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대우 로얄 시리즈 – 중편

기사입력 2018.07.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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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로얄은 대우자동차 역사 상 가장 위대하고 영광스러웠던 세월을 함께 한 차다. 대우 로얄은 다양한 차종이 하나의 시리즈를 이루는 제품군으로, 중형 승용차부터 고급 대형 승용차까지 아울렀다. 1980년대 국내 고급 승용차 시장을 석권했으며 일부 모델들의 경우, 당대에는 부의 상징으로 통하기도 했다. 로얄 시리즈의 흥행은 80년대 대우자동차의 눈부신 성장을 상징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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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의 등장 이전까지, 국내에서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승용차로 통한 로얄 시리즈. 오펠 레코드로부터 시작하여 십수년간 대우자동차의 중핵으로 자리잡으며 국산 고급 승용차의 역사를 써 내려간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대우자동차의 고급 승용차 브랜드로 거듭나다

제너럴모터스코리아자동차(지엠코리아, 이하 GMK) 시절 등장한 로얄 시리즈의 조상, ‘레코드 로얄’은 시보레 1700과는 달리,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순항했다. 시보레 1700의 실패로 인해 시장 점유율은 경쟁사인 현대자동차에 밀리기 시작했지만 고급 승용차 부문만큼은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모회사가 경영악화로 인해 새한자동차와 거화자동차의 두 갈래로 찢어지는 가운데서도 레코드 로얄은 새한자동차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오펠 레코드 E형을 바탕으로 한 신형의 레코드 로얄이 오일쇼크에도 불구하고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그 명성을 이었다.


그리고 1983년, 새한자동차를 인수한 대우그룹이 대우자동차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레코드 로얄은 단순한 오펠 승용차의 라이센스 생산품을 넘어, 대우자동차의 주력 모델로서 거듭나기 시작했다. 이 시점부터 ‘레코드’라는 이름은 지워지고, ‘왕가’를 의미하는 ‘로얄(Royale)’이라는 하나의 고급 제품군으로서 개편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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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는 로얄을 자사의 고급 승용차 브랜드화하면서 1983년 한 해 동안 로얄의 라인업을 3개 모델로 확장했다. 1983년 1월부터 대우의 새로운 로고와 네임플레이트를 적용한 것을 시작으로, 5월에는 새한시절인 1980년에 출시한 최고급 차종, ‘로얄 살롱(Royale Salon)’의 부분 개선 모델을 내놓았다. 이 로얄 살롱이라는 이름은, 과거 신진자동차 시절에 생산했던 토요타 크라운의 트림명 중 하나인 로얄 설룬(Royale Saloon)에서 가져 온 것으로 추정된다.


