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트리오, 새로워진 마세라티를 말하다

기사입력 2017.12.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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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으로 이야기하는 이탈리아 하이엔드 브랜드, 마세라티가 2018년형으로 탈바꿈한 식구들을 한 데 모아 시승 행사를 펼쳤다. 자사의 플래그십 세단과 메인 스트림 모델, 브랜드 최초의 SUV와 같이 다채로운 라인업과 더불어 새로이 이원화된 트림 라인업을 소개하며 브랜드의 매력을 알리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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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들의 면면을 소개하기에 앞서, 마세라티는 행사를 통해 자사가 얼마나 ‘장사’를 잘해왔는지에 대해 친절히 설명했다. 간단히 말하면 한국 시장에서 마세라티는 2013년부터 4년간 약 15배의 판매량 증가를 보였다. 상당한 잠재력이 높은 성장세로 이어졌음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아울러 한국 시장과 마찬가지로 마세라티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판매량 증가를 이뤄왔다. 가령 2006년 마세라티는 한 해 5,500대 정도 밖에 팔지 못했으나 2016년엔 10년 전보다 7배를 이상의 성장세를 보여 연간 4만 대를 상회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여기에 2017년에는 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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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대륙을 불문한 성장세는 마세라티의 글로벌 시장 전략의 변화가 중심에 있다. 다름 아닌 ‘하이엔드 럭셔리의 대중화’다. 10년 전, 마세라티는 럭셔리 GT 쿠페 및 컨버터블인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와 더불어 플래그십 세단, ‘콰트로포르테’ 세 가지 모델만 구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보자. 브랜드의 기둥이었던 콰트로포르테는 어느덧 풀체인지를 거듭했고, 아래에는 ‘기블리’를 더해 든든한 세단 라인업을 구비했다. 그리고 브랜드 최초의 SUV, 르반떼를 출시하여 판매 볼륨을 크게 늘리는 데에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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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반떼는 실제로 마세라티 브랜드의 전체 판매량 중 절반을 넘는 판매 비중을 자랑했다. 기블리와 더불어 마세라티 브랜드의 접근성을 높이며 대중화를 이끌어 온 것이다. 자연스레 대중차 브랜드보다 대당 단가 수익이 높은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로서 볼륨이 이렇게 크게 상승하는 것은 엄청난 수익 상승에 직결된다. 따라서 르반떼, 즉 마세라티에게 있어 SUV는 여느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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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개요 및 소개에 이어 진행된 시승에선 이 브랜드의 최고 효자를 먼저 마주했다. 르반떼는 모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터라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물론 첫 만남이 아니었는데도 거대한 트라이던트 엠블럼의 향연은 여전히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메인스트림 세단인 기블리와 기함 콰트로포르테도 있었다. 그런데 같은 이름을 가진 시승차들이었는데도 각자 디자인이 제법 달랐다. 마세라티의 새로운 전략, ‘듀얼 트림’의 일환이었다. 이 듀얼 트림의 한 축을 맡는 ‘그란루쏘(GranLusso)’는 간단히 말하면 고급감을 강조한 모델이다. 이를테면 ‘소프트 도어 클로즈’ 기능을 적용하여 도어를 소리없이 닫고, 각종 고급스러운 소재로 인테리어를 마감하여 세련미와 높아진 감성품질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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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그란스포트(GranSport)’는 트림명에서 풍기듯 스포티함을 적재적소에서 어필한다. 우선 전반적으로 강인한 인상을 전달하도록 범퍼나 라디에이터 그릴, 휠 디자인을 차별화했다. 또한 스포츠 스티어링 휠에 블랙 피아노 우드 트림 등을 인테리어에 적용하여 안팎으로 럭셔리한 감각에 역동적인 맛을 가미하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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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승 행사는 이원화된 트림과 주요 모델들을 최대한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우선 르반떼의 운전석에 올라 인스트럭터의 설명을 들으며 각종 전자장비의 구성과 ADAS에 대해 예습했다.
 
