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의 내공에서 오는 여유로움 -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 시승기

기사입력 2014.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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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그룹은 현대적인 SUV와 미니밴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모델들을 하나씩 두고 있다. SUV부문의 ´지프 체로키´와 미니밴 부문의 ´닷지 캐러밴´이 그것이다. 두 모델은 출시 이후 북미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현대적인 SUV와 미니밴의 선조이자 기준점으로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시승기의 주인공은 미니밴의 원조, 닷지 캐러밴의 크라이슬러 판(版) 모델인 그랜드 보이저다. 닷지 캐러밴에 크라이슬러의 옷을 입혀 한 단계 더 성숙한 프리미엄 미니밴을 지향하는 모델이다. 국내에는 크라이슬러 그룹의 한국 진출 이후 꾸준히 수입이 되고 있었다. 2013년에는 인증 문제로 수입이 중단되었다가 올 2월 상반기에 2014년식 모델로 다시금 한국 땅을 밟았다.




새로워진 그랜드 보이저는 7인승 VIP 라운지(Exclusive VIP Lounge)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주고객층은 업무 상 출장 등 이동이 잦은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디테일을 손보고 내실을 키운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를 시승하며 원조의 내공을 확인해 본다.




거대한 덩치는 여전하다. 300C를 닮은 듯한 전조등 또한 그대로다. 그러나 지난 모델과는 세부적인 면에서 몇 가지의 차이가 있다. 휀더와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등에서 동사의 대형 세단인 300C가 연상된다. 프로그레시브 윙(Progressive Wing) 로고 또한 직선적이고 선이 굵은 스타일의 그랜드 보이저와 잘 어울린다.




번쩍이는 크롬으로 마무리된 각종 디테일들은 확실히 미국 태생의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준다. 사이즈도, 생김새도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세련되고 날렵한 인상을 주려 애를 쓰는 일본산 미니밴이나 유럽산 MPV들과 대조되는 둔중하고 듬직한 인상을 준다. 그랜드 보이저의 제원 상 전장X전폭X전고는 5,175 X 2,000 X 1,750mm다.




실내는 세단과 유사한 느낌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크롬 장식이 듬뿍 들어간 디테일에서 300C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전반적으로 미니밴이라기 보다는 세단에 가까운 인테리어 디자인을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은 300C와 유사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크기가 크고 림 굵기도 굵직하다. 손이 작은 사람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크기로 다가올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의 우측 뒤편에 마련된 시프트레버 때문에 각종 등화류와 와이퍼 등을 작동시키는 컬럼 레버는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 문득 옛 미국차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컬럼 마운트 방식의 시프트 레버가 떠오르기도 한다. 스텝게이트 방식의 조작체계 때문에 이러한 형태를 취하게 된 듯하다. 이러한 구성은 처음 운전했을 때에는 다소 생소함이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컬럼 마운트 방식의 시프트레버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큰 위화감이 없을 듯하다.계기류 또한 300C와 비슷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특히 야간에는 현란함이 한층 더해진다.





시트는 덩치 큰 미국인들의 체형에 맞추었는지 등받이와 착좌부의 크기도 큰 편이다. 단순한 디자인이지만 부드럽고 안락한 착석감은 만족스럽다. 시트 상단은 스웨이드 재질로 마감되어 있다.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적절한 구성으로 사료된다. 운전석 시트는 10-way 전동 조절 기능을, 조수석 시트는 8-way 전동 조절 기능을 지원한다. 그 외에 2단계로 조절되는 열선 기능 또한 갖추고 있다.




미니밴인 만큼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큰 사이즈의 차체에 7인승 구조의 좌석 구성을 취함으로써 모든 좌석에서 동등한 수준의 거주성을 확보했다고 판단된다. 한국 시장에 적용된 2열의 캡틴 시트는 좌우 양쪽에 팔걸이가 제공되고 전후 이동은 물론, 각도 조절 도한 가능하다. 좌석을 형성하고 있는 구성품과 착좌감도 1열 시트와 동등한 수준이다. 3열 좌석에 할당된 공간도 구색만 갖춘 수준이 아니다. 평균 신장의 성인 남성이 유효하게 이용할 수 있는 충분한 거주성을 제공한다. 자잘한 수납공간 또한 빈틈 없이 준비되어 있다. 1열 좌석 중앙에는 대용량의 콘솔 박스가 준비돼 있다.