로얄 살롱은 레코드의 스타일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같은 GM V-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초대 홀덴 코모도어(Holden Commodore, VB)의 디자인을 채용했다. 레코드에 비해 장식적인 기조가 훨씬 강했던 코모도어의 프론트 디자인은 이후, 소형 승용차 ‘맵시-나’의 고급형 모델에도 재활용되었다. 엔진은 오펠의 119마력 2.0 CIH 엔진을, 변속기는 새한 시절부터 사용했던 수동 4단 혹은 자동 3단 변속기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로얄 살롱은 새한 레코드 로얄에 이어, 또 다시 관용차로 지정되는 행운을 누렸다. 1981년 해제된 장관 및 국무위원급 관용차량의 4기통 제한이 1984년,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다시금 시행된 것이다. 로얄 살롱은 관용차로 납품되며, 레코드 로얄 시절부터 통했던 ‘장관이 타는 차’ 이미지 덕분에 현대의 포드 그라나다와 기아자동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푸조 604를 제치고 고급 승용차 시장을 주름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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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년 6월, 대우자동차는 로얄 시리즈의 허리로 자리하게 될 주력 차종, ‘로얄 프린스(Royale Prince)’를 출시했다. 로얄 프린스는 새한시절부터 공급해 왔던 레코드 로얄의 뒤를 직접 잇는 후속 모델로 등장했다. 차량 자체는 오펠 레코드 E형의 부분변경 모델인 레코드 E2를 바탕으로 했으며, 레코드 E2의 스타일을 거의 그대로 이용했다. 다만 초도 생산차량 한정으로, C필러 주변의 디자인은 오펠 레코드 E형의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이는 1984년에서야 E2형의 C필러로 바뀌게 된다. 엔진은 기존 레코드 로얄에 사용한 1.9리터 엔진과 2.0리터 오펠 CIH 엔진을 사용했으며, 후기형부터는 로얄 XQ의 1.5리터 XQ 엔진 버전도 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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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8월에는 신규 모델인 ‘로얄 XQ’를 내놓았다. 로얄 XQ는 상대적으로 고가였던 로얄 시리즈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독자개발한 1.5리터 XQ엔진을 탑재한 차종이다. 즉, 고급 승용차인 로얄의 염가판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이었다. 1983년 처음 등장한 로얄 XQ는 차체는 로얄 시리즈와 비슷한 크기임에도 1.5리터 엔진을 품고 있어, ‘소형차 세금으로 중형차를 탈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어필했다. 훗날 등장하게 되는 현대 스텔라 등과 함께 한국 시장의 ‘준중형차’라는 세그먼트를 형성하는 단초를 마련한 모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로얄 XQ는 1985년형 모델로 한차례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으며, 1987년까지 생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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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로얄XQ는 성능에 대한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로얄의 큰 차체를 감당하기에는 XQ엔진의 동력 성능이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85마력의 최고출력과 12.5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이 엔진은 훗날 자사의 소형 승용차 ‘맵시-나’에 실리게 되는 엔진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능 면에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얄 XQ는 상기한 ‘소형차 세금으로 중형차를 탈 수 있다’는 점을 메리트로 인식한 소비자들로부터 적지 않게 판매되었다. 심지어 1985년도에는 로얄 XQ를 구입하고는 더 고급 차종인 로얄 프린스로 외형을 개조하는 사례가 있다는 신문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 외에도 대우자동차는 새한 때부터 생산하고 있었던 레코드 로얄 디젤에 로얄XQ의 프론트 디자인을 적용한 마이너 체인지 모델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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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에는 레코드보다 상위 모델에 해당하는 오펠 세나토르(Opel Senator) 기반의 ‘로얄 살롱 슈퍼(Royale Salon Super)’까지 내놓기에 이르렀다. 로얄 살롱 슈퍼는 오펠 세나토르 A2 버전의 차체에 장식적인 기조가 강한 코모도어의 프론트를 결합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로얄 살롱 슈퍼는 당대 최고 수준의 성능을 지녔던 오펠의 2.0리터 EFI 엔진을 심장으로 했다. 로얄 살롱 슈퍼를 통해 처음으로 탑재된 이 엔진은 국내 완성차 업계 최초로 도입한 전자식 연료 분사 시스템을 채용한 엔진이기도 하다. 또한 트립컴퓨터와 디지털 계기반, 알루미늄 휠 등으로 시대를 선도하는 고급 승용차의 이미지를 통해 준수한 판매고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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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형인 로얄XQ, 주력 차종인 로얄 프린스, 고급형인 로얄 살롱으로 전열을 가다듬은 로얄 시리즈는 그야말로 1980년대 승용차 시장을 틀어 쥐었다. 기본 성능도 뛰어나고 검증도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던 GM V-플랫폼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던 데다, 1980년대의 관용차 기통 수 제한에 따른 호재, 그리고 경쟁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상대적으로 승용차 모델군이 다소 부족했던 점 등이 겹쳐, 1980년대 중반까지 로얄 시리즈는 최고조의 인기를 누렸다. 이 당시 대우자동차는 중형세단의 ‘왕국’을 건설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1986년, 현대자동차에서 내놓은 무시무시한 도전자가 철옹성만 같았던 대우자동차의 고급 승용차 왕국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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