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현대 포드 20M

기사입력 2018.05.1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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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에서 종종 이루어지는 ‘면허 생산’은 제조물의 종류를 불문하고 전 세계에서 행해지고 있다. 라이센스 생산이라고도 불리는 면허생산 체계는 다국적 기업이 신흥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면허생산 체계는 선발주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와 생산 거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서 판매할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후발주자는 선발주자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얻은 경험과 성과를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이론 상으로는 쌍방간의 윈-윈 게임이 되는 셈이다.


물론 면허생산의 현실은 후발주자의 성장을 우려한 선발주자의 영향력 행사로 인해 후발주자 쪽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산업의 중흥에 있어 찬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던 나라들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식을 따르며 자체 산업 역량을 키워 나갔다. 이는 과거 전후의 상처를 딛고 산업화에 힘쓰고 있었던 대한민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대한민국 자동차산업계는 외국계 기업의 라이센스 모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신진자동차의 경우, 구 새나라 자동차의 인천공장(現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인수한 이래 사세를 빠르게 키워갔다. 그리고는 토요타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퍼블리카, 코로나 등의 소형 승용차부터 시작해서 1967년에는 고급 승용차 크라운까지 생산하기에 이른다. 또한 상용차 부문에서도 토요타 계열의 각종 차량들을 면허생산하면서 당시 국내 자동차 시장 최대의 판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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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69년, 웬 신출내기 자동차 제조사가 크라운에 대적할 고급 승용차를 떡 하니 내놓으며 신진 크라운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 신생 업체의 이름은 다름 아닌 ‘현대자동차’였다. 그리고 그 신진 크라운을 위협한 차는 ‘포드 20M’이었다.


당대의 강자, 신진 크라운을 위협한 현대자동차의 첫 고급 승용차

현대자동차의 대표적인 고급 승용차로 손꼽히는 모델이 있다면 바로 그랜저다. 그랜저는 출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고급 승용차 시장을 장악했으며, 제네시스 브랜드가 런칭한 지금도 고급 승용차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그랜저보다 한참 먼저 만들어진, 현대자동차 역사 상 첫 고급 승용차는 포드의 20M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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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20M은 당시 독일 포드가 생산하고 있었던 타우누스 20M(Taunus 20M)을 현대자동차가 라이센스 생산한 것이다. 1968년, 유럽포드의 중형 승용차 코티나(Cortina)를 생산한 것을 시작한 이래 불과 1년 만에 추가된 현대자동차의 두 번째 모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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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생산한 포드 20M은 4,721mm의 길이와 1,756mm의 폭, 그리고 1,478mm의 높이를 가진 세단형 승용차로, 당대 국내에서 생산된 세단 중 가장 큰 덩치를 자랑했다. 또한 유럽 포드의 고급 승용차 모델을 기반으로 한 만큼, 크라운과는 또 다른 감각을 뽐내는 외관 디자인은 건장한 체구와 함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편의사양으로는 2단계로 작동 속도를 조절 가능한 와이퍼와 함께 상하좌우 방향으로 조정 가능한 헤드램프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좌석은 앞뒷좌석 모두 벤치형으로 구성되어 있고 헤드레스트는 없다. 당대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한 최고급 세단인 만큼, 실내 공간 역시 넓었고 내부도 호사스럽게 꾸며졌다. 또한 도어핸들을 도어 암레스트 하단에 배치한 것도 특징이었는데, 이는 주행 중에 승객이 실수로 차 문을 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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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106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2.0리터 V6 가솔린 엔진을 사용했고, 변속기는 컬럼식 시프트레버를 사용하는 수동 4단변속기를 결합했다. 구동 방식은 후륜구동을 취하고 있었으며, 160km/h의 최고속도를 낼 수 있는 성능을 자랑했다. 브레이크는 전륜 디스크, 후륜에 드럼 방식을 채용했으며, 이중 구조의 브레이크와 배력 제동장치가 적용되어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첫 고급 승용차, 포드 20M은 자동차 자체가 부의 상징이었던 시절에 나타났다. 포드 20M의 출시 가격은 184만 6천원. 당시 서울 변두리의 주택 가격이 7~80만원 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시쳇말로 ‘집이 굴러 다니는’ 수준의 가격이었다. 이는 당시 출시되어 있었던 신진 크라운보다도 비싼 가격이었다. 포드 20M은 1969년 출시한 이래 1973년까지 큰 변경 없이 총 2,406대를 판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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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제작한 포드 20M은 현재 잔존한 차량이 거의 없다. 몇 남지 않은 포드 20M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는 삼성화재 교통박물관이 있다. 이 차량은 동아일보가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영화 및 방송 촬영 소품용 구식 자동차들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클래식카에 앰뷸런스로 개조된 포드 20M의 스테이션 왜건형 모델이 남아 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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