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상식]수동이면서 자동? – 자동화 수동변속기

기사입력 2018.01.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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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자동차 시장에서 자동변속기는 ‘상식’에 가까워졌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시판중인 승용차 중 수동변속기를 탑재하는 경우는 경차~준중형차, 그리고 영업용 자동차(택시 등) 일부에 한정되어 있다. 개인용 차량에서는 수동변속기의 비율이 5%도 되지 않으며, 근래에는 영업용 차량의 수동변속기 비율마저 개인용 차량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수동변속기가 인기가 있었던 서유럽에서조차 해마다 자동변속기의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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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변속기는 그 기계적 구조 때문에 수동변속기에 비해 동력손실과 연비 면에서 불리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반면 수동변속기는 자동변속기에 비해 동력손실과 연비 면에서 월등히 유리하다. 하지만 ‘변속을 운전자가 직접 해야한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 수동변속기의 모든 장점을 묻히게 한다. 특히 정체가 잦은 도심 구간에서의 운행이 많은 대한민국의 운전자들에게 있어서 수동변속기는 고려조차 되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수동변속기의 효율과 자동변속기의 편의성을 둘 다 챙길 수 있는 변속기라면 어떨까? 클러치 밟고 떼는 일은 하기 싫지만 수동변속기의 효율은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변속기는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자동화 수동변속기(Automatic Manual Transmission)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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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수동변속기는 말 그대로 수동변속기를 ‘자동화(自動化)’시킨 것이다. 자동화 수동변속기는 자동화된 과정과 구조에 따라 몇 가지의 갈래로 나뉜다. ‘클러치를 밟고 떼는(동력의 단절과 전달) 과정’까지만 자동화한 경우도 있고, 다음 단수로 변속하는 과정까지 포함하여 자동화한 경우가 존재한다. 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이른 바 ‘세미오토’라 불리는 클러치 없는 수동변속기의 형태다. 다른 하나로는 시퀀셜 방식 수동변속기에 도그 클러치(Dog Clutch)를 이용한 경우다. 이는 빠른 기어변속과 즉각적인 동력전달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주용 자동차나 일부 초고성능차들을 위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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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반적인 승용차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자동화 수동변속기는 동력의 단절 및 전달 과정과 변속까지 모두 자동화한 형태다.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형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일반적인 동기치합식(싱크로매시 타입) 수동변속기에 클러치 및 기어단수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방식이고, 나머지 하나는 아예 두 개의 클러치가 전자제어를 통해 교대로 작동하며 변속을 진행하는 방식(듀얼 클러치 변속기)이다. 본문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자동화 수동변속기는 전자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변속기의 예로는 PSA(푸조/시트로엥) 계통의 소형 모델에서 사용하는 MCP(EGS), 혼다 I-Shift, 쉐보레 스파크의 이지트로닉 등이 있다.


자동화 수동변속기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는 이라면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자동으로 변속됨에도 불구하고 ‘자동변속기’라 지칭하지 않고 왜 굳이 ‘자동화 수동변속기’라는 요상한 이름을 붙여 놓았을까? 그 이유는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 자동화 수동변속기의 동력 전달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다.


수동변속기는 마찰을 통해 동력을 전달하는 기계식의 마찰 클러치(Friction clutch)를 사용하는 반면, 자동변속기는 유체의 흐름을 이용하는 유체 클러치(Fluid Coupling)를 이용한다. 수동변속기는 크랭크축과 연결된 플라이 휠에 직접 마찰하여 기계적으로 서로 연결시킴으로써 동력을 전달한다. 반면 자동변속기는 기본적으로 엔진과 변속기가 서로 기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구조다.


자동변속기의 동력 전달은 토크 컨버터(Torque Converter)를 통해 이루어진다. 토크 컨버터의 내부에는 플라이휠에 연결된 컨버터 하우징 및 펌프, 변속기축과 그에 연결된 터빈으로 구성된다. 내부는 흔히 ‘미션오일’이라 불리는 자동변속기용 오일이 충진되어 있다. 터빈과 펌프는 바람개비와 같은 형상을 띄고 있으며, 플라이휠 및 컨버터 하우징이 회전을 시작하면 펌프가 터빈에 오일을 보내고, 터빈은 펌프를 통해 얻은 오일에 의해 회전을 시작한다. 작동 중인 선풍기 앞에 바람개비를 가져다 대면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원리다.

물론 최근에는 자동변속기의 다단화와 함께, 제한적인 조건에서 엔진과 변속기를 기계적으로 연결시켜주는 락업 클러치(lock-up Clutch)의 적용이 일반화됨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가 서로 기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말은 아주 맞는 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렇지만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변함이 없으며, 이러한 구조적인 차이 때문에 자동변속기와 자동화수동변속기는 서로 다른 형태의 변속기로 구분되는 것이다.


자동화 수동변속기는 수동변속기의 가장 큰 장점을 공유한다. 그것은 수동변속기가 갖는 구조 상의 ‘단순함’이다. 자동화 수동변속기는 자동차용 변속기 중 가장 단순한 형태인 수동변속기에서 클러치를 밟았다 떼는 기계장치만을 추가한 정도의 구조를 갖는다. 따라서 토크 컨버터를 사용하는 자동변속기는 물론, 클러치가 이중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고질적으로 복잡할 수 밖에 없는 듀얼클러치 변속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단순함을 자랑한다. 이 ‘단순하다’는 점 하나로 말미암아 자동화 수동변속기는 다른 변속기에 비해 많은 이점을 갖는다.


단순함에서 오는 가장 큰 이점은 ‘신뢰성’이다. 특히 엔진이나 변속기와 같이 회전운동을 하는 기계는 단순한 구조일수록 높은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다. 수동변속기가 자동변속기에 비해 고장이 적고 유지관리에 유리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가벼움’이다. 가장 가벼운 변속기인 수동변속기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토크 컨버터와 같은 무거운 기물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볍기 때문에 중량 절감에도 유리하고 연비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울러 간단한 구조로 인해 변속기 자체의 단가도 자동변속기에 비해 더 낮다. 또한 엔진과 변속기가 기계적으로 ‘직결’되는 수동변속기의 구조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동력손실 저감 및 효율 면에서도 자동변속기에 비해 월등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기치합식 수동변속기를 바탕으로 변속과정을 자동제어하는 자동화 수동변속기는 자동 변속이 가능하면서도 수동변속기의 이점을 거의 그대로 챙길 수 있다. 수동변속기의 간단한 구조와 신뢰도, 낮은 동력손실율과 가벼운 중량으로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에 비해 월등히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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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동화 수동변속기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기치합식 수동변속기를 바탕으로 변속과정을 자동제어하는 방식의 자동화 수동변속기의 대표적인 단점 중 하나는 변속 속도다. 일반적인 동기치합식 수동변속기의 변속 과정을 단순한 몇 개의 기계장치로 자동화시킨 형태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이 직접 변속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거나 더 느린 수준의 변속 속도를 갖는다. 일반적인 수동변속기의 변속속도보다 더 빠른 변속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변속 충격이 심하고 가속 페달의 조작을 수동변속기와 유사하게 해야 그나마 더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단점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이는 순전히 자동화 수동변속기라는 기계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이 자동변속기과 동일한 것으로 취급하는 경향과 해당 변속기의 기계적 구조에 대한 몰이해가 빚어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푸조의 MCP의 경우, 국내 도입 초기에는 상기한 문제로 인해 ‘울컥 변속기’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전적이 있다. 하지만 현재는 변속 제어와 로직을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시키고 해당 변속기에 대한 이해도가 생기면서 뛰어난 효율을 자랑하는 변속기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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