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의 다카르 랠리, 그리고 피날레

기사입력 2018.01.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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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브랜드들은 각자가 가진 '한 방'이 있다. 특히 이러한 반전 매력이 더욱 와닿는 브랜드는 다름 아닌 대중차 브랜드다. 가령 작은 차를 위주로 빚는 토요타 산하 '다이하츠' 브랜드는 경형 로드스터를 출시한 것도 모자라서 빌슈타인제 댐퍼와 레카로 시트, 모모 스티어링 휠까지 심는 기행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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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민 브랜드 중 하나인 푸조도 그렇다. 최근에야 대세로 자리 잡은 중국 시장을 바라보며 점점 큰 자동차들을 만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소형차 위주로 라인업을 꾸리는 전형적인 유럽 대중차 브랜드다. 그러나 쉽게 이야기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브랜드다. 색깔도 상당히 뚜렷하고 최근 자동차 만듦새도 뛰어나다. 거기에, 레이스 세계에서도 걸출한 역사와 커리어를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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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의 HDi 디젤 엔진 기술로 르망에서 굵직한 한 획을 그었던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사건. 또 하나, 푸조는 전통적으로 랠리 세계의 강자였다. 1980년대 WRC가 광기의 시대로 접어들었던 때에 205 T16으로 '정신 나간' 랠리카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었다. 그리고 그 직계 후손인 208 T16이 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 무제한 체급에서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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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 세계의 터줏대감인 푸조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무대는 다름 아닌 '다카르 랠리'다. 80년대를 지배했던 푸조는 2015년 당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다카르 랠리를 지배했던 '미니'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독주체제가 이어지는 와중에 복귀를 선언한 랠리 레전드의 모습에 많은 이들은 큰 기대감을 품었다

405 T16의 우승 이후 25년 만의 복귀를 이룬 푸조는 메인 드라이버인 스테판 피터한셀이 11위에 그치며 결국 미니의 4년 연속 우승을 허락했다. 아쉬운 컴백 무대였지만 이 랠리 황태자의 복귀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당시 경주차였던 2008 DKR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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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을 심하게 벌크업 시킨 듯 마초적 매력을 뿜어내던 2008 DKR은 무려 뒷바퀴만을 굴리는 랠리카였다. 사막은 물론 온갖 오지를 정복해야 완주가 가능한 이 지옥의 경주에서 사륜구동은 당연한 기본 덕목이었다. 그러나 푸조는 뒷바퀴만을 굴려 무게를 덜어내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모자란 앞바퀴 트랙션은 자신들의 비범한 서스펜션 다듬기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간만에 맞이한 첫 무대는 아쉽긴 했어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절치부심하여 준비한 이듬해 대회에서 푸조는 결국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40여년 간 이어졌던 대회 역사상 최초로 이륜구동 모델이 승리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그야말로 '후륜구동의 기적'이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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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초에도 어김없이 다카르 랠리는 치러졌다. 기적을 선보인 푸조는 스테판 피터한셀과 함께 랠리 레전드들을 영입하여 전력을 더욱 막강하게 보강했다. 한번 거머쥔 승기를 결코 놓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WRC를 제패했던 '세바스티엥 로브'와 '카를로스 사인츠', 바이크 랠리 5회 우승자 '시릴 디프리'를 영입하여 '드림팀'을 구성한 것. 사실상 선수들의 면면만 봐도 지나치게 압도적인 전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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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8의 껍데기를 입힌 새로운 랠리카로 치러진 2017 다카르 랠리의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2016년 지배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우승컵을 차지했던 피터한셀은 다시금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같은 유니폼을 입은 세바스티엥 로브와 카를로스 사인츠가 나란히 2,3위를 차지하여 포디움을 장악한 것. 사실상 적수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드림팀의 면모는 강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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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푸조 토탈 팀은 마지막 대회를 치른다. 지난 6일 개막한 2018 다카르 랠리를 끝으로 무대에서 철수한다. 이번 대회는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3개국 전역에서 14일간 진행된다. 9000km에 달하는 험란한 일정을 소화해야하는 이번 대회는 사실 후륜구동 랠리카를 보유한 푸조에게 다소 불리하다. 

주최 측이 무게 감소를 위해 후륜구동을 선택한 보람없이 무게 규정을 완화하고 3008 DKR에 70kg가량의 밸러스트가 추가 설치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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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작 이에 신념을 거둘 푸조가 아니었다. 푸조는 후륜 기반 체제를 유지하면서 트랙 증대와 서스펜션 개선을 통해 이전보다 험한 이번 대회에 철저히 대비해왔다. 이렇게 더욱 든든해진 3008 DKR Maxi는 3리터 V6 트윈 터보 디젤을 품는다. 최고출력 340마력에 최대토크 81.5kgm에 달하는 파워를 내뿜으며 사막 지형이 더욱 늘어난 랠리 코스를 정복할 계획.

한편 2016~2017 다카르 랠리 우승컵을 들어올린 피터한셀은 “40주년을 맞이하는 2018 다카르 랠리는 내게 특별한 대회이다. 3008 DKR Maxi와 함께 푸조 토탈 팀의 3연패를 달성하여 새로운 역사를 완성시키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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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는 이미 화려한 피날레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주최 측은 푸조를 왕좌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대회 규정을 사륜구동 차량들에게 유리하게 바꿨다. 그리고 이번 대회는 첫 번째 다카르 랠리가 열린 이후 40년만의 대회다. 대회 40주년과 최고의 드라이버, 불리한 조건까지. 그야말로 극적인 유종의 미를 위한 발판이 모두 마련된 셈이다.

피날레를 위한 막은 올랐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WRC 레전드 세바스티엥 로브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카를로스 사인츠와 피터한셀이 뒤를 이으며 그들이 예견한 마지막 기적을 완성할 채비를 마쳤다. 우리는 드라마틱한 푸조의 기적을 다시금 바라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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