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의 탈출 - 쌍용 렉스턴 스포츠 시승기

기사입력 2018.01.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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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의 ‘스포츠’ 시리즈는 늘 전장에 홀로 서있었다. 승용 SUV와 트럭 사이에 끼어있는 독특한 장르 때문인지 작정하고 달려드는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카테고리를 모델 하나가 지배하는 상황에선 당연히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홀로 시장을 지키는 ‘스포츠’ 시리즈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마치 ‘우물 안 개구리’를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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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된 지 2주, 그 짧은 시간 동안 5,500명이 넘는 소비자들이 렉스턴 스포츠를 선택했다는 쌍용차의 ‘자랑’에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쌍용차가 수 십 대의 렉스턴 스포츠를 모아놓고 소남이섬에서진행한 시승행사를 통해 렉스턴 스포츠가 쌍용차의 또 다른 볼륨 모델 타이틀을 거머쥘 자격이 있는지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쌍용차는 ‘트럭’이라는 단어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픽업 트럭’이라는 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오픈형 SUV’라는 마케팅 용어를 곁들였다. 처음 이 단어를 접했을 땐 무리수가 아니었나 싶었지만, 렉스턴 스포츠와 직접 마주해보니 쌍용차의 신조어 만들기에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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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의 경우 기반이 되는 G4 렉스턴을 픽업 트럭 스타일로 잘 다듬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얼굴은 G4 렉스턴 대비 라디에이터 그릴과 안개등, 범퍼 디자인 등을 달리하여. 활동적 인상 짙어진 렉스턴 스포츠에게 어울리도록 매만졌다. 또한 측면 캐릭터 라인을 비롯한 G4 렉스턴의 디자인 특징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픽업트럭 특유의 비례를 자연스럽게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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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적재공간 추가를 위해 길쭉해진 차체에 비례하여 휠베이스도 조금 더 길게 구성했더니 전반적으로 껑충했던 느낌이 옅어졌다. 그리고 테일게이트나 램프를 비롯한 후면부 디자인에는 단조로움을 덜기 위해 기교를 한껏 부렸다. 조금만 절제를 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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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에서 나쁘지 않은 점수를 기록한 렉스턴 스포츠의 실내로 몸을 옮겼다. 브랜드 플래그십의 것을 고스란히 재현한 인테리어는 쌍용차의 예전 ‘스포츠’ 라인업을 떠올리면 과분할 정도였다. 시승차는 선택 사양을 죄다 담은 최고급 모델이었기에 센터페시아에는 대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들어차있고, 대시보드도 가죽으로 감싸 고급감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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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옆집에 있는 최신예 SUV들의 인테리어를 열심히 보고 답습한 것인지 종전의 쌍용차 인테리어에 비하면 사용 편의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체계’라는 것을 찾기 힘들었던 과거와는 달리 버튼들은 목적과 용도에 맞게 옹기종기 모여 터를 잡았고, 버튼 크기도 큼직하게 재단하여 오조작을 일으키지 않았다.
 
렉스턴 스포츠는 많은 이들이 개선을 원했던 ‘공간’ 측면에서도 진보를 이뤄냈다. 한국에서만큼은 대형 SUV로 취급되는 G4 렉스턴 플랫폼을 가져다 썼으니 부족했던 공간도 커져야 했다. 특히 1열 공간을 말할 것도 없고, 뒷좌석 공간도 제법 널찍하게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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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 트럭인 만큼 중형 세단 정도의 안락함까지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실제 수치에서도 무릎 공간의 경우 48mm가 길어져 전작보다는 한층 여유로워졌다. 어깨 공간과 머리 공간에도 여유가 있어 성인 두 명이탑승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게다가 뒷좌석 열선 기능이 기본 탑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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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브랜드를 가져다 쓴 덕에 고급 편의 및 안전 장비들은 철저히 담았다. 렉스턴 스포츠는 선택사양 이긴 하지만 9.2인치 사양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모니터에 통풍시트, 3D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HID 헤드램프와 같은 고급 장비들을 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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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G4 렉스턴과 가격 격차가 나는 데다, 플래그십 모델의 품위를 위해 ADAS 기술이나 몇몇 장비들은 차별을 뒀다. ADAS 패키지에는 사각지대 감지시스템(BSD)와 차선변경 경보시스템(LCA), 후측방 경보 시스템(RCTA)만 조촐하게 담아 G4 렉스턴의 AEBS / FCWS (긴급 제동 보조 / 전방추돌 경보), 스마트 하이빔 등을 전수받지 못했다. 저렴하게 구비한 가격대를 감안하면 수긍이 가는 구성이다.