뒷좌석의 편의장비도 충실하다. 2열과 3열 모두 전용 LCD 디스플레이가 상단에 배치되어 있다. 디스플레이의 각도도 조절 가능하다. 디스플레이를 전개하면 그 위에 홈이 크게 파여져 있는데, 이는 선택 품목인 전용 블루투스 헤드셋을 위한 공간으로 보인다. 2열에 배치된 오버헤드 콘솔에는 공조장치 조절 다이얼이 자리잡고 있다. 2열 좌석 이후의 측면 창에는 선셰이드가 마련되어 있다. 1열 좌석 등받이의 후면에는 간이 테이블이, 2열 좌석 등받이의 후면에는 그물망 등을 걸 수 있는 후크가 마련되어 있다.





그랜드 보이저에는 크라이슬러가 2005년부터 선보였던 스토우 앤 고(Stow´n Go) 기능이 지원된다. 좌석을 접어서 바닥 아래로 수납이 가능한 이 기능은 좌석으로 인해 발생하는 데드 스페이스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기능은 그랜드 보이저의 공간 활용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




3열 좌석의 폴딩은 각각의 끈에 표시된 숫자 순서대로 당겨주면 자연스럽게 바닥 하부 공간으로 접혀 들어간다. 이 공간은 3열 좌석을 접을 때에는 좌석의 수납 용도로, 3열 좌석을 사용하는 중에는 넉넉한 트렁크 공간으로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본형 시트가 적용된 그랜드 보이저에서는 2열 좌석의 바닥 수납이 가능하다. 하지만 캡틴 시트가 적용된 국내 사양의 그랜드 보이저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더욱 편안한 시트가 적용된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랜드 보이저의 중요한 기능 하나를 놓친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좌석을 접고 앞으로 젖혀진 상태에서 하단에 달린 끈을 이용하여 B필러에 달려 있는 승하차용 손잡이에 매어 두는 식으로 고정해 두는 것은 가능하다. 게다가 바닥 하부의 공간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여기에 잡다한 물건들을 수납할 수도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다양한 레저 및 아웃도어 활동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 2열 좌석을 접어 넣는 기능이 무력화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3열 시트를 탈거할 필요 없이 바닥에 그대로 접어 넣는 구조는 남아 있다. 튀어 나오는 부분 없이 평평한 바닥 공간은 짐의 수납은 물론 차를 캠핑장 등지에서의 임시 주거공간으로 전용하기도 용이하다.



그랜드 보이저의 시동을 걸고 운행을 시작해 본다. 300C와 비슷한 수준의 정숙성은 그랜드 보이저는 프리미엄 미니밴임을 자처하기에 부족함 없게 만들어 준다. 조용하게 움직이는 가솔린 엔진과 부드럽게 맞물리는 6단 자동변속기의 조화는 마치 동사의 대형 세단인 300C에 타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물론 여기에는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과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차체의 거동도 한 몫을 한다.



283마력의 최고출력과 35kg.m의 최대토크를 가진 3.6리터 펜타스타 V6엔진은 공차중량만 2,140kg에 달하는 거구를 잘도 움직여 준다. 고배기량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든든한 견인력을 보여준다. 미국식 대형 세단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다채로운 실내 공간 구성과 편의성을 무기로 삼는 미니밴들은 이미 시장에 다수 등장해 있다. 그러나 이 특유의 여유로운 감각은 꽤나 각별하게 다가온다. 무엇을 싣든, 어디에 타든, 어디로 움직이든 간에 그랜드 보이저는 한 템포 더 여유롭게 대처한다. 미니밴으로서는 꽤나 고급스런 감각이다.



공인 연비는 도심 6.7km/l, 고속도로 10.1km/l, 복합 7.9km/l로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 운행한 결과, 도심에서의 연비는 교통 상황이 나쁘지 않을 때에도 6km/l를 넘기기 어려웠다. 반면에 고속도로에서는 11km/l을 살짝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그랜드 보이저를 시승하면서 원조의 내공을 가감 없이 경험할 수 있었다. 차체, 실내 공간, 편의성은 물론 주행 감각에서도 원조의 내공은 그야말로 견실한 것이었다. 단순한 짐차가 아닌, 미국식 대형 세단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와 안락함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감각을 주었다. 그래서 그랜드 보이저는 그들의 캐치프레이즈와도 많은 부분이 합치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요소들은 가족과 여가를 위한 미니밴의 기본 덕목 또한 자연스레 충족시킨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경제성 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디젤엔진이 도입되지 않은 점이다. 그러나 현재 대형 수입 미니밴들 시장의 주류가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으로 굳어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판매량에 있어서는 크게 불리한 요소로서 작용하지는 않을 듯하다.


원조의 내공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여유로움으로 가득한 그랜드 보이저. 1년 여의 공백을 깨고 재등장한 그의 앞날을 기대해보며 글을 마친다. 그랜드 보이저 3.6의 가격은 5,860만원이다.(VAT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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