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의 탈을 쓴 GT - 벤틀리 벤테이가 트랙 시승기

기사입력 2018.04.1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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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모터스코리아가 오늘(10일)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자사의 SUV 모델인 벤테이가의 시승 행사를 열었다. 벤틀리 벤테이가는 호화로움과 강력한 성능을 겸비한 SUV로, 지난 2017년 상반기부터 국내 시장에 출시된 바 있다. 2017년 4월부터 국내 시장에서 인도를 개시한 이래 10개월 만인 2018년 2월 누적 판매 100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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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에서 만난 벤틀리 최초의 SUV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을까? 벤테이가를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경험하며 그 진가를 알아 본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벤틀리 벤테이가는 VAT 포함 3억 4,900만원에 판매되며, 구매자의 요구에 따라 가격은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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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테이가의 외모에서는 최근 벤틀리의 디자인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상이 담겨 있는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2015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한 ‘EXP 10 스피드 6’ 컨셉트를 SUV의 형태로 재해석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특유의 원형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휠 디자인에 이르기는 곳곳에서 그 편린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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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 벤테이가의 전장X전폭X전고는 각각 5,140X1,998X1,742mm로, 덩치로만 보았을 때에는 대형급 SUV의 체급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몸집이 통상적인 SUV들의 과격함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벤틀리 특유의 볼륨감과 우아함을 강조하는 차체 형상 덕분에 본격적인 SUV라기보다는 호화로운 슈팅 브레이크를 연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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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예부터 고성능의 호화로운 GT(Grand Tourer)와 럭셔리 세단으로 유명한 벤틀리의 감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실내는 고급스런 질감의 가죽과 우드 패널로 가득 채우고 있다. 또한 가죽 마감의 곳곳에 섬세한 누빔 처리를 하여 고급스러운 느낌을 배가한다. 이 누빔 처리는 독립식으로 설계된 뒷좌석의 후방의 칸막이에도 적용되어 있다. 차의 문을 열고 차 안에 오르기는 동안의 시각적인 요소만으로도 벤틀리다운 호화로움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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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한 벤테이가는 4인승의 독립식 좌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좌석은 전동조절 기능과 요추받침, 열선 및 통풍, 마사지 기능을 지원한다. 좌석 자체는 본격적인 스포츠 주행보다는 편안함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탄탄하게 몸을 지지해주면서도 체형을 가리지 않는 편안한 착좌감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이 인상적인 착좌감이 좌석의 위치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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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실내의 공간은 대형급 SUV의 몸집에서 기대하게 되는 광활함이나 여유로움과는 거리가 있다. SUV라기보다는 고급 세단의 실내공간에 더 가깝다. 트렁크 용량은 431리터로 수치 상으로나 체감 상으로나 그리 큰 편은 아니다. 게다가 4인승 사양의 경우에는 시트를 접을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세단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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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테이가의 운전석에 올라, 피트를 나선다. 저속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인데도 스티어링 휠과 페달, 그리고 허리로 전달되는 모든 감각에서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시트 포지션도 그리 낮은 편이 아니다. 과연 이 거구가 자기 무게의 절반 가량인 차들조차 긴장해야 하는 서킷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한 편으로는 기대가 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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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를 나서자마자 본격적인 가속을 시작한다. 진중하면서 힘찬 감각의 배기음과 함께 벤테이가의 거구가 세차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100km/h는 진작에 뛰어 넘은 지 오래고 속도계의 눈금은 순식간에 200km/h를 넘길 기세로 치솟아 오른다. 전장만 5m를 넘고 차폭은 2m에 육박하며 공차중량만 2,620kg에 달하는 거구가 자기 몸무게의 절반도 안 되는 스포츠카처럼 맹렬한 돌진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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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열찬 추진력은 벤테이가의 보닛 아래에 숨겨져 있는 6.0리터 배기량의 W12 트윈터보 엔진에서 나온다. 이 엔진은 608마력의 최고출력과 91.8kg.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분출한다. 