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도로, 멜로디 로드

기사입력 2018.08.1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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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몰고 주행하다 보면 음악을 듣곤 한다. 라디오를 틀어 차분한 말소리와 간간이 흐르는 음악을 즐기는 운전자도 있고 자기 취향에 맞게 클래식, 댄스 음악 등을 들으며 드라이브를 즐긴다. 자동차 안에서 듣는 음악은 자동차를 즐기는 또 하나의 문화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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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자동차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음악을 즐기는 방법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자동차가 악기가 되고 도로가 연주자가 되는 멜로디 로드처럼 말이다. 멜로디 로드는 도로에 홈을 파내 소리를 만드는 럼블 스트립(Rumble Strip)을 응용한 도로를 말한다. 

럼블 스트립은 도로 홈을 파내는 음각, 도로 노면을 튀어나오도록 한 양각이 있는데 주로 홈을 파내는 음각을 사용한다. 이런 럼블 스트립은 운전자의 졸음운전을 방지하고 위험성을 소리로 알리는 역할을 한다. 또한 미끄러짐을 방지할 수도 있으며 우천 시 배수 능력을 높여준다. 톨게이트 진입로, 터널 부근에서 ‘드르륵’ 소리를 내며 파여있는 도로 홈이 바로 럼블 스트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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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럼블 스트립을 적용했고 미국도 50개 주에 걸쳐 고속, 일반 국도에 광범위하게 적용해 안전 운전을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럼블 스트립의 홈 간격을 조절해 음악이 흐르는 도로로 만든 나라가 일본이다. 

지난 2003년 일본 홋카이도 나카시베쓰에 멜로디 로드를 설치했고 이후 군마현, 아이치현, 와카야마현 등에 차례차례 멜로디 로드를 설치했다. 멜로디 로드는 운전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과속을 방지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아름다운 음률이 더해지면서 드라이브 명소로까지 발전했다. 

멜로디 로드가 설치된 지역 민요나 지역 특성이 담긴 노래가 흘러나오도록 하면서 지역 활성화에도 적극 반영하는 것이다. 예컨대 와카야마현의 경우 천문대가 있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밤의 별을 올려다봐요’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군마현에서는 ‘여름의 추억’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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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도 멜로디 로드를 설치해 톡톡히 효과를 봤다. 외국인들이 출연해 큰 인기를 모였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된 적 있는 미국 66번 국도 멜로디 로드는 ‘아름다운 미국’ 노래가 흘러나온다. 66번 국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기 위해 속도를 줄이는 운전자가 많아졌고 과속운전 비율도 약 88% 약 17%로 줄어들었다. 

국내의 경우 지난 2007년 서울 외곽 순환 고속도로 판교 방향 103.2km 지점에 시속 100km로 달리면 ‘떴다, 떴다. 비행기’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멜로디 로드를 도입했다.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멜로디 로드를 적용한 사례다. 또한 당진영덕고속도로 영덕 방향 도로의 남상주 IC 1km 전 구간에서는 동요 ’자전거’가 흘러나오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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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몇 곳에 멜로디 로드를 적용했으나 지나친 소음이나 음산한 소리 때문에 민원이 제기돼 사라진 곳이 많다. 민간 기업 차원에서 만들어진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 리조트 진입로 멜로디 로드 역시 최근 도로 공사를 진행하며 사라졌다. 사실 멜로디 로드는 정확한 음을 듣기 위해선 정해진 속도에 맞춰 럼블 스트립을 지나가야 한다. 

지나친 과속이나 저속 운행 시 카세트테이프가 늘어난 듯 기괴한 소리가 흐르거나 귀신 울음소리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또한 야간에는 많은 차량이 속도를 올리고 주행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물론이고 지역 주민에겐 스트레스가 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 북부 프리슬란트주에서 멜로디 로드를 도입했으나 지역 주민들이 밤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다고 항의해 설치 하루 만에 원상복귀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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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 로드가 소음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늘어나는 대형 사고와 빈번한 졸음운전,운행 간 스마트폰 조작 등 사고 위험성 측면에서 본다면 주거 지역을 벗어난 도로, 사고 다발지역 등에 적용하는 것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옛말처럼 집중력이 떨어지는 구간마다 아름다운 멜로디의 경고 메시지가 전해진다면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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