한편 1,011리터의 적재 용량을 자랑하는 데크에는 12V, 120W 사양의 파워아웃렛도 마련했을 정도로 레저 환경에서 실용성을 더했고, 데크 후드 역시 회전식으로 제공하여 적재시의 편의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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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을 둘러보며 감탄 섞인 이야기를 하던 도중, 운전대를 잡고 쌍용차가 입이 닳도록 강조하는 ‘쿼드 프레임’의 진면목을 알아보기 위해 오프로드 코스에 진입했다. 4x4 전문 메이커인 랜드로버마저 모노코크 타입을 채용하는 마당에 보디 온 프레임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아집’이 아닐까 했다.

그러나 활동 반경이 넓은 렉스턴 스포츠에게 있어 ‘쿼드 프레임’이라 명명한 쌍용차의 신형 프레임 바디는적절한 선택이었다. 되려 기반이 되는 G4 렉스턴보다도 적합한 구성이다. 자갈길은 물론이거니와 차체 비틀림이 크게 작용하는 통나무 및 모글 코스에서 쿼드 프레임 바디가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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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렉스턴 스포츠에 장착된 차동기어 잠금장치나 상시 사륜구동 장비들을 자랑하기 위해 언덕 경사로나 오르막 코스는 물론 사면경사로, 빙판길 코스까지 구비하여 다양한 상황에서 렉스턴 스포츠가 보여줄 수 있는 ‘임기응변’에 대해 자랑했다.
 
특히 별도로 오프로드 타이어를 장착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각종 코스들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모습에 믿음직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2천만 원 대로 즐기는 오프로더’라는 타이틀을 붙여줘도 이견이 없을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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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렉스턴 스포츠가 맞이한 곳은 매끈하게 포장된 온로드 코스였다. 보닛 아래에 담긴 2.2리터 디젤 엔진의 파워에도 슬슬 관심이 갔다. G4 렉스턴과 동일한 ‘e-XDi220 LET 엔진을 사용하지만 출력과 토크를 소폭 낮춘 유닛에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를 물려 나름대로 기함과의 차별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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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리터 디젤 엔진에 아이신 6단 변속기의 조합은 전작인 코란도 스포츠나 코란도 C에서도 볼 수 있었던 ‘구면’이다. 최고출력이 3마력 높아지긴 했어도 최대토크의 수치와 발생 시점이 동일하다. 40.8kgm의 최대토크는 1400rpm부터 2800rpm까지 이어져 초기 가속 시에 답답한 기색을 전하지 않는다. 되려 2톤을 상회하는 몸무게를 고려하면 초중반 가속에는 제법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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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km 중후반대로 뻗어나가는 데는 인내심이 필요하긴 해도 풍부한 토크 덕에 재가속 시에도 큰 답답함이 없다. 여기에 아이신 변속기도 재빠른 변속보다 부드럽게 기어를 넘기도록 설정되었다. 파워트레인 조합에는 특출난 곳은 없어도, 반대로 모난 곳도 딱히 없어 흠을 잡기가 어려웠다.
 
