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순수의 시대를 살아가는 닛산 370Z

기사입력 2018.04.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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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간 미드나이트, 분노의 질주 등에서 매력을 뽐낸 ‘닛산 페어 레이디 Z(Fairlady Z)’ 혈통의 스포츠카를 만났다. 닛산 370Z다. 시승한 닛산 370Z는 2008년, 선대인 350Z로부터 세대 변경을 거친 이래 한국 닛산을 통해 정식 수입되고 있는 6세대 모델이다. 닛산 370Z는 2018년인 올해로 열 살 생일을 맞는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올곧은 고집으로 본 모습을 유지해 온 것이다. 근 10년 동안 스포츠카 시장이 눈에 띄게 변해왔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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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 시장은 세대 변경 및 페이스 리프트 주기가 과거에 비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소비자의 요구가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세그먼트의 기준을 흔들 만큼 과감한 변화를 가한 모델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370Z는 그런 시대의 흐름에 달리 신경도 쓰지 않는 듯, 간단한 재정비만 이뤄졌다. 2016년을 전후하여 이루어진 370Z의 페이스리프트는 닛산의 ‘V-모션’ 디자인 언어를 일부 적용하여 디테일을 약간 손 본 정도의 변화만을 주었다. 범퍼의 디자인은 보다 단순해지고 도어 캐치에는 은은한 무광 크롬 도금을 입혀 순수함을 키웠다.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운 화장이 거부감이 덜 한 것처럼 말이다. 370Z는 과도한 치장을 곁들이지 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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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Z의 미모는 디테일을 단순하게 가다듬으면서 더욱 살아난다. 선대 페어 레이디들의 오마주라고 할 수 있는 롱 노즈 숏데크의 조형미와 함께 특유의 C 필러 윈도우 라인이 더욱 도드라진다. 보닛은 여전히 군살 없이 널찍하게 드러나 있고, 콜라병 같은 볼륨이 돋보이는 프런트 및 리어 휀더는 10년의 시간을 무색하게 하는 미모를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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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역시 기본에 충실하다. 내비게이션이나 풀 컬러 디스플레이 화면은 여전히 센터패시아에 자리 잡을 수 없음을 고집했다. 오롯이 ‘달리고 돌고 서는’ 스포츠카의 본질에 충실하도록 내비게이션이나 풀 컬러 디스플레이 화면을 벗어던진 모습이다. 내비게이션이 있을 것만 같은 센터패시아 중앙 자리는 생뚱맞은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다. 스티어링 휠은 외관 후면부나 측면과 마찬가지로 ‘Z’카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 외 특징이라고는 계기판 한가운데를 회전계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과거부터 이어져 온 대시보드 상단 3구 게이지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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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착좌감의 버킷 타입 스포츠 시트에 몸을 실었다. 시트에 올라 스티어링 휠을 손에 쥐고 운전 자세를 잡고 나면 370Z가 단출한 구성을 취한 이유를 직감할 수 있다. 시선은 온전히 전방과 계기판으로 집중되고 두 손은 스티어링 휠과 패들 시프트만을 어루만진다. 온몸의 세포를 370Z에 맞추게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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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370Z의 심장은 VQ37VHR 엔진이다. 333마력/7,000rpm의 최고출력과 37kg.m/5,200rpm의 최대토크 성능을 지닌 이 엔진은 보어(실린더 내경)가 95.5mm에 스트로크(행정 길이)는 86mm인 숏 스트로크 엔진으로, 7,000rpm 이상의 고회전 영역을 사용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운사이징 등의 미명 하에 점점 사라져만 가고 있는 대배기량 고회전 자연 흡배기 엔진이라는 점만으로도 매력적인 엔진이다.

이 엔진의 매력은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끝까지 짓누르는 순간 드러난다. 날카롭다 싶을 정도로 재빠르게 반응해주는 스로틀과 그로 인해 순식간에 치솟는 회전수, 그리고 여기에 액티브 사운드 인 핸스 먼트(Active Sound Enhancement)가 곁들여지면서 형성되는 짜릿한 감각이 일품이다. 특히 고회전 영역에서 날카롭게 울부짖는 자연흡기 엔진 사운드는 쾌감을 한층 더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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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존이 시작되는 7,500rpm 부근에서 착실하게 시프트 업을 진행하며 직결감도 상당한 수준이다. 평상시에 다소 묵직했던 스티어링 휠의 반응도 속도가 올라감에 따라 날카롭게 변화한다. 차체의 즉각적인 반응과 핸들링에 마음 속으로 엄지를 치켜세울 때쯤, 또 다른 감각이 세포로 전해진다. 바로 노면의 정보다.

370Z는 노면의 정보를 운전자에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를 통해 내가 지금 어떤 도로를 달리고 있는지, 도로 위에는 또 뭐가 있는지 시시콜콜 알려온다. 일반적인 세단에 적응된 운전자라면 노면 상태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부분에서 불편함을 호소할지 모른다. 하지만 운전자와 자동차가 혼연일체 된 감각으로 속도와 핸들링을 즐기는 스포츠카에서는 아드레날린을 높이는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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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Z는 달리면 달릴수록 만족도가 높아진다. 가령 뒤쪽으로 치우친 시트 포지션이 그렇다. 370Z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지만 스티어링 휠은 돌아가는데 엉덩이는 반박자 늦게 이동하는 느낌이 딸려온다. 이미 370Z은 진행 방향을 정한 후 앞서 나가는데 정작 운전자는 눈치채지 못한다.

레브 매칭(Rev Matching) 역시 마찬가지다. 레브 매칭은 엔진 회전수를 조정해 원활하게 변속이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기술로 변속 영역에 맞는 최적의 rpm을 보정해 원활한 가속 및 변속 충격을 줄여준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동시에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거나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종종 위험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차차 익숙해지며 370Z와 교감이 이뤄진 후라면 그 모든 이질적 느낌이 쾌감으로 변화된다. 운전자의 엉덩이로 느껴지는 움직임과 노면, 그림을 그리듯 손동작을 따라 돌아나가는 차체까지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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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Z는 다양한 옵션과, 기능, 각종 보조장치 등, 갈수록 눈이 높아져만 가는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것들을 찾아보긴 어렵다. 그렇지만 운전자에 따라 때론 거친 숨을 몰아쉬고 때론 재빠르게 돌아 나가며, 필요한 때에 제대로 멈춰 선다. 이는 곧 스포츠카의 순수성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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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Z의 가격은 5,190만 원이다. 성향은 다르지만 포드 머스탱이나 쉐보레 카마로를 구매할 수도 있는 가격이다. 혹자는 370Z와 토요타 86 사이에서 고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3.7리터의 V6 자연흡기 엔진의 순수한 스포츠카를 고민하고 있다면 370Z는 구매 선택지 첫 번째 자리에 들어갈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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