마세라티의 아시아 중동 세일즈 총괄 루카 델피노가 시승 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이야기한 마세라티의 핵심 가치 중 하나, ‘시그니처 사운드’는 시작부터 귓가를 울렸다. 시동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중저음으로 내뱉는 배기음은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날이 제법 추워 어쩔 수 없이 창문을 닫으니 귓가에서 울리던 배기음은 조금 사그라들었다. 그래도350마력짜리 V6 엔진은 주행 중에 강력한 퍼포먼스와 더불어 실내로 스며드는 사운드로 운전자와 동승자들을 현혹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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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리터 배기량의 유닛에 직분사 인젝터와 트윈 터보차저를 삽입한 터라 2.2톤이 넘는 육중한 차체에 성인 네 명을 태운 상태였는데도 가속에는 답답함은커녕 호쾌함이 느껴졌다. 마세라티가 주장하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은 6초. 참고로 ‘S’자 알파벳을 한 자 더한 르반떼 S는 5.2초까지 달리기 시간을 단축시킨다.
 
짧지만 화끈했던 쇼타임을 뒤로하고 만난 구간 단속 지점에선 ADAS 2단계 기술들을 습득한 르반떼의 학습 능력을 테스트해보았다. 일단 르반떼는 주행 중에 부주의로 차선을 넘어가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LKA (Lane Keeping Assitst)는 타이어가 차선을 밟는 순간에도 운전대를 차선 안쪽으로 밀어 넣고 진동을 전달하여 운전자에게 알렸다. 
 
조금 더 편하게 가보겠다고 운전대에서 손을 잠깐 뗐는데, 르반떼는 5초도 안 돼서 냉큼 운전대를 잡으라며 불호령을 내렸다. 아울러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로 앞 차량과의 거리도 유연하게 유지했다. 차선이 선명했던 도로라 르반떼는 별 탈 없이 반자율주행 기술들을 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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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반떼는 다른 마세라티 형제와 플랫폼을 공유하여 탄생한 SUV로 버튼 배열을 비롯한 인테리어 구성이 매우 유사하지만, 기어노브 주변에 마련된 버튼 중 르반떼만을 위한 기능이 있었다. 바로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운전자가 차고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과, 하체와 AWD 시스템을 험로에 최적화시키는 ‘오프로드’ 모드 버튼이었다.
 
시승 행사에선 별도로 험로를 누비는 시간은 없었다. 그러나  초고속 영역에 도달했을 시에 에어 서스펜션은 저절로 차고를 낮춰 고속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모습을 보여주며 에어 서스펜션의 존재 이유를 말했다.아울러 스포츠 모드로 하체를 다듬은 르반떼는 육중한 몸뚱이를 지닌 SUV치곤 코너링이 제법 날카로웠고, 찰나의 순간 뒤뚱거렸지만 단숨에 자세를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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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르반떼와 인천대교를 건넌 후, 운전대를 잡은 차는 콰트로포르테였다. 시승차는 그란루쏘도, 그란스포트도 아닌 노멀 모델이었다. 가장 저렴한 엔트리 트림 모델이다 보니 스티어링 휠 좌측 스포크 버튼들이 좀 비어있다. 마세라티가 입이 닳도록 자랑했던 ADAS 기술들을 품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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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S Q4’ 모델이라 르반떼보다 최고출력이 80마력 높은 430마력짜리 엔진을 탑재하고 있었다. 최첨단 기술보다는 원초적인 퍼포먼스에 집중해보라는 마세라티의 배려였는지도 모르겠다. 르반떼보다 200kg 가량 가벼운 차체에 담긴 V6 유닛은 시작부터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세련되기 보단 살짝 투박한 느낌으로 속력을 긴박하게 높인다. 속도계 바늘을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템포는 예상보다 빨랐다. 제원상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4.8초로 성능 상향 평준화가 된 현시점에서도 퍼포먼스는 막강하기 그지없었다. 배기량은 3리터에 불과한데, 트윈 터보차저가 초고속 영역에서도 힘을 한 번 더 뽑아낼 수 있도록 도와줬다.
 
