정도로 한산한 때에 공인연비에 그나마 근접한 12.3km/l를 기록했고,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에는 최저 10.1km/l까지 떨어졌다. 반면 고속도로에서는 디젤 파워트레인이 주는 연비 상의 이점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 등지에서 기록한 100km/h 정속 주행 중의 평균 연비는 공인 연비를 훨씬 상회하는 19.7km/l의 결과를 냈다.



한국 시장에서 소형 SUV의 기치를 걸고 처음 나타난 쉐보레 트랙스. SUV의 전성시대를 지나고 있는 오늘날,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 SUV 세그먼트를 개척한 첫 타자인 쉐보레 트랙스의 디젤 모델은 복잡한 기분이 들게 한다. 데뷔 초에 겪었던 시장에서의 어려웠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젤 엔진이 탑재된 지금의 트랙스는 경험하면 할수록, 여러모로 조금만 더 일찍 나왔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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