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막은 의인, 그리고 나쁜 놈들 전성시대

기사입력 2018.06.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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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던 투스카니 차주 한영탁씨는 의식을 잃고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채 주행하는 코란도 스포츠 차량을 막아세웠다. 원칙적으로 본다면 고의적으로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행동이다. 하지만 그 행동은 대형 참사를 막고 코란도 운전자의 생명 및 다른 운전자들의 생명까지 지킨 정의로운 과실이었다. 이후 ‘투스카니 의인’으로 칭해지며 현대자동차에서는 벨로스터 신차를 지급하고 LG에서는 의인상을 수여, 보험사에서도 치료비를 지원하고 경찰 측에서도 표창장 수여 검토 등 무수히 많은 감사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영탁씨와 같은 의인이 많아지면 좋겠으나 안타깝게도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타인을 지키는 의인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악인을 마주하는 상황이 잦다. 음주운전, 신호 위반 및 꼬리물기, 무단 횡단 등처럼 말이다. 더구나 의인처럼 희소하지도 않고 정해진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다. 의인들이 보기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우리는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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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나쁜 사례 중 하나가 신호 위반이다. 또한 운전자가 가장 쉽게 유혹되는 범법행위기도 하다. 경찰청 통계의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운전자 법규 위반 교통사고를 살펴보면2015년 232,014건 중 26,511건이 신호위반이다. 약 11%에 해당하는 수치다. 2016년은 전체 220,897건 중 24,408건, 2017년 216,317건 중 24,358건이다.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 및 운전자 증가를 생각하면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 

신호위반은 횡단보도 등에서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고,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이 출발하는 상황에서 충돌 위험도 안고 있다. 또한 빨리 가기 위해 속도를 올리다 보니 과속으로 이어져 사고 발생 시 리스크가 크다. 교차로에서는 꼬리물기까지 더해지면서 충돌 위험은 물론이고 교통정체까지 극심해진다. 대기 중인 자동차들은 신호가 변경됐음에도 출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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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운전자가 다른 운전자의 신호 위반으로만 안전을 위협받는 것은 아니다. 보행자에게도 안전을 위협받는다. 무단 횡단이라는 이름의 위협이다. 지난 4월 전라도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무단횡단 사고는 많은 논란을 낳았다. 해당 사고 운전자는 신호위반, 과속 등 어떠한 범법행위를 하지도 않았으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될 상황에 놓인 것. 운전자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된 것이다. 

그로 인해 많은 운전자들이 부당함에 공감하며 국민청원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운전자들이 그토록 무단 횡단 사고에 관심을 기울이고 부당함을 토로한 이유는 운전 중 어렵지 않게 무단횡단자를 만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무단횡단 교통사고 발생은 약 9,590건으로 그중 566명이 사망에 이르렀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약 13%에 해당하는 수치며, 보행자 사고만으로 계산해도 약 33%에 달한다. 

무단 횡단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죄 없는 운전자는 처벌받는 것은 물론이고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야 한다. 심할 경우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끊임없는 정신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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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건, 사고 중 가장 민감한 사안이 ‘음주’다. 특히 음주운전의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 탓에 많은 운전자들이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음주운전이 초래하는 위험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 반응 속도 저하, 사물 인지와 대응까지 모든 면에서 판단력이 떨어진다. 

이는 곧 사고 발생 확률이 높아질 뿐 아니라 사고 발생 시에서도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2차, 3차 사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음주로 인해 충돌 사고를 낸 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사고 현장을 벗어날 수 있고 사고를 인지 했음에도 그대로 도주하는 것처럼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음주운전을 하는 운전자가 부담감이나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술에 취해 기억을 하지 못하거나 온전한 판단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처벌 수위가 낮게 적용되기도 하고 주위에서 어쩌다 한번 발생한 ‘실수’ 정도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음주운전자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해 처벌을 낮추는 정보를 공유하고 처벌 수위에 따라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19,517건이다. 2016년 19,769건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사망자 역시 2016년 481명에서 2017년 439명으로 약간 줄어들었을 뿐이다. 음주 단속을 강화하고 수시로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음에도 변하지 않는다는 건 음주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운전자와 그 모습을 옹호해주는 듯한 분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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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투스카니 의인’은 특별한 용기와 뜨거운 인간미로 불의의 사고를 막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히어로가 될 수 없듯 특별한 용기와 뜨거운 인간미를 드러낼 수 없다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사고를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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