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쿼녹스와 벨로스터 N에 대한 '엇갈린 반응'

기사입력 2018.06.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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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라는 단어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자동차들이 있을까. 한국지엠은 지독한 부진을 벗어나기 위한 주인공을 맞이했고, 현대차는 제대로 된 자사의 첫 '핫해치'를 국내에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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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쉽게 말하면 두 업체의 '터닝포인트'였다. 입장의 차이는 있지만 이쿼녹스와 벨로스터 N은 그만큼 두 업체에게 있어 매우 중요했다. 두 모델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데뷔했으나, 행사 직후 비친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다.

가격대도 서로 비슷했던 두 제품에 대한 온도차가 달랐던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야말로 '내용물의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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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벨로스터 N은 현대 'N' 디비전의 두 번째 주자다. 해외에서 선공개되어 빗발치는 호평을 받은 i30 N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N' 모델로, 국산 핫해치의 등장을 염원했던 국내의 많은 자동차 매니아들, 그리고 브랜드 질적 향상을 꿈꾸던 현대차에게 있어 매우 의미있는 제품이었다.

현대 N은 고성능 시장에선 갓 데뷔한 새내기에 불과하지만, 이미 해외에선 공급 부족 현상까지 빚을 정도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BMW M에 몸담았던 알버트 비어만의 영입은 그야말로 현대차가 보여준 신의 한 수였음을 입증한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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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산모터쇼에서 데뷔한 벨로스터 N은 그 명성을 한국 시장에까지 뻗치고자 한 흔적이 역력했다.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소개된 275마력에 달하는 강력한 심장이나 가변 배기 시스템, N 그린 컨트롤 시스템 등은 이미 5개월 전에 공개된 정보들이었기에 놀라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가격이 공개되자, 행사장에 있던 기자들이 일제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단일 트림으로 제공되는 벨로스터 N은 아직 가격이 확정이 된 건 아니지만, 현대차는 2,965~2,995만 원 사이에서 가격이 결정된다고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공개 직전까지도 의견이 분분했으나, 3천만 원 이하를 짐작한 사람은 많지 않았기에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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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각종 선택사양 패키지를 장착하면 최대 3,500만 원까지 뻗을 가능성이 있으나, 그럼에도 이 핫해치의 몸값은 제법 합리적이었다. 머리를 좀 굴려보자. 275마력짜리 2리터 터보 엔진에 가변 배기 시스템과 대용량 브레이크 시스템, 19인치 휠과 UHP 타이어, 전자식 LSD 구성에, 알버트 비어만이 매만진 옹골찬 섀시를 모두 3천만 원에 맛볼 수 있다. 드라이빙에 초점을 둔 이 정도 구성을 갖춘 데다, 3천만 원 대 가격에 버무린 다른 자동차를 샅샅이 뒤져봤지만, 이건 너무나도 어려운 숙제였다.

벨로스터 N는 순수 성능 제원만 봐도 종전에 한국에도 시판되었던 골프 GTI보다 상위에 있는 모델이다. 그 GTI가 대략 4,500만 원에 구입이 가능했으니, 굳이 벨로스터 N의 '합리성'에 대해선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소비자 여러분들이 더 잘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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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쿼녹스는 한국지엠의 근미래를 짊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쿼녹스는 이후 SUV 라인업의 벌충을 위해 한국 시장에 합류하는 트래버스나, 콜로라도 등의 성공적인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했다. 그리고 신형 싼타페 출시와 함께 볼륨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중형 SUV 시장과 컴팩트 SUV 시장을 모두 포괄해야 하는 중역을 맡기도 했다.

세대 변경 이후 美 시장에서 특급 베스트셀러의 면모를 마음껏 드러낸 이쿼녹스였기에 한국지엠은 국내  SUV 시장에서도 날뛰어주길 간절히 바랐을 터이다. 그리고 소비자들도 접근성 높은 국산 SUV의 가짓수가 늘어난다는 사실에 많은 기대를 했다. 선택폭 확대에 좋아하지 않을 소비자는 없기 때문.

