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끝자락에서 M을 외치다 - BMW M4 C.P 시승기

기사입력 2017.11.0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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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함을 넘어 추위를 느끼기 시작하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BMW M4를 만났다. M4는 M 디비전, 나아가 BMW의 상징이 되는 정통 BMW 스포츠 쿠페 M3의 계보를 잇는 직계 후손이다. 시승차는 M 컴피티션 패키지를 더한 모델로, 최고출력을 450마력까지 끌어올리고 하체를 손봐 트랙에 더욱 걸맞은 면모를 갖춘 M4였다. 1억 1780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표도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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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디비전 제품을 직접 대면하는 건 처음이었다. 기자 직함을 달기 직전까지도 공도를 누비는 M카들을 보면 알게 모르게 벅찬 가슴과 함께 동경심만 가득 자아내곤 했다. 따라서 이번 시승은 슈퍼스타를 영접하는 일개 열혈 팬의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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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현행 모델은 LCI(Life Cycle Impulse)를 거친 모델이지만 종전 제품과 외적인 측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4시리즈의 부분 변경과 발맞춰 엔젤아이와 램프류 디테일 모양만 조금 바꿨을 뿐이다. 따라서 키드니 그릴과 유기적으로 이어진 헤드램프나 과격한 M 범퍼로 만든 과격한 얼굴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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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엔진이 잠들어있다고 호들갑 떠는 '파워 돔' 디자인으로 보닛을 부풀리고 그린하우스 끄트머리를 BMW의 디자인 헤리티지, '호프마이스터 킹크'로 꾸민 스포티한 이미지도 여전했다. 아울러 20인치 스타 스포크 타입 휠이 휠 아치를 꽉 채우고 테일램프 끄트머리에서 시작된 굵직한 캐릭터 라인이 에어 브리더까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단순하면서도 스포츠 쿠페 특유의 공격적인 면모가 완성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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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를 열고 들어선 실내에서 어딜 보든 스포티하고 남성적 느낌이 다분했다. 다만, 달리 말하면 `프리미엄 럭셔리`란 수식어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가죽의 질이나 리얼 카본파이버트림, 알칸타라를 실내 일부에 바른 만큼 일말의 고급감은 머릿속을 스치긴 했어도 경쟁 모델에서 느낄 수 있는 럭셔리한 감각은 사실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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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만큼 겉치레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드라이빙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이야기로 들려 되려 신뢰감이 들었다. 시트에 앉아 `하만 카돈` 브랜드 오디오를 쓰면서도 기교 하나 없는 무색무취의 스피커 디자인을 보고선 실내에서 고급감을 찾는 미션에는 아예 마음을 접었다. 통풍 시트나 열선 스티어링 휠 장비가 없는 것도 당연하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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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두리를 알루미늄으로 꾸민 시프트 패들이 덧붙여 있고 림이 굵직한 덕에 M 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여기에 M-DCT 기어 노브, 복잡해 보이는 주행모드 설정 버튼들, 여기저기 붙어있는 'M' 엠블럼과 리얼 카본 파이버 트림 덕에 제대로 된 `스포츠카`를 타고 있다는 느낌이 머릿속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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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재치도 빼먹지 않았다. 운전대 안쪽을 살짝 들여다보니 'M' 디비전의 3색 심볼 컬러 실밥으로 가죽을 꿰맸다. 안전벨트에도 M 컬러를 길쭉이 새겨 넣어 'M'을 타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켰다.

제대로 된 스포츠 쿠페에게 2열에는 승차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거리였다. 사실 성인 2명이 편하게 타기도 어려운 2+2 구성에, 운전자나 동승자의 짐을 편하게 실을 수 있는 공간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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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본격적으로 운전대를 잡기 전에 보닛을 열어 엔진룸을 들여다봤다. M을 영접하기 직전, 일종의 의식과도 같은 행위였다. 6기통 트윈 터보 심장을 탄소 섬유로 빚은 스트럿바가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M Power' 레터링과 M 엠블럼이 붙어 있는 모습은 개시도 하기 전부터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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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운전석에 들어가 멋들어진 스티어링 휠을 잡는 순간, 적절히 두꺼운 림의 느낌이 좋아 자꾸만 운전대를 만지작거렸다. 여타 제조사들은 그립 부분에 타공 가죽을 심기도 하지만 다른 부위들과의 이질감이 없도록 설정한 M의 선택도 괜찮았다. 너도나도 스포츠를 외치는 시대에 대부분의 패들시프트는 빼꼼히 고개를 내밀지만 스포츠카의 원조격으로 취급되는 모델이라 패들시프트도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