이 강력한 엔진의 동력성능은 ZF의 8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네 바퀴에 전달된다. ZF의 8단 자동변속기는 600마력을 상회하는 W12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착실하게 각 구동륜에 전달한다. 이를 통해 W형 12기통 엔진의 힘을 남김없이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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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파워트레인을 품은 벤테이가는 그 육중한 몸무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가속성능으로 단 4.1초 0-100km/h 가속을 해낸다. 가속을 진행하다 보면, 출중한 동력성능이 중량을 확실하게 찍어 누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12기통 심장이 뿜어내는 가열찬 동력성능은 벤틀리의 또 다른 얼굴, ‘고성능’의 면모를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코너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어떨까? 앞서 언급했듯이, 벤테이가는 SUV 중에서도 큰 덩치에 속하며 공차중량만 2톤을 한참 상회한다. 게다가 시승 중에는 인스트럭터와 운전자를 포함하여 승차정원 4명을 꽉 채운 상태. 장비중량과 탑승자까지 감안하면 사실 상 3톤에 달하는 이 거구를 이끌고 용인 스피드웨이의 코너에 가까워질수록 기대감보다는 공포감이 앞선다. 차고와 무게중심이 높고 중량까지 무거운 SUV인만큼, 롤과 피칭이 더 크게 일어나게 되고, 그만큼 기동성과 조종성 면에서 손해를 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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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동 단계에서부터 나타나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감속하고 코너를 안쪽 바퀴에 걸고 클리핑 포인트를 지나 재가속과 함께 탈출하며 첫 코너를 돌파하고 나서는 예상을 넘어 선 몸놀림에 기묘한 감상이 여운처럼 남는다. 제동 중 상당한 수준의 피칭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으며, 회전 중에는 상당한 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벤테이가의 브레이크는 충분한 답력을 지니고 있으며 공차중량 약 2.6톤의 거체가 낸 속도를 확실하게 다스린다. 그리고 회전 중에는 마치 레일에 오른 열차처럼 안정감 있는 움직임을 보인다. 물론 조금이라도 과도한 속도로 진입하는 등의 실수를 범하게 되면 가차없이 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하여 차체의 상태를 되돌려 놓는다. 안정적인 몸놀림 덕분에 운전에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SUV의 범주 내에서는 상당한 실력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스포츠카처럼 과격하고 공격적이지 않다. 코너링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시작부터 끝까지 신사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트랙에서 나타난 벤테이가의 모습에서는 하이 퍼포먼스 SUV와 럭셔리 SUV의 양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벤틀리가 가장 오랫동안 만들어 왔던 GT의 성격이 진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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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에서 드러나는 벤테이가의 실력에는 하체를 구성하고 있는 정교하고 든든한 전자제어 시스템이 도와주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벤테이가에는 동사의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 뮬산(Mulsanne)에서 가져온 ‘드라이브 다이나믹스 컨트롤’과 더불어 ‘벤틀리 다이나믹 라이드’라 명명된 강력한 전자 제어식 안티-롤 바가 설치되어 있다. 벤틀리 드라이브 다이나믹스 컨트롤은 각 4종의 온로드 설정과 오프로드주행을 위한 4종의 추가 설정으로 구성되며, 쇽업소버의 댐핑과 스티어링 시스템의 감도, 그리고 벤틀리 다이나믹 라이드를 상황에 맞처 실시간으로 통합 제어한다. 벤틀리 다이나믹 라이드는 일반적인 12V 전원이 아닌, 별도의 48V 전원을 사용하는 강력한 전용 모터를 이용하여 안티-롤 바를 제어한다. 전륜 차축용 ECU와 후륜 차축용 ECU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어, 네 바퀴의 상태를 독립적으로 제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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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에서의 주행이 끝나고 피트로 돌아가는 길에는 벤테이가가 가진 정숙함과 편안함을 잠시나마 맛 볼 수 있었다. 벤테이가의 정숙함과 편안함은 최고급 세단에서 맛볼 수 있는 그것과 같다. 불필요한 소음을 착실하게 차단하는 정숙성과 특출한 전자제어 시스템 및 드든한 차체와 하체가 만들어 내는 안락한 승차감은 격렬한 트랙 주행에서도 상대적으로 피로감을 적게 안겨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편안함은 오랫동안 GT와 최고급 세단을 만들어 오면서 쌓아 왔던 벤틀리의 성격과 경험이 그대로 녹아 들어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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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벤테이가에는 전후륜의 차동기어 잠금장치와 함께 차고조절 기능, 내리막 주행 보조장치 등을 채용하여, 험악한 오프로드에서도 뛰어난 적응력을 기대할 수 있다. 벤틀리 드라이브 다이나믹스 컨트롤을 통해 제어할 수 있으며, 오프로드 주행 중에는 중앙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체의 경사각과 등판각 등의 정보를 모니터링 가능하며, 전후좌우 4방향에 배치된 카메라를 통해 노면의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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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식을 줄 모르고 있는 SUV의 열풍에 따라 태어난 벤테이가는 호화로움과 강력한 성능을 겸비한 SUV다. 고급 SUV에 필요한 기능들을 충실하게 구비하고 있으면서도 오래도록 최고급 세단과 GT를 만들어 온 그들의 성격과 세계관을 SUV의 형태로 투영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비록 그리 오래 시간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트랙에서 경험한 벤테이가는 벤틀리만의 색이 진하게 담겨 있는 SUV이며, 안락함과 고성능을 놀라운 수준으로 양립한, SUV의 탈을 쓴 GT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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