제조사들이 온/오프로드를 아우르는 자동차를 빚을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다름 아닌 하체다.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상당히 어렵기 때문. 결론부터 말하자면 쌍용차 엔지니어들이 머리를 싸매고 꽤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는 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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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면이 울퉁불퉁하고 고저차가 큰 오프로드에서는 유연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따라서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길게 구성하여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렉스턴 스포츠는 온전히 ‘오프로더’라고 말하기엔 충족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 때문에 대중적인 선택지로도 각광받아온 코란도 스포츠와 같이 도심에서도 무난하게 탈 수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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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포장이 잘 된 온로드에서도 부담 없이 달릴 수 있어야 한다. 쌍용차가 험로 주파만을 위해 렉스턴 스포츠의 하체를 매만졌다면 지프 랭글러와 같이 포장도로에서 시종일관 덜컹거렸을 거다. 물론 렉스턴 스포츠도 스트로크가 제법 긴 편이라 방지턱을 만나는 순간에 살짝 출렁거리긴 하나, 불안한 기색까지 전달하진 않는다.
 
5미터가 넘는 큼직한 차체 탓에 몸놀림이 날렵하진 않아도 운전대를 조작함에 따라 차체가 반응하는 모습에는 큰 딜레이가 없다. ‘오픈형 SUV’라고 하긴 하지만 명백히 픽업 트럭 장르인 렉스턴 스포츠에게 있어 무난한 선회능력은 곧 장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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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고속으로 뻗어나갈수록 하체의 안정감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바람에 조금 더 탄탄하게 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쌍용차가 자랑하는 험로 주파 능력이 반감되고 말 거다. 적정선을 잘 지키며 조율한 셈이다.
 
한편, 운전대를 잡고 고속도로를 계속해서 달려본 이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N.V.H 대책이었다. 중저음 목소리를 뽐내는 디젤 엔진을 탑재했음에도, 엔진 소음 억제를 훌륭하게 해냈고, 높고 각진 차체 탓에 바람 소리가 살짝 귓가를 자극하는 것 이외엔 딱히 소음 대책에 있어 불만을 표출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디젤 엔진 특유의 굵직한 진동도 희미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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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인업의 최신작은 수행해야 할 임무가 생각보다 많았다. 브랜드 기함 역할을 하는 ‘렉스턴’ 브랜드를 사용했으니 어느 정도 고급감도 챙겨야 하고, 쌍용차의 유일한 국산 픽업 트럭 명맥을 잇기 위해 합리적인 가격표도 지녀야 했다. 여기에 여전한 레저와 캠핑 열풍에 발맞춰야 할 ‘센스’도 필요했다. 그리고 쌍용차는 이러한 니즈들을 하나의 레시피로 완성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인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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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의 시작 가격은 무려 2,320만 원. ‘무려’라는 표현을 쓴 건 코란도 스포츠에 비해 가격 상승 폭이 크지 않아서였다. 엔트리 트림에 2열 에어벤트나 후방 감지 센서, 인조 가죽 시트까지 품어 가격 대비 가치가 꽤 높다. 시승했던 최고급 모델처럼 온갖 고급 장비를 갖다 붙여도 3,700만 원을 넘기지 않는다.
 
활동적인 청년층은 물론 중장년층에게까지 폭넓게 어필할 만한 부분이 많다는 것도 렉스턴 스포츠가 출시 초기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요인이다. 통장 잔고가 상대적으로 부실한 2030에게는 2천만 원대로 시작하는 가격표가 그들을 유혹하고, 여유가 있는 4050 중장년들은 ‘렉스턴’ 브랜드가 지닌 고급함에한 번 고심하게 만들고 활동적 이미지가 전하는 낭만에 두 번 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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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렉스턴’ 브랜드의 후광을 입게 하여 선대 모델보다 더 비싼 돈을 받겠다는 의도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완벽하진 않아도 제법 고급스럽게 꾸민 내 외관 디자인과 높은 가격 대비 가치. 범용성 높은 주행 성능까지 곁들여지니 전작의 판매량 기록 정도는 손쉽게 경신할 듯했다.

그 ‘우물 안 개구리’는 굳이 경쟁이 없는 와중에도 꾸준히 점프력을 키워왔고,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비로소 성장을 마치며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자동차로 거듭나며 우물을 뛰쳐나왔다. 쌍용차의 꾸준함, 그리고 틈새를 바라보고 정확히 찔러 넣은 날카로운 안목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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