그리고 부산모터쇼 개막을 하루 앞두고, 한국지엠은 전야제를 통해 이쿼녹스를 본격적으로 소개했다. 아울러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 추후 투입될 모델들까지 아우르며 본격적인 내수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특히 올해 3월과 4월 내수시장 꼴찌라는 굴욕까지 맛봤던 그들이었기에, 부산모터쇼는 그들에게 있어 그야말로 사활을 건 컴백 무대에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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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프레스데이 당일, 이쿼녹스의 정체(?)가 공개되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스포티한 스타일링은 이미 공개된 지 한참 되었기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국내 시판 사양과 가격이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끈 것이었다. 물론 부정적인 뉘앙스로 말이다.

우선 보닛 아래에 담긴 엔진은 1.6리터 디젤 엔진이었다. 투싼보다는 크고, 싼타페보다는 작은 차체를 감안하면 상당히 아쉬운 선택이다. 거기에 북미 시판 모델에 탑재되는 1.5 가솔린 터보 / 2.0 가솔린 터보 엔진이 없는 1.6 디젤 단일 모델이다. 여전히 디젤 엔진 중심인 국산 SUV 시장을 감안하면 수긍이 가는 선택이긴 해도 경쟁 모델 대비 빈약한 파워트레인에, 빈약한 라인업이라는 건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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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시판 가격에도 많은 이들이 탄식을 쏟아내게 했다. 한국지엠이 설정한 이쿼녹스의 가격은 2,987 ~ 3,892만 원. 굳이 편의사양이나 장비 구성 이야기를 시시콜콜하지 않아도, 배기량과 퍼포먼스, 공간 측면에서 모두 앞서는 싼타페 / 쏘렌토 형제의 디젤 2.0 모델에 비하면 가격 대비 가치가 떨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한국지엠 측은 꾸준히 미국 시장 판매가보다 낮게 책정한 가격이라고 언급했지만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엔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렇기에 가격 논란이 끊이질 않은 것이다. 제조사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합리적인 것인가? 현대의 소비 시장이 소비자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걸 간과한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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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실질적으로 최대 경쟁 모델로 자리할 르노삼성 QM6와 비교해도 이쿼녹스의 손을 들어주기는 쉽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상하좌우를 막론하고 터지는 벨로스터 N에 대한 뜨거운 환호성에 비해, 이쿼녹스에 대한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벨로스터 N이 수익을 끌어모으는 볼륨 모델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수동변속기만 존재하는 데다 쿠페와 해치백을 결합한 비주류 차량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극소수이기 때문. 그럼에도 벨로스터 N의 출시에 많은 이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는 건,  소수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신차의 등장하여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졌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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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제아무리 각자의 삶이 만드는 현실에 부딪쳐 결국 구매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지녔기에 언젠가는 손에 쥘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벨로스터 N의 출시는 국내의 자동차 매니아들에게 많은 의미를 선사했다.

한편, 지난달 신형 스파크 출시와 함께 내수시장 꼴찌를 탈출한 한국지엠은 이쿼녹스의 투입으로 장기적인 부진 탈출과 볼륨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이번 이쿼녹스 런칭을 통한 소비자 반응을 보아하니, 그 야망이 쉽사리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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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애매한 포지셔닝은 독이 되었고, 다분히 미국적으로 구성되었던 파워트레인은 국내 시판 모델에 악영향만 끼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한국지엠은 지난해 크루즈에 이은 또 한 번의 가격정책 실패라는 악재에 부딪힐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볼륨 모델로 활약하며 커다란 수익을 안겨줘야 할 제품에게 있어 가격 이슈는 매우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런칭 이후 물 흐르듯 트래버스와 콜로라도까지 투입하려던 한국지엠의 계획도 불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그토록 염원하던 구원투수가 등판했으나, 마운드에 오르기도 전에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은 셈이다. 그렇게 같은 날, 같은 장소. 심지어 가격대까지 비슷한 두 자동차의 운명은 극명히 갈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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