가속은 초장부터 발끝을 저리게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트윈 터보차저를 품었는데도 반응이 아주 직설적이었다. 재빠른 반응과 동시에 농도 짙은 토크도 함께 터져 나오며 순간 간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러면서 등 뒤에서는 우렁찬 배기음이 귓가를 얼얼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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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M4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1초 만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고작 3리터에 불과한 엔진으로 자아내는 성능이라곤 믿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니터 앞에서 숫자놀이를 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럴 겨를이 없었다. 영역을 불문하고 두툼한 토크를 쏟아내는 터라 스티어링 휠을 쥐는 손은 더욱 힘이 들어갔고, 실내로 들어차는 엔진음과 배기음 덕에 450마력이니 56.1kgm이니 하는 숫자들은 머릿속에 없고 일말의 공포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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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과도 같은 엔진의 성능을 적절히 받아내는 변속기도 이 공포감을 자아내는 주역 중 하나였다. M 디비전이 철저히 손을 봐 스포츠카 특성에 걸맞게 탄생시킨 7단 M-DCT는 무리한 다운 시프트를 요구해도 그저 묵묵히 쏜 살 같은 속도로 기어를 바꿔줄 뿐이었다. 엔진이 앞머리에서 고함을 치는 와중에도 M-DCT는 그 강력한 파워에 번개 같은 변속으로 화답하며 빈틈없는 가속을 연출했다.

뭔가 고삐 풀린 말 같았지만 실상 차체를 다스리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며 달팽이관을 자극하던 소리와 폭발적 가속에 익숙해지자 운전대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돌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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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링의 왕자`라는 타이틀을 수십 년 간 달아온 M3의 직계 후손에, 별도로 매만진 서스펜션 덕에 직관적으로 방향을 바꾸는 모습은 감탄스럽기 그지없었다. 가변 기어비 스티어링 장비와 노면을 끈질기게 붙드는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트 타이어에 힘입어 굽이진 길을 감아 들어가는 모션에도 군더더기는 없고 자신감만 넘쳤다.

M4는 마치 비디오 게임을 하듯, 성능에 영향을 주는 부분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 서스펜션 감쇠력과 스티어링 답력, 스로틀 반응 등을 세 단계로 나눠 운전자의 기분이나 도로 상황에 걸맞게 조합할 수 있다.

혹자는 전자제어 장치들의 지나친 개입 덕에 M의 본질이 점점 흐려진다고 말하지만 이곳 저곳을 취향에 따라 설정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가끔은 유유자적 도로를 거닐고 싶을 때는 배기음도 줄이고, 하체도 조금 부드럽게 매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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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본적으로 성격이 거칠다. 서스펜션, 스티어링, 스로틀 반응을 모두 얌전하게 설정해도 단단하면서 기센 면모는 여전했다. 스티어링 휠 좌측에 붙어있는 'M1', 'M2' 리모컨 버튼은 각 파츠 설정을 자유자재로 담아 `메모리시트`와 같이 버튼 하나로 사전에 설정한 내용들을 불러올 수 있다.

컴피티션 패키지를 추가한 M4는 트랙에서 맛보는 것이 더욱 행복한 경험을 선사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개 도로에서도 M4는 디비전의 존재 이유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비싸다고 느꼈던 1억 2천만 원 즈음에 가격표도 어느새 수긍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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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이었지만 BMW 코리아는 M 모델들을 한 데 모아 각 구성원이 가지는 매력을 뽐내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M 엠블럼의 난무 속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주인공은 M 디비전의 정수, M4였다. 고성능 스포츠 디비전이 갖춰야 할 농도 짙은 짜릿함, 나아가 일말의 공포심까지 심어준 M4는 가슴속에 품어왔던 그 동경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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