기어노브 주변에 마련된 스포트 (Sport) 버튼을 작동시키면 파워트레인이 터프해지고, 배기음이 그릉거리는 소리도 한층 증폭된다. 그리고 스포트 버튼을 다시 한 번 더 누르면 ‘스카이 훅(SkyHook)’이라 명명된 마세라티의 특제 액티브 댐퍼가 하체를 탄탄하게 다져 저속에선 날렵한 핸들링을 자아내게 하고, 고속 영역에선 안정감을 더했다. 결과적으로 콰트로포르테의 넓고 낮은 차체와 탄탄한 하체는 속도를 불문한 모든 영역에서 넘쳐나는 안정감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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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콰트로포르테가 화끈한 브랜드의 일원이긴 해도, 기본적으로는 보수적 성격을 지닌 F세그먼트급 플래그십 세단이다. 그만큼 럭셔리하고 우아한 감각도 빼놓지 않았다. 가령 스카이 훅 서스펜션은 스포트 모드로 보챘을 때나 단단한 감각을 전했고, 노멀 모드에서의 콰트로포르테는 기어를 올리고 내리는 솜씨나, 요철을 넘기는 솜씨가 상당히 부드러웠다. 파워트레인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I.C.E(Increased Control & Efficiency)’ 모드를 켜도 평균 연비는 리터당 7km를 넘기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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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만난 시승 행사의 마지막 주인공은 기블리였다. 2018년형 기블리는 ADAS 레벨 2 탑재로 능동적 안전성을 높였고, 공기 저항 계수의 향상으로 가속력이 높아졌다. 여기에 헤드램프에 풀 LED 방식의 조명을 사용하여 램프 수명과 더불어 주야간 시인성을 크게 개선했다.
 
기블리는 5.2미터를 상회하는 거대한 크기의 콰트로포르테보다 전장이 대략 30cm나 짧은 하위급 세단이다. 그러나 폭은 겨우 5mm 차이에, 전고도 20mm 낮을 뿐, 5미터에 달하는 체구는 결코 작아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같은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S Q4 모델 간의 몸무게 차이는 고작 20k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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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지 휠베이스가 짧은 콰트로포르테의 느낌이 만연했다. 움직임이 살짝 산뜻하긴 했어도 큰 차이는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콰트로포르테의 진중한 주행 느낌을 간직했다는 건 호재였다. 그리고 마세라티 특유의 쾌감 넘치는 가속력도 그대로 보존했다. 아니 실제로 조금 더 빠르다. (0->100km 4.7초)
 
특히 기블리 S Q4 모델은 마세라티가 속도계 숫자를 속이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바늘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뻗어나갔다. 세 자릿수에 도달하는 건 순식간이고, 맨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것도 많은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면서 높이 솟아오른 속도계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안정감 있는 마세라티의 하체 다듬기 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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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어링 휠 스포크에 붙어있는 게 아니라, 컬럼에 붙어 있는 커다란 시프트 패들은 수동 모드에서 직접 변속하는 맛을 극대화했다. 거침없이 다운시프트를 하는 와중에 배기구 쪽에선 축포를 울리듯 펑펑 터지는 배기음을 선사했고, ZF 8단 변속기는 남성미 넘치는 사운드와는 달리 부드럽기 그지없는 변속 감각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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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차체 크기에 비해 뒷좌석이 ‘탈만하다’고 느꼈던 콰트로포르테보다 휠베이스도 줄어든 기블리이다 보니 사실 2열에 앉은 성인 남자에게 널찍하다는 말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았다. 종전의 마세라티들보다 확실히 조립 품질이나 감성 품질이 나아지긴 했어도, 독일차나 일본 차만큼의 치밀함은 결코 아니었다.
 
이와 더불어 이전에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세 형제 모두가 품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꾸준히 개선을 해줬으면 바람이 있다. 억대 몸값을 받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멤버들인데도 표기되는 글씨체나 UI, 번역 수준이 브랜드 품격에 걸맞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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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설명했던 시그니처 사운드를 제외한 루카 델피노가 이야기한 마세라티의 핵심 가치 나머지는 ‘디자인’, ‘퍼포먼스’, 그리고 ‘고급스러움’ (Exclusivity)이었다. 2018년을 바라보는 세 마세라티 모델들은 과연 이 핵심 가치들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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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망설이게 되지만 일단은 ‘Yes’다. 일단 트윈 터보 엔진과 ZF 변속기로 자아내는 퍼포먼스와 마세라티가 이탈리아에서 직접 매만진 사운드는 두말할 것 없이 브랜드의 상징 그 자체다. 그리고 부족했던 고급감은 그란루쏘 트림의 추가로 어느 정도 극복했다. 도어를 사뿐히 닫는 모습은 종전의 마세라티에선 기대도 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이건 여러분에게 판단